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죽신
올해 부동산시장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다름 아닌 ‘얼죽신’이었습니다. 얼죽신이란 ‘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의 준말로, 올 한 해 있었던 신축 아파트 열풍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이는 이전까지 부동산시장이 ‘몸테크(몸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구축 아파트에 살며 재건축 등을 기다리는 일)’ 중심으로 돌아갔다면, 올해에는 신축 아파트 쏠림 현상이 유달리 강한 한 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축 아파트 가격은 가파른 오름세를 기록했는데요.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부동산R114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연식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서울 기준으로 입주 1~5년차 신축의 경우 9.24%, 6~10년 준신축은 8.96%, 10년 초과한 구축은 6.56%로 격차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신축 선호 추세는 최근 MZ세대를 위시한 젊은 층이 주택시장의 핵심 수요자로 떠오르면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양극화
얼죽신 다음으로 올해 부동산시장을 강타한 키워드는 ‘양극화’입니다. 올해 주택시장은 5월까지 하락세를 기록하다가 6월 들어 상승 전환한 뒤 11월까지 상승세를 유지해 왔는데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부터 11월까지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국 기준으로 0.78%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데 비해 지방에서는 하락률을 기록한 곳도 적지 않았습니다. 일례로 6~11월 서울의 매매가격지수는 3.80%나 상승한 반면, 대구는 -1.52%, 세종 -1.06%, 부산 -0.74%, 제주 -0.87%, 광주 -0.53% 등을 기록한 것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러한 지역별 양극화는 당분간 계속되리라 예상했는데요. 올해 말 대출 규제로 인해 전반적으로 매수 심리가 침체됐으나, 11월에도 서울, 경기만은 상승 국면을 이어간 반면, 지방은 보합 또는 하락 국면을 띠며 양극화가 심화됐습니다.
#분양가 상승
올해 부동산시장을 정의할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분양가’입니다. 올해 분양가는 공사비 급등에 더해 ‘얼죽신’ 등 신축 선호 현상이 겹치며 크게 솟구치고 있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130.45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는데요. 이에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11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서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은 ㎡당 577.1만원으로 전년 동월(518.3만원) 대비 11.36%나 올랐습니다. 국민평수인 전용 84㎡(33평)로 환산하면 1년 만에 약 6400만원이나 오른 셈인데요. 내년부터 공급량이 줄어드는 점도 신축 인기가 높아진 원인 중 하나입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올해 36만4188가구에서 2025년 26만7809가구, 2026년 15만8415가구로 급감할 전망인데요. 공사비 인상에 신축 희소성까지 더해지면서 분양가는 더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출 규제
하반기 들어서는 대출 규제가 심화되면서 시장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12월 2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1월 1일~12월 12일 국토교통부 제공의 보도자료에 쓰인 핵심 키워드 비중을 분석한 결과 1위는 ‘아파트’와 서울’이었으며, 2위는 ‘가계’와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올 한 해 대출이 부동산시장에 미친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하반기에는 대출 규제로 인해 매수세가 감소하며 시세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으로 일반 차주의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크게 감소했으며, 은행별 대출 잔액 관리 등 자체적인 규제로 인해 대출 문턱이 높아졌습니다. 대출 규제로 인해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감소세를 띠고 있는데요. 서울의 경우,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올 7월 9518건까지 증가했다가 10월에는 4000건으로 급감했습니다.
#월세 급증
마지막으로 주목할 키워드는 월세 50% 돌파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2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연립·다세대 전월세 거래량은 총 12만7111건으로 집계됐는데요. 그중 월세 거래가 6만8116건으로 무려 53.6%에 달했습니다. 월세 비중이 50%를 넘긴 것은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월세 비중이 이처럼 높아진 이유로는 전세 사기 증가 및 전셋값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주택시장에 월세 비중이 높아지면서 월세 또한 상승하고 있습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119.3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했던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화제가 됐습니다. 향후 빌라 전세 기피 현상과 더불어 주택 공급 물량까지 감소할 전망이라 1인 가구 및 청년 가구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