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15대책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업계 주요 기관의 리서치 결과에서는 내년 부동산 시장이 정부 의도와 다르게 움직일 것이란 예측이 나왔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부동산R114 등이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내년(2026년) 주택시장은 ▲전셋값 폭등 ▲수도권 상승, 지방 하락의 양극화 ▲공급 불안에 따른 심리 불안이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내년 전셋값 4% 상승, 매매가의 5배 수준” 전망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4일 개최한 ‘2026년 건설·자재·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국의 주택 전셋값이 올해(1% 상승 예상)보다 4배 높은 4.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같은 기간 주택 매매가격은 0.8%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측 해 전셋값이 매매가 상승폭의 약 5배 가량 높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한 수도권의 매매가는 2.0% 상승하지만 지방은 0.5% 하락하며 지역 간 양극화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건산연 김성환 연구위원은 “공급 부족과 수도권 중심의 수요 집중 현상으로 주택시장 양극화가 불가피해 보인다”라면서 “입주 물량이 줄고, 매수세가 전세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전셋값 상승폭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건산연은 전세가격 상승의 구체적인 배경으로 ▲신규 입주 감소 ▲수도권 토지거래허가제 확대로 전세 매물 감소 ▲위축된 매수세의 전세수요 전환 등을 꼽았습니다. 특히 토허제 적용에 따라 전세 낀 매물의 거래가 제한돼 전세 매물이 부족해 지고, 이것이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현재, 주택 공급 계획은 수치상으로는 늘어날 전망입니다. 건산연에 따르면 내년 주택 인허가 물량은 47만 가구, 분양은 25만 가구로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이는 민간 부문이 수도권 등의 인기 지역에 집중되는 식이라 전국적으로 봤을 때 공급 증가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날 전망입니다.
또한 계속 된 공사비 상승과 PF의 어려움,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실제 착공되는 물량은 예상보다 부족할 것으로 예상 돼 수도권 핵심지 전세난의 경우는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산연은 내년 건설 경기는 올해 보다는 조금 개선 돼 건설수주는 올해보다 4% 증가한 231조 2,000억 원, 건설투자는 2% 증가한 270조 원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새해에는 공공 SOC 투자가 전체적인 수주 규모가 커지겠지만 민간 주택시장은 고비용으로 인해 회복이 더뎌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동산R114 '국민 절반 ‘집값 오른다'… 전세·월세 상승 거셀 것
부동산R114가 발표한 ‘내년 상반기 주택시장 전망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내년 상반기 집값이 ‘오른다’라고 꼽았습니다. 이 같은 수치는 2021년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 조사 당시 상승 전망 응답률(62%)에 이어 5년만에 기록한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합니다(10월 22일부터 11월 2일까지 전국 1,458명 대상 조사 결과).
매매가 상승 응답자들은 ‘핵심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35.4%)’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습니다. 이는 정부의 6·27대책과 10·15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의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나타난 현상으로, 새해에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임대차 시장에 대해서도 상승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전셋값이 오른다는 응답자는 57.75%로 ‘내린다(9.26%)’를 크게 앞질렀으며 ‘월세가 오른다’는 응답자는 60.91%에 달했습니다.
전셋값 상승 이유로는 ▲매수심리 위축에 따른 전세수요 증가(34.8%) ▲임대인의 월세 선호 강화로 전세물량 감소(23.7%) ▲서울 등 인기 지역 입주 부족(14.7%) 등이 꼽혔습니다.
내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로는 ‘대출, 세금 등 부동산 규제 환경 변화(17%)’가 차지했습니다. 차순위는 ‘국내외 경기회복 속도 등 대외 경제여건(16.8%)’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집값 안정에 민감하고, 이에 따른 정책을 계속 펴 나갈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자들 심리에 반영이 돼 있다.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건설업 특성상 단기간에 주택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승을 점치는 수요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3년 약 19.5만 가구로 정점을 찍은 수도권 입주물량은 2024년 약 17.1만 가구, 올해 약 13.8만 가구 등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약 11.1가구까지 줄어들 예정이라 공급 불안이 가중될 전망입니다.
임대차 시장은 월세 비중이 커지고, 전세난이 가중되는 등 세입자들의 부담은 올해 보다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동산인포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물량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3기 신도시 상당수는 공급 소식이 묘연하다. 적시, 적소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고 지방은 일자리 창출 등 인구 유입이 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부동산 시장도 살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