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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만에 전세 시장 붕괴… 서울은 이미 월세 중심 도시
- 초고가 월세 확산에서 외곽 300만 원까지… 주거비 폭등 현실화
- 대출 규제·보유세 강화·입주 절벽이 만든 구조적 변화

서울, 전세 사라진 월세 도시되나?

기자명 권일 기자
  • 일반
  • 입력 2025.11.19 09:11

서울 임대차 시장에 월세 거래가 최근 5년 새 2배가량 증가하며 월세 바람이 거침없습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에서 체결된 월세 계약은 47만 6,634건으로 지난 2020년 같은 기간(23만 9,888건)의 2배가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세 계약은 34만 1,977건에서 23% 감소한 26만 2,500건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 이후 월세 계약건수를 보면 △2020년 23만 9,888건 △ 2021년 27만 1,897건 △2022년 38만 1,837건 △2023년 37만 8,685건 △2024년 38만 2,661건 △2025년 47만 6,634건 등으로 2022년 이후로 30~40만 건의 월세 계약이 이뤄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전체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이 전세를 비중을 역전한 것은 2022년으로 당시 월세 비중은 53.2%였습니다. 이후 3년 만인 올해 60%를 넘어서며 확실히 월세가 전세를 압도하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단순히 전세 물건이 없어서,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범주를 벗어납니다. 임대인, 임차인, 주택정책, 수급 등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전세 시스템이 흔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세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력으로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월세로 내몰리고, 보유세와 대출 관리 강화로 인해 집주인들도 전세를 유지하는데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렇게 빨리 월세화가 진행되면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입지가 더욱 좁혀지며 임대차 시장의 구조가 바뀔 수 있다. 전세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구조적으로 강력한 월세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출 규제와 세제 변화, 입주 절벽까지…전세를 압박한 구조적 요인

앞서 잠시 언급됐지만 전세 시장의 축소 배경에는 부동산 정책의 변화가 있습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는 투기억제, 불로소득 환수 이유로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최대 6%까지 인상했습니다. 그 이전 부동산 규제가 강했던 노무현 정부 때도 최고세율은 3%였습니다. 당시 공정시장가액도 매년 단계적으로 상승해, 시세는 오르지 않았는데 보유세는 오르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2년 월세 비중이 53.2%로 월세가 전세를 역전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정부에 거치면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전세 시장에 추가 압박을 가해졌습니다. 올해 발표된 6·27 대책으로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90%에서 80%로 낮아져 세입자의 전세 비용 부담이 커졌습니다. 또한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전세 끼고 집 사는’ 갭투자가 차단, 전세를 기반으로 유지되던 주택 매매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세는 더욱 귀해졌습니다. 

또한 전세 물건 감소에는 보유세를 감당하기 위해 월세로 전환되는 전세 매물, 계약 갱신청구권 사용으로 시중에 나오지 않는 전세 매물 등도 이유로 꼽힙니다. 

여기에 더해 입주 물량 감소도 전세 시장을 축소시키고 있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임대 제외)은 올해 3만 2,810가구에서 2026년에는 1만 7,763가구로 올해 보다 45.9%가 줄어듭니다. 2027년에는 1만 가구 수준까지 줄어들 예정이라 전세 품귀는 더욱 심화될 전망입니다. 

고액 월세 빠르게 확산…외곽도 ‘월 300만원 시대’

월세 시장은 규모만 커지는 게 아니라 가격까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서울 평균 월세는 2020년 81만 원이었으나 올해 113만 원으로 세 자리 수로 바뀌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평균 아파트 월세도 144만 3,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입니다.

고액 월세는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올해(1월~10월) 서울에서 월세 1000만 원 이상 거래는 212건으로, 2020년 23건에 비해 9배 증가했습니다. 성동구에 위치한 갤러리아포레 전용 241㎡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가 4000만 원이나 됩니다. 월세 3000만 원 이상 거래도 지난해 3건에서 올해는 5건으로 늘었습니다.

이들 고액 월세는 비단 강남, 용산, 성동 등에 국한되지 않고 금천구나 노원구 등의 평균 집값이 낮은 지역에서도 고액 월세 거래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금천구 독산동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1차 전용 84㎡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1,000만 원에 계약됐습니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 84㎡는 10월에 보증금 6,000만 원에 월세 300만 원에 계약이 됐습니다. 

전세 대출이 막혔고, 전세 매물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울 세입자들의 선택지는 월세 아니면 경기 등 서울이 아닌 타 지역으로 자금에 맞게 움직이는 방법뿐입니다. 

 

서울, 진짜 월세 도시 될까? 

전세 시장이 흔들리면 결국 타격은 소득 수준이 적은 젊은 층과 서민들이 받게 됩니다. 상환 능력까지 꼼꼼하게 따지는 대출 제도에서는 더욱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반전세나 보증부 월세로 매달 고정 비용 지출이 발생하는데, 서울 평균인 100만 원대 월세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들에겐 결혼, 출산, 저축은 더욱 먼 얘기일 뿐입니다.

자산가들은 세금, 관리 부담을 덜기 위해 월세를 선택합니다. 월세를 내고, 보증금을 낮춰 남은 자금으로 다른 투자가 가능합니다.

전문가들은 입주가 급감하는 향후 2~3년이 '월세 도시 서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입을 모읍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일단 앞으로 2~3년은 서울 입주 물량이 줄어 전세 시장은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 월세 비중은 더 커질 수 있다”라면서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신속하게 공급 가능한 주거 상품과 공공임대 등을 조속히 공급하고, 젊은 층의 주거 지원을 위한 금융 상품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 흐름은 쉽게 되돌릴 수 없고, 주거비 부담을 덜어 줄 정책적인 지원이 없다면 서울은 심각한 ‘월세 불평등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전세가 완전히 사라지긴 어렵겠지만 서울이 새로운 임대 주거 체계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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