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재 무색해진 안성 부동산
최근 수년간 반도체 특수로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아 온 경기 남부권이 최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도 안성시는 평택과 인접해 있고, 지난해 1월에는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반도체 수혜지역으로 주목받아 왔는데요. 최근 들어 반도체 업황이 둔화되면서 침체기를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1주차부터 5월 3주차까지 안성시의 주간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1.04%를 기록해 같은 기간 전국에서 하락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흥미롭게도 하락률은 2위는 안성 옆 도시인 평택시가 차지했습니다. 같은 반도체 도시인 이천시도 -0.73%로 큰 하락폭을 나타냈습니다.
안성에서는 신축 및 구축 할 것 없이 실거래가에서 하락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2021년~2022년 전고점과 비교해서는 30% 이상 하락한 거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옥산동 안성아양시티프라디움은 전용면적 84㎡가 2022년 5월 5억6,000만원에서 올해 5월 3억8,000만원으로 30% 이상 내렸습니다. 공도읍 우미린더퍼스트도 전용 84㎡가 2021년 11월 5억1,700만원에서 올해 4월 3억6,500만원으로 약 30% 하락했습니다.
심지어 대덕면 안성롯데캐슬은 전용 74㎡가 2021년 9월 3억8,650만원에 전고점을 찍었으나, 올해 5월 2억3,900만원으로 40% 이상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올 한 해 거래에서만 비교해봐도 하락세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안성시 당왕동 e편한세상안성그랑루체는 전용면적 116㎡ 입주권이 올해 1월 5억9,096만원에서 얼마 전인 5월 5억2,742만원으로 넉 달 만에 6,000만원 넘게 하락했습니다. 공도읍 디자인시티블루밍의 경우에도 전용 84㎡가 올 2월 3억1,900만원에서 4월 2억6,600만원으로 2달 만에 5,000만원 이상 하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부 신축 아파트에서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도읍 안성우방아이유쉘에스티지는 전용 84㎡가 마피가 보통 5,000만원에서 많게는 9,000만원까지 나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격 급락의 원인… 공급 과잉도
안성의 집값 하락은 최근 반도체 업황 불황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겹치며 이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지리적으로 평택과 인접한 탓에 평택시의 집값이 하락하면 안성 역시 하방 압력이 커지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한국부동산원 월간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안성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3.40% 하락했는데, 이는 도내에서 평택(-4.44%)과 이천(-4.32%) 다음으로 높은 하락률입니다. 이는 반도체 산업 호재가 더 이상 집값을 방어하지 못하는 상황임을 보여줍니다.
안성시의 하락은 공급 과잉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실에 따르면, 안성시의 연간 적정 수요는 976가구나, 올해 2,408가구를 비롯해 2026년 1,989가구 등 내년까지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상태입니다. 다만 2027년 976가구를 끝으로 한동안 공급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공급이 늘어나며 매물도 계속 적체 중입니다. 아실에 따르면, 안성시의 매매 매물은 5월 27일 기준으로 보름 전과 비교해 4.8% 증가하며 도내에서도 매물 증가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전문가들은 안성 아파트 시장의 하락세가 단기간에 반전되기는 어렵다는 평인데요. 문제는 7월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시행된다는 것입니다. 이번 DSR 3단계가 시행되면 사실상 모든 가계대출에 스트레스 금리 1.5%가 가산되는데요. 지방의 경우, 6개월 유예 조치가 있지만, 수도권은 바로 시행되므로 지금보다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큽니다.
이에 안성, 평택 등 현재 하락세가 지속 중인 경기 외곽에서는 DSR 3단계를 앞두고 집값이 더 떨어질까 우려하는 상황인데요. 일선에서는 수도권이라도 해당 규제에 예외를 둬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에 실수요자라면 시장 흐름을 지켜본 후 적정 매수 시점을 노리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