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세훈 시장)가 정비사업 속도를 대폭 끌어올리는 ‘신속통합기획 시즌2(이하 신통기획 시즌2)’를 9월 29일 공식화했습니다.
‘신통기획 시즌2’는 정비사업의 △절차 간소화 △협의·검증 신속화 △이주 촉진이라는 3대 전략을 통해 사업 기간을 최대 6.5년 단축, 2031년까지 31만 호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요즘 건설사들은 보수적으로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고, 계속된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조합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신통기획 시즌2, 사업 절차 간소화로 속도전
29일 서울시가 발표한 ‘신통기획 시즌2’는 정비사업의 인허가 절차 전반을 혁신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시즌1을 통해 평균 18.5년이 걸리던 정비사업 기간을 5.5년 단축한 13년까지 줄인 데 이어, 이번 시즌2에서는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 5.5년에서 6.5년 단축하게 됩니다.
첫 번째 각종 절차를 폐지, 간소화합니다.
먼저 환경영향평가 초안검토 회의 생략(2개월 이상 단축), 조합원 분양 전 추정분담금 중복 검증 폐지(4회에서 3회로), 임대주택 세입자 자격조회 절차 간소화(1회 실시) 등이 포함됐다. 또한 해체종합계획서 작성도 실제 철거구역에 한정해 작성하도록 개선했습니다.
두 번째 협의·검증을 신속하게 합니다.
서울시는 직접 부서 간 이견을 조율하는 ‘협의 의견 조정 창구’를 마련하며 내년 상반기부터는 관리처분계획 검증을 한국부동산원 뿐 아니라 SH공사도 병행해 정비사업 물량 증가로 검증이 지연될 수 있는 것을 방지할 계획입니다.
세 번째 세입자 보호 강화를 위해 이주비 보상을 확대합니다. 법적 손실보상에서 제외됐던 세입자에게도 이주비를 지원해 이주 지연으로 인한 사업 지연을 방지할 계획입니다.
이때, 조합이 추가 보상을 제공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통해 부담을 보완하는 방식을 도입합니다.
이와 함께 정비구역 면적이나 기반시설 규모 등 경미한 변경 권한을 자치구에 위임해, 구청장이 직접 인가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합니다.
서울시는 ‘신통기획 시즌2’를 통해서 2031년까지 31만 호를 착공하고 2035년까지 37만 7,000호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인 63.8%에 달하는 19만 8,000호는 한강벨트 등 수요가 많은 지역에 집중될 계획입니다.
정비사업 현장은 선별수주 확산… 시공사 선정 지연 속출
그러나 정비사업 현장의 분위기는 녹록지 않습니다. 최근 서울 주요 정비사업 수주전에는 건설사들의 단독 입찰이 잇따르며 시공사 선정이 무산,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시공사 선정에 나섰던 여의도 대교 아파트 재건축은 삼성물산 단독 응찰, 송파구 한양2차 아파트도 GS건설 단독 응찰로 결국 입찰이 무산됐습니다.
여의도, 송파구 등 재건축 알짜 입지로 꼽히던 현장들에서 이처럼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건설사들이 수익성과 리스크를 우선 고려하는 ‘선별 수주’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인건비와 자재가격이 크게 올라 공사비 리스크가 커진데다 분양성을 우려해 내실 경영을 택하는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선별 수주가 계속되면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현장들은 시공사 선정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이는 이주, 착공, 준공까지 모든 사업 단계의 지연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급등하는 공사비도 ‘신통기획 시즌2’의 걸림돌입니다.
서울시는 최근 도봉구 도봉동 삼환도봉 아파트 용적률 상향 사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3.3㎡당 700만 원 수준의 공사비를 기준으로 조합원 분담금을 추산해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정비사업의 3.3㎡당 공사비는 2019년 490만 원, 2021년 578만 원, 2024년 842만 원으로 치솟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성수, 여의도, 압구정 같은 지역은 1,100만~1,200만 원 수준이 일반화됐습니다.
실제로 성수2지구는 총 사업비가 1조 7,800억 원으로 평당 공사비는 1,160만 원 수준이며 여의도 대교아파트도 1,120만 원 수준입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기본 건축비는 실시간 반영이 안돼 현실과 괴리가 매우 크다. 최근에는 고급화 하는 현장도 많은 데다 안전관리 비용이 더해지는 등 공사비 상승 압박이 계속되고 있어 서울시가 언급한 3.3㎡ 700만 원 공사비는 현실과 차이가 많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는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시민이 원하는 곳에 신속히 주택을 공급하고, 실질적인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두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의 주택공급 문제 해결은 강남 3구 등 주요 지역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신속통합기획 시즌2를 통해 공급 속도를 획기적으로 앞당기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비사업 현장에는 현실적 변수가 산적해 있어 서울시의 정책적 지원 이외에 비용의 현실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신통기획 시즌2’의 속도전 전략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건설사와 조합,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 보완도 조속히 논의돼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