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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경쟁률 무색...미친 분양가에 계약률 '뚝'

‘경쟁률 높으면 뭐하나’ 11차 가도 계약자 못 채운다

수도권 분양 아파트들이 미계약 늪에 빠졌습니다. 수십 대 1의 경쟁률 기록에도 무색하게 완판에 실패한 단지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공급자들은 수 차례의 무순위 청약에 할인분양까지 시도하며 잔여분 털어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구로구 개봉동의 ‘호반써밋 개봉’은 12월에 2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습니다. 앞서 9월 분양할 때만 해도 2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했던 단지인데요. 일반분양분 110세대 가운데 거의 절반에 달하는 48세대가 잔여분으로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강서구 화곡동의 ‘화곡 더리브 스카이’ 주상복합은 11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습니다. 2022년 11월에 공급했던 단지인데, 일반분양분 75세대 중에 20세대가 1년이 넘게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남아 있습니다.

부천 원종동에 공급된 ‘부천 원종 아이원시티’는 3차 무순위를 진행했는데요. 최소 8,900만 원에서 최대 1억 2,200만 원에 달하는 할인분양을 단행했습니다. 전용 84㎡ H타입 10층 세대는 2022년 당시 6억 7,600만 원으로 분양했었는데, 이번에 5억 5,400만 원까지 분양가를 깎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줍줍(무순위 청약)은 계약하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경쟁률은 높아 보여도 실제 계약까지 진행되는 사례는 적다. 지금 무순위로 나온 단지들은 앞으로도 계속 무순위 일정에서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는 한편,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상당한 수준의 할인 등 파격적인 조치 없이는 잔여분을 털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수도권 분양가 평당 2천만원 돌파, 지난해보다 14.8% 올라

속출하는 미계약의 주된 원인으로는 분양가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올해 수도권 새 아파트 분양가는 결국 3.3㎡당 2천만 원까지 돌파했죠.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평균 분양가는 3.3㎡당 2,044만 원으로, 1,780만 원을 기록한 지난해 보다 무려 14.8% 올랐습니다.

세대별 평균 분양가도 큰 폭으로 치솟았습니다. 올해 수도권에 공급한 아파트는 평균 7억 4,171만 원에 분양했는데요. 6억 2,666만 원을 기록한 지난해 보다 1억 1천만 원 이상 오른 가격으로 분양한 겁니다.

특히 서울은 10억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평균 분양가가 10억 2,039만 원에 달했죠. 7억 9,700만 원을 기록한 지난해 보다 2억 2천만 원 이상 올랐습니다. 경기도 역시 5억 5,936만 원에서 6억 5,252만 원으로 1억 원 가까이 평균 분양가가 올랐죠.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실수요가 선호하는 ‘6억 원 이하’ 아파트도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청약홈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월 초까지 수도권에 분양한 아파트 일반분양분 4만 2,516세대 가운데 6억 원 이하로 공급한 아파트는 2만 3,417세대(55.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도 6억 이하가 절반 이상이네’ 싶을 수 있는데요. 지난해에는 5만 3,112세대 가운데 6억 이하 아파트가 3만 5,959세대에 달했습니다. 1년 사이에 6억 이하 아파트 1만 2천여 세대가 증발했고, 비중도 -12.6%p나 줄어든 겁니다.

시장에서는 분양가 급등의 원인으로 원자재 등 건설원가 상승을 지목하고 있는데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한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10월 기준 152.71p로 3년 전 같은 달(2020.10)에 비해 26.9%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높은 분양가에도 여전히 치열한 경쟁, 하지만…

높아진 분양가에도 경쟁은 치열했습니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전체 경쟁률은 15대1로, 지난해(8대1)에 비해 큰 폭으로 높아졌습니다.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도 주담대를 받게 되었고, 12억 이상 아파트 주담대까지 허용되면서 투자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청약자는 대량으로 증가했습니다. 올해 수도권 일반공급 물량은 4만 2,524세대로 지난해(53,589세대)에 비해 1만 2천여 세대 줄어든 반면, 청약자 수는 65만 4,541명으로 지난해(453,449명)보다 19만여 명이 늘었죠.

특히 서울은 지난해 7만 3,081명에 그쳤던 청약자가 27만 6,610명으로 늘면서, 경쟁률이 58대1에 달했습니다. 경기도 역시 청약자가 24만여 명에서 31만여 명으로 대폭 늘었죠. 다만 인천은 옥석가리기가 심화되면서 청약자 수가 13만 8천여 명에서 5만 3천여 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청약 열기가 치솟으면서 경쟁률 100대1을 기록하는 단지도 속출했습니다. 수도권에 총 9개 단지가 100대1 이상의 대흥행을 거두었죠. 지난해에는 100대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가 단 세 곳에 불과했습니다.

올해 수도권 최고경쟁률은 11월 파주 운정신도시에 공급된 ‘운정3제일풍경채(A46)’가 차지했습니다. 42세대 일반공급에 1만 5,609명이 청약해 경쟁률이 371대1에 달했습니다. ‘동탄레이크파크자연&e편한세상(A94)’이 246대1, ‘청량리롯데캐슬하이루체’가 242대1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습니다.

 

줄어든 물량에도 늘어나는 미달, 이탈하는 실수요

물론 경쟁이 치열하다고 분양이 잘 된다는 건 아닙니다. 치솟은 분양가에 옥석가리기가 심화되면서 분양단지 가운데 청약자가 미달(경쟁률 1:1 미만)하는 단지의 비중은 늘고 있고, 아예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청약시장에서 떠나버리는 대기수요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공급된 116개 단지 가운데 미달을 기록한 단지는 총 26곳입니다. 비중으로 보면 전체의 22%에 달하는 규모로, 올해 공급한 단지 다섯 곳 가운데 한 곳은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지난해에도 25곳의 단지가 미달했으나, 전체 공급단지가 146곳이라 비중은 17.1% 수준에 그쳤습니다.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은 올해 들어 67만 개가 사라졌습니다. 청약홈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638만여 좌였던 청약통장은 올해 11월 말 기준 2,570만여 좌로 줄었습니다. 늘기만 했던 청약통장 구좌가 줄기 시작한 건 지난해 6월부터의 일로, 그사이 사라진 청약통장은 132만여 좌에 달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가 시세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청약의 매력이 뚝 떨어졌다. 집값 상승기에는 다소 비싸게 받아도 2~3년 뒤에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기대로 청약하는 수요가 있었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굳이 청약에 목맬 이유가 사라졌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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