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수십대1이었는데…” 수도권 분양권마저 마피로 나온다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 ‘마피’ 분양권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비인기상품도, 지방시장도 아닌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매물이 수천만 원씩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나오고 있죠.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첨된 수분양자들이 출혈을 감수하며 분양권을 던지기 시작하자, 시장에서는 다시 하락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송도·용인수지·의왕 등 마피 속출… 서울도 예외 아냐
강북구 미아동에서는 결국 -2천만 원 마피 매물이 등장했습니다. A단지 전용 84㎡(A)가 11억 1,970만 원으로 시장에 나왔죠. 원래 11억 1,190만 원으로 공급된 타입인데, 발코니 확장비용 2,780만 원을 이미 지불한 집입니다.
이 단지는 이외에도 많은 매물들이 사실상 무피로 시장에 출회되고 있습니다. 11월에는 84㎡(B)가 11억 3,402만 원으로 손바뀜이 있었는데, 분양가가 11억 3,382만 원이었으니 무피나 다름없는 거래였습니다.
물론 A단지는 서울의 대표 장기 미분양 단지였죠. 지난해 3월에 첫 분양공고를 낸 이후 올해 10월이 되어서야 간신히 미분양을 털어냈습니다. 그 사이 9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단지이기도 합니다.
다만 지금의 분양권 시장 한파는 인기 단지도 가리지 않습니다. 지난해 분양 당시 송파구에서 리모델링으로 공급한 B단지는 평균 2,387대1이라는 경이로운 경쟁률을 기록했고, 이제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요. 일반분양분 매물들이 무피로 다수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서울 외 수도권에서는 수천만 원 규모 마피 매물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송도에서는 C단지에서 8억 6,900만 원으로 공급한 전용 84㎡(B) 타입이 -8,700만 원 낮은 7억 8,200만 원에 매물로 나와 있습니다. 인접한 단지에서도 -3,500~6,000만 원 수준의 마피 매물이 나왔죠.
경기도 예외가 아닙니다. 의왕 내손동, 용인 수지, 의정부 신곡 등 주요 지역 분양권도 무피가 수두룩하고, 천만 원 단위의 마피 매물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수도권 아파트조차, 지식산업센터나 오피스텔의 비명이 남 일이 아니게 된 겁니다.
규제완화 약발 짧았다, 다시 찾아온 거래절벽
거래량은 바닥을 향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승해 온 분양권 거래량은 2분기를 고점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했습니다. 10월 들어서는 연초의 거래량 이하로 주저앉은 상황입니다.
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의 분양권 거래량 상승을 규제완화 효과로 보고 있습니다. 집값이 반등하면서 분양권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4월부터 전매제한 규제까지 대폭 완화되자 차익을 노린 가수요와 실수요가 쏠리면서 거래량이 늘었다는 겁니다.
다만 전매제한 완화의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달 정도 반짝 거래량이 늘었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다시 가파르게 감소하기 시작했죠. 전매제한은 완화되었지만 분양가 상한제 단지에는 실거주 의무가 건재하고, 단기양도차익의 양도세 중과도 해결되지 않아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거래량은 바닥을 쳤고, 고금리 환경을 견디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하나둘 마피로 분양권을 던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마피로 나온 매물도 보름 넘게 소화가 안되는 경우가 허다한 터라, 향후 호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바보야 문제는 분양가야’ 오르기만 하는 분양가
일각에서는 분양권 거래절벽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고분양가를 꼽습니다. 신규 분양단지들이 공사비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분양가를 시세 수준으로 높여 놓은 결과, 분양권에 매력을 느끼는 수요가 줄었다는 겁니다.
지난 11월 말에는 내발산동에 공급계획을 알린 한 단지가 굉장한 분양가로 이목을 끌기도 했죠. 이 단지는 전용 44㎡를 최소 8.9억부터 최고 11억에 분양해 분양가가 3.3㎡당 5,785만 원에 달했습니다. 래미안 원베일리 분양가(5,663만 원/3.3㎡)보다 높은 수준이라 후분양인 걸 감안하더라도 너무했다는 말이 많았죠.
이 단지만의 경향도 아닙니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3,725만 원에 달합니다. 잠원동 신반포중앙하이츠나 래미안원베일리가 분양한 2021년 상반기에도 평균 3,016만 원이었는데, 분양가 상승세가 굉장합니다.
분양가 상승세는 집값 하락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HUG조사)는 2022년 106.3p를 찍고 내려와 올해 5월에는 -12.77% 감소해 92.7p를 기록했는데요. 반면에 분양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11.55% 올랐습니다.
시장에서는 분양가 상승의 원인으로 건설원가 상승을 꼽고 있죠. 그런데 정작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조사한 주거용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같은 기간 6.75%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계속 오르는 땅값도 주요 방어논리인데요. 하지만 그 땅을 얼마 주고 샀는지 선뜻 말하는 공급자는 드뭅니다. 참고로 2021년엔 “오래 기다려도 어차피 오를 것”이라며 감정가의 3배씩 주고 공공택지를 사 모으는 게 유행을 타기도 했었죠.
어차피 팔릴 거라며 비용을 퍼부은 공급자, P만 챙기고 나온다며 일단 청약한 투자자, 모두 최종소비자가 높은 가격에 넌더리를 내며 시장을 떠나면서 난처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소비자들이 마음을 돌려 돌아오기엔 집값이 아직 너무 높아 보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