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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 매물 1년 새 20% 증발… 임대인 우위 시장
- 실거주 의무, 토지거래허가제, 대출규제 삼중고가 전세난 키워
- 서울 임대시장 중장기적으로 전셋값 상승, 월세 심화 불가피

규제가 만든 전세난… ‘입주장 하락 공식’도 깨졌다

기자명 권일 기자
  • 일반
  • 입력 2025.11.13 07:58

서울 전세시장에서 통상 입주 시점마다 나타나던 ‘전셋값 하락 공식’이 깨지고 있습니다. 

과거엔 아파트 입주 시점만 되면 전세 매물이 대거 쏟아지며 가격이 하락하곤 했으나, 올해는 입주가 임박한 단지부터 오히려 전셋값이 상승하는 현상이 잇따르면서 연속된 부동산 규제가 ‘입주장 전세 하락’ 공식이 깨졌습니다. 

이처럼 임대인 우위 시장이 고착화되면 전세난과 함께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 해집니다. 또한 단기 수익을 위해 월세로 전환되는 물건들로 월세화도 심해져 임차인들의 고통도 한층 심화 될 수 있습니다. 

 

입주 초반 잠깐 전셋값 하락 후 곧바로 반등 성공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는 총 4만 2,684가구가 입주합니다. 이는 지난 해 입주물량(2만 8,257가구) 대비 51.1% 증가한 수준입니다. 

올해는 이문아이파크자이(4,321가구), 래미안라그란데(3,069가구), 휘경자이디센시아(1,806가구) 등이 입주하는 동대문구가 총 1만 280가구로 입주 물량이 가장 많고 메이플자이(3,307가구)가 입주한 서초구가 4,514가구 입주로 뒤를 따릅니다. 이외에도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 대단지들이 입주하는 송파구(3,005가구), 성북구(3,390가구) 등도 평년보다 입주가 많은 편입니다.

이처럼 평년에 비해 입주가 늘었지만 이들 전셋값은 입주 초기 잠깐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지 부동산에 따르면 이문아이파크자이(11월 입주), 휘경자이디센시아(6월 입주), 잠실래미안아이파크(12월 입주예정) 등의 단지들은 최근 이전보다 3,000만~5,000만 원 가량 오른 가격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일부 집주인들을 제외하곤 보증금 호가를 내리지 않고 오히려 올리고 있어 ‘입주장 전셋값 하락’ 공식이 깨졌다. 또한 임차인보다 전세 매물이 많아 발생하는 역전세 현상도 사라졌습니다. 

많은 입주에도 전세 매물은 감소했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1월 3만 1,814건이었으나 11월 들어서는 2만 6,069건으로 18% 감소했습니다(기준일 1월 1일, 11월 10일). 

지난 6월 동대문구 휘경동에 입주했던 휘경자이디센시아 전용 59㎡는 입주 3개월 전인 3월경에는 4억 원대에 계약이 이뤄지다 입주 3개월이 지나고는 5억 원대 후반에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현재는 6억 원에 전세매물 1개만 있는 것으로 확인될 만큼 전세 물건이 귀한 상태입니다. 

 

대출규제, 토지거래허가, 실거주 의무 등의 규제 삼중고 탓

전세 매물 감소에는 연이은 부동산 대책의 영향이 절대적입니다. 10·15 대책 등 연속된 규제로 시중에 풀리는 전세가 급감했습니다. 전세대출까지 시행되면서 기존 계약에서 갱신하는 형태의 전세계약이 늘어나 시장에 나와야 할 전세물건이 시장에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2월,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의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전세계약을 3년으로 합의하거나 2년 계약 후 1년만 연장하는 전세계약까지 등장했습니다. 

실제로 오는 12월 입주를 앞둔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의 경우 ‘3년 계약’짜리 전세 매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 매물은 일반 분양자들의 전세 매물이며 조합원 입주물량은 ‘2년+2년’ 전세계약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3년만 거주하는 일반 분양자들의 전세 매물은 조합원 전세 매물 보다 1억~2억원 가량 낮은 시세가 형성돼 있습니다.

일반 분양자 전세 물건을 불가피하게 계약해야 하는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4년이 아닌 3년이라는 거주기간으로 ‘거주 안정성’이 위협을 받게 됐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도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해당 구역에서는 실거주 목적 이외에 주택 구입이 제한 돼 보유한 주택을 처분하거나 임대용으로 주택을 활용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지금까지도 올랐는데, 내년엔 더 오른다는 전셋값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5% 오르며 41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송파구가 0.34%로 가장 크게 올랐으며 강동구(0.28%), 양천구(0.27%), 서초구(0.23%), 용산구(0.21%) 등도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 157.7을 기록해 2021년 10월(162.2) 이후 48개월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100을 기준으로 100을 상회할수록 수요가 많음을 의미하고 150을 넘으면 공급 부족을 의미해 그만큼 전세난이 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전셋값이 4%, 수도권은 5%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은 내년 입주예정 물량이 2만 8,984가구로 올해 보다 32.1%가 줄어들 전망이라 전세 공급 절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전세난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성환 연구위원은 “공급부족이 심화되면 전세시장 불안이 불안정해지고 월세 전환을 가속시켜 실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공공임대 확대와 함께 민간임대 시장 정상화를 위해 임대사업자 제도를 정비하는 등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규제 중심의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부동산인포 관계자는 “당장은 실거주 의무 같은 규제는 완화를 통해 시중에 전세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라면서 “공공 임대공급은 당연히 늘리는 게 맞고, 민간임대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임대사업자 관리를 엄격히 하는 대신, 세제 혜택 등으로 참여가 늘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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