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통해 정비사업의 초기 절차를 단축하며 주택 공급 확대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착공 이후의 단계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한계도 있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주택 공급 확대와 관련해서 정부와 서울시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공주도를 내세우고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역할을 나누면서도 조화를 이뤄야 공급 확대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서울시 신통기획…정비사업 사업기간 5년 단축
서울시는 2021년 9월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을 도입하며 정비사업 사업기간 단축에 힘을 쏟았습니다.
신통기획 이전까지 정비사업의 평균 소요 기간은 18년 6개월 정도인데요. 정비구역 지정에만 2년 6개월, 추진위원회 및 조합설립에 3년 6개월,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인가 후 이주까지 8년 6개월가량이 소요되는 식입니다.
서울시는 정비계획과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동시 추진하고, 조합설립 기간도 1년으로 단축하는 등 신통기획을 추진하며 지난 4년 동안 153개 단지를 정비구역으로 지정, 약 21만 가구의 공급 기반이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2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속통합기획 무엇을 바꾸었는가' 토론회에서 2026년 중순까지 총 31만 2,000가구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정, 목표는 좋은데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착공소식
이처럼 신통기획을 통해서 서울시 정비구역이 크게 증가했지만 2021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신통기획 선정 사업지 206곳 가운데 착공된 현장은 2곳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출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정비구역 지정확대가 곧바로 공급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정은 빠르게 늘었지만 착공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문 상황입니다.
이 같은 문제는 첫 번째로 전문성과 자금 조달 능력이 제한된 조합 운영에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합 운영 방식에 조합원들이 불만을 갖고, 조합 집행부가 교체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합니다.
두 번째 사업비 증가도 문제입니다. 사업비가 증가하면 조합원, 시공사 양쪽 모두 부담이 가중되거나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최근 5년간 공사비 지수(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를 지수화 한 것)는 30% 이상 상승했습니다. 또한 단열재 강화나 제로에너지빌딩 인증 등의 더해진 규제도 공사비 상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3.3㎡당 500만 원 수준이던 공사비는 1,000만 원을 초과할 만큼 크게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사업비 증가로 조합원들의 부담이 가중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집행부와 조합원, 조합과 시공사 간의 분쟁으로 이어져, 사업은 얼마든지 지연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울은 민간 정비사업 외엔 지을 땅이 없는데… 정부는 공공 주도에 힘
정부는 LH가 직접 시행하는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 추진을 중심으로 한 ‘9.7부동산대책’을 들고나왔습니다. 이를 통해 수도권에서 매년 27만 가구, 2030년까지 135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서울에서 공급된 주택의 약 88%가 민간에 의해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 12%의 공공 물량의 대부분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며 이중 2% 정도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물량으로 나타났다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2일 토론회를 통해 밝혔습니다.
서울시가 신통기획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 해야 서울에서 실질적인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서울시는 ‘신통 시즌 2’를 통해서 강남 등 핵심 지역 재건축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인허가와 용적률 상향을 통한 사업성도 높이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서울시와 정부가 공급 확대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보이자 업계 관계자들은 제도 개선과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부동산인포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는 재건축 정비사업을 주저하게 하는 가장 큰 규제인데, 계속 남겨둔 상태로 재건축 속도나 사업성을 개선한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비사업은 공익적인 측면도 있는 만큼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비 조합 운영을 지원하고 리츠, 기금 등 사업비 지원 가능 제도적 장치 등의 현실적 지원도 마련돼야 합니다”라면서 “사업비가 크게 가중되면서 조합, 시공사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라 사업 속도가 생각만큼 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정부가 공공 주도 이유로 서울시의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서울시의 ‘신통 시즌 2’ 정책 추진은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느 한쪽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인데요. 정부와 서울시의 조율과 균형 있는 시스템 구축이 향후 서울 주택 공급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 변수로 남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