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불패 신화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사람들이 줄을 섰죠. 다만 똘똘한 한 채를 반긴다는 건 똘똘하지 못하면 외면당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화곡동에는 근 3년째 미분양을 털어내지 못한 단지가 있습니다.
최근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이 공매로 나왔는데 모두 그대로 유찰돼버렸죠. 대체 어떤 문제가 있길래 이렇게 외면받고 있을까요? 실제 현장을 확인해봤습니다.
140세대 중 절반 공매행… 전부 유찰된 이유는?
화곡더리브스카이는 화곡동 일대에 펼쳐진 빌라밀집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9월 방문한 현장은 아무래도 썰렁했습니다. 대형마트가 약속됐던 상가는 비어있고, 여전히 할인분양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죠.
어째 위치가 아파트가 있기에는 다소 쌩뚱맞은 느낌이 있는데요. 바로 옆에 있는 화곡중앙시장을 정비하면서 지어올린 주상복합 아파트라 그렇습니다.
2022년 분양한 140세대 규모 단지입니다. 후분양 형태로 분양을 했는데 처음에는 청약경쟁률이 최고 10대1도 나왔어요. 다만 실제 계약률은 저조했고, 지난해까지 18차례 임의공급을 실시했습니다만 결국 완판에 실패했습니다.
최초 분양가는 전용 59㎡ 기준 5억 원 중반, 전용 30㎡ 저층은 2억원 대에도 나왔고요. 나중에는 옵션을 전부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지만 시장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75개 호실과 상가들이 공매로 나왔고, 전부 관심을 못 받고 유찰됐죠. 이번 공매도 심지어 두 번째 공매입니다.
지하철 도보 10분, 김포공항 소음도
이 단지의 주된 아쉬움으로는 주로 생활환경이 꼽히는 편입니다. 제일 큰 게 대중교통 접근성입니다. 가까운 역은 까치산역과 화곡역인데 실제로 걸어보니 골목길로 10분 이상 걸립니다.
주차장은 아직 여유로운 편이라고 합니다만 진입경로 자체가 너무 열악해서 장점이 퇴색됩니다. 일방통행 골목길을 한참 돌아들어가야 비로소 주차장 입구에 도달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가 보고 조금 놀란 부분이 김포공항 비행기 소음이었습니다. 체감상 5~10분에 한번씩은 크고 작은 비행기 소음이 들리더라고요. 예민한 분이라면 신경쓰일 수 있겠습니다. 특히 화곡1동은 소음대책지역 밖인데 신경은 신경대로 쓰이고 지원은 못받는 점은 안타깝네요.
상권 구성은 양호한편, 이웃 대림아파트는 실수요 인기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입지입니다만, 그렇다고 최악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쇼핑은 의외로 괜찮은 편입니다.
화곡중앙시장이야 젊은 1~2인 가구에게 생필품 조달처로서 매력이 별로 없지만, 시장 서문으로 나서면 다이소, 프랜차이즈 등 대림아파트 일대 상권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병의원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고요. 로컬 대형마트도 있어서 크게 마트가 아쉬워 보이지도 않습니다. 약속대로 단지 1층에 생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차피 요즘은 다 쿠팡 쓰니까요.
‘빌라촌이라 아파트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긴 합니다만, 대표적인 반례가 화곡 대림아파트입니다. 걸어서 2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로, 실수요자한테 꾸준하게 인기를 구가하고 있죠.
역세권이 아닌 점도 아쉬움은 있지만 미우나 고우나 2·5호선 인근입니다. 화곡중앙시장 서문을 나가서 버스를 타면 지하철도 크게 멀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곡, 여의도, 광화문, 강남 출퇴근에 다 유리하니 1~2인가구 실수요자라면 관심이 갈 법도 하죠.
이 단지의 진짜 아쉬움은 입지보다 상품과 계약조건에 있는 편입니다.
‘나홀로 아파트’ 투자·실수요 모두 부담
이 단지는 1동짜리 나홀로 아파트로서, 평면 구성은 오피스텔에 가깝다는 평가입니다. 가장 작은 12~13평 평면은 분리형 원룸에 가까운 스튜디오형 구조고요. 전용 59㎡도 욕실이 2개지만 방은 2개에 그치고, 동선도 깔끔하지 않은 편입니다.
당장 1~2인 가구가 이용하기에 부족함은 없으나, 가족구성원이 늘어나면 일정부분 아쉬움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죠.
결국 신혼부부라면 이 집을 팔고 떠나야 하는 시점이 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긴데, 이런 나홀로 아파트는 처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시장이 똘똘한 한 채를 찾고 있는 이상 수요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실수요라도 손이 선뜻 가지 않습니다. 이 단지를 취득하게 되면 즉시 생애최초 특별공급기회가 날아간다는 문제가 있죠. 당장 저렴한 가격에 매력을 느꼈다 하더라도 향후에 있을 지 모를 더 좋은 기회를 통째로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죠.
시장에서 빌라가 외면받는 이유와 같습니다. 따로 임대를 놓기에도 까다로운 만큼 상황이 빌라보다 나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가격은 매력적이지만…
종합하면 가격 면에서 매력은 충분하지만, 생애주기상 아파트를 찾게되는 수요를 만족시키는 조건과는 거리가 있는 단지입니다.
다만 이 동네에 있을 이유가 있고, 저렴하게 집을 구하는 실수요로서 재테크는 주식 등으로 하려는 분이라면 다음 공매를 기다려 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한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쉽지 않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