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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해진 입찰 경쟁... 본업은 뒷전인 건설사들

  • 일반
  • 입력 2023.12.18 10:07
  • 수정 2023.12.18 10:09

뜨거웠던 정비업계...수주 경쟁 이제 옛말 

과거 노른자 땅이 나오면 먼저 수주 깃발을 꽂기 위한 건설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는데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수주전에 뛰어드는 모습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 이러한 수주 경쟁도 옛말이 된 듯 해보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 경기가 꺾이고, 공사비 인상, 고금리 장기화 등에 수익성이 악화되자 건설사들은 선별적 사업 수주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비사업에 발을 빼는 건설사들이 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몸 사리는 건설사들로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곳들을 리얼캐스트TV에서 살펴봤습니다.

 

노량진1구역 등 시공사 불발도 다반사

과거 알짜사업으로 여겨지며 입찰 경쟁이 뜨거웠던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시공사 선정에 실패하는 곳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서울 주요 사업지로 꼽히는 여의도 공작아파트가 있습니다. 여의도 공원과 한강 사이에 위치한 지상 49층 아파트로 조성이 예정되면서 서울 정비사업의 대어로 주목 받아 왔습니다. 

여의도 재건축 1호 사업지로 유력한 곳이라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됐지만, 막상 입찰에 참여한 건 대우건설 한 곳 뿐이었습니다. 

앞서 1차 시공사 선정에서도 대우건설 단독 입찰로 유찰됐는데요. 두 차례 유찰에 따라 공작아파트는 수의계약으로 시공사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경쟁 입찰이 무산된 사업장은 또 있습니다. 서울 성동구 응봉1구역 재건축으로 최근 2차 입찰을 진행했지만 현대건설 단독 유찰로 경쟁이 무산됐습니다. 

당초 다수의 건설사가 관심을 보였지만, 조합 측이 제시한 공사비(3.3㎡당 755만원)로는 사업성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대부분 입찰을 포기했고, 최종은 현대건설만 남았습니다. 공작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심지어 아무도 입찰하지 않아 시공사 선정이 불발된 곳도 있습니다. 노량진뉴타운 내 최대 구역인 노량진1구역 정비사업입니다. 

총 2992가구, 사업비만 1조원이 넘는 노량진1구역은 노량진뉴타운 중 규모가 가장 큰 만큼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며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됐습니다.  

실제로 지난 9월 열린 현장 설명회에 GS건설,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금호건설 등 총 7개 건설사가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정작 본입찰에 들어가자 참여한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유력했던 삼성물산과 GS건설마저 실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조합에서 제시한 3.3㎡당 730만원의 공사비가 발목을 잡으며 시공사 선정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 신당9구역도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습니다. 올해 1월 입찰 당시 3.3㎡당 742만원의 공사비로 유찰되자, 이를 840만원으로 올려 지난 10월 다시 재입찰에 나섰지만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습니다. 

서울은 물론 경기에도 시공권을 포기한 사례가 있습니다. 과천 중심지의 마지막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과천주공 10단지 재건축 사업입니다. 

DL이앤씨는 수개월 동안 해당 단지 시공권 확보를 위해 바쁜 행보를 보였지만,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최종 입찰을 포기했습니다. 

결국 과천주공10단지는 시공사 선정 입찰에 두 차례 단독 응찰했던 삼성물산의 무혈입성이 유력해졌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물산이 선정된 상황입니다. 

 

빈번했던 출혈 경쟁...이젠 망설이거나 철회하거나

불과 2~3년 전만 해도 대형 재건축·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건설사들 사이에서 출혈 경쟁이 빈번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정비사업 입찰을 망설이거나 철회하는 건설사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사업 주체 입장에선 더 나은 사업을 제안하는 쪽을 선정해야 하지만 경쟁 구도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 때문입니다. 공사비, 금리 등의 불확실성으로 건설사 입장에선 시공사 선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로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공사비는 건설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수주전이 벌어졌을 때 발생하는 비용도 부담인데요. 실제로 조합이 요구하는 입찰 보증금만 해도 적지 않은 수준입니다.

공사비에 더해 고금리는 수주 환경에 치명타를 주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금리 상승으로 자금이 말라붙었는데,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죠 그렇죠. 시공사 참여가 조금 애매하고. (노량진1구역의 경우) 조합이 지금 나눠져 가지고 시끄러워요. 그래서 1구역 같은 경우는 아마 사업 진행이 상당히 늦을거다"(노량진뉴타운 인근 T공인중개업소)

 

정비사업에 발 빼는 분위기 이어질 전망 

문제는 내년에도 정비사업에서 소극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4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을 통해 내년 국내 건설 수주액을 187조3000억원 정도로 내다봤는데, 이는 올해 대비 1.5% 감소한 추정치입니다. 

앞으로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수주 환경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건설사마다 자금조달의 어려움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소위 돈 되는 사업지가 아니라면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시장에서 발을 빼려 할 텐데요. 

이렇게 사업 수주가 줄고 정비사업이 계속 미뤄지면 공급 물량이 감소하고, 결국 주택 공급난을 불러오게 됩니다. 

당분간 건설경기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 신규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면서 업계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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