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자 손실에 대한 은행권 자율배상 움직임이 부진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ELS 불완전판매 대표사례를 두고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지난 13일 열었습니다.
앞서 금융당국이 지난 3월 ELS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한 이후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자율배상에 나섰으나 지난달까지 실제 배상이 이뤄진 것은 우리·하나·KB국민·신한 등 4개 은행에서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준안을 발표한 지 한 달이 넘어갔음에도 배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것은 개별 투자자에게 일일이 배상 비율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이번 분조위를 통해 금일(14일) 발표되는 각 은행의 대표사례 배상비율에 대한 관심이 쏠렸습니다.
어제 개최된 분조위에는 5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의 담당자 및 홍콩 H지수 ELS 투자 피해자가 참석했습니다. ELS 손실사태와 관련해 KB국민은행 등 5개 은행의 대표사례 1건씩을 선정해 총 5건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분조위는 부의된 5건에 대해 검사결과 및 민원조사 결과를 토대로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판단했습니다. ELS상품 판매 시 판매직원이 투자권유 단계서 투자성향분석 등을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등 객관적 상황에 비췄을 때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투자자에게 권유한 ‘개별 적합성 원칙 위반 사례’가 있었습니다.
또한 판매직원이 신탁통장 표지에 금액, 이율 등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게 내용을 기재하는 ‘개별 부당권유 금지 위반 사례’ 등도 확인됐습니다.
분조위는 대표사례 5건의 분쟁조정 신청 건에 대해 ELS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판매사와 투자자 책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각 투자손실에 대한 배상비율을 30~65%로 결정했습니다.
일례로 KB국민은행에 21년 2월 ELT 2건의 신탁을 가입한 A씨의 경우 최종 손해배상비율로 60%로 결정됐습니다. 암 보험 진단금을 정기예금으로 예치하러 왔다가 홍콩H지수 관련 ELT를 권유받고 4000만 원을 투자했다 지난 2월 절반 가까이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 사례에서 기본배상비율의 경우 적합성 원칙 위반,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비율의 30%를 인정했습니다.
개별배상비율은 피신청인(은행)의 내부통제부실 책임 10%p 가산, 신청인의 예·적금 가입목적 인정 10%p 가산, 투자자정보확인서 상 금융취약계층 표기 5%p 가산, ELS 최초투자에 따른 5%p 가산으로 인해 총 30%가 추가적으로 인정됐습니다.
위의 사례와 같이 5개 은행별로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설명의무 위반사항과 개별 사례에서 확인된 적합성 원칙 및 부당권유 금지 위반사항을 종합해 기본배상비율을 산정했습니다.
여기에 민원조사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각 사안별 ELS 분쟁조정기준에 제시한 예·적금 가입목적, 금융취약계층 해당 여부 등 가산 요인과 ELS 투자경험, 매입·수익규모 등 차감 요인을 구체적으로 적용해 최종 배상비율이 산정됩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양 당사자(신청인 및 판매사)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이내 조정안을 수락할 경우 조정이 성립하게 된다”라며 “나머지 조정대상에 대해서는 ELS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분조위 결과와 관련해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기준안을 토대로 나온 배상비율로 기존에는 백데이터 없이 금융사가 내세운 내용만 보고 자율배상을 판단해야 했다면 이번에 분조위에서 나온 배상비율을 보고 근거가 많지는 않지만 투자자들이 자율배상에 임할 때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만큼 이전에 비해 판단하기 용이해지실 것 같다”라며 “투자자분들 입장에서도 돈이 걸린 문제로 자율배상을 수용하게 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하겠지만 이번 결정으로 인해 자율배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5개 대표사례가 모든 사례를 다 반영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이번에 발표된 배상비율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선에서 많은 자율배상이 진행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습니다.
다만 이미 만기가 도래해 원금의 50%전후로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들이 분조위의 조정안을 모두받아들일지는 의문입니다. 일부 가입자들은 불완전판매에 따른 원천 계약무효를 주장하며 원금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분조위에서 내놓은 배상비율과 관계없이 집단소송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투자자분들이 자율배상에 동의하지 않고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법적절차에 따라 진행이 되는 것으로 이전에 은행에 대한 민원소송을 진행해왔던 것처럼 ELS라고 해서 다르게 진행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은행은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자율배상으로 합리적인 배상비율을 제시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한편, 이전에 비해 홍콩H지수가 오르긴 했으나 13일 종가기준 6761.64로 여전히 고점대비 70% 수준을 밑돌고 있는 만큼 향후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들에 대한 분쟁조정과 관련해 은행권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