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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도 관광도 ‘낙제’
- 미래 없는 반달섬의 비명

반달섬, 오피스텔 용도전환도 소용없어… “100년 유령섬”

  • 일반
  • 입력 2025.05.28 12:56

반달섬 반전의 서막? 라군인테라스 1차, 오피스텔 용도변경

 

수도권 생숙의 공동묘지로 유명했던 반달섬, 이번에 희소식이 하나 나왔습니다. 라군인테라스 1차가 오피스텔로 변신에 성공했죠. 그 어렵다는 용도변경 성공 소식에 반달섬 분위기도 들뜨고 있는데요. 반달섬이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용적률 800% 마천루만 덩그러니… 썰렁한 반달섬

5월 말 방문한 반달섬은 이른 여름에도 불구하고 썰렁했습니다. 용적률 800%짜리 초고층 신축 건물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지만 멸망한 세상처럼 을씨년스러운 풍경입니다.

아무리 낮 시간이지만 반달섬 전면에는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공원은 멋드러지게 만들어 놨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 보도블럭 사이로 잡초가 무성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대로변 상가도 대부분 임대스티커가 붙어있고 편의점 정도만 영업을 하고 있죠.

“(홍보전화) 엄청 많이 오지,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는 오지. 반달섬 (사라고). 뉴스에 보면 다 망했다는데 ‘왜 나한테 그런 걸 사라고 그러냐 다 아는데 여기 사람들은’ (그러면) ‘아니라고 사장님. 이거 투자하시면 언젠가 뜬다고’ 그 언제가 언젠데. 이게 맨날 똑같아.” - 시화공단 현지 사업체 관계자

여기는 반달섬 침체의 반례로 자주 활용되는 메인 스트리트입니다. 상가들이 꽤 차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가 분위기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건설현장 근로자들을 겨냥한 특정 업종들만 성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사실 여기 오래 있었으니까 부동산들 다 알거든. 떳다방 같은 사람들 말고, 공장 매매·임대하는 사람들. 공장 임대할 거 있어요 라고 물어보는데 그럴 때 물어본 적 있거든. 거기 좀 괜찮냐고. (그러면) “아이 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거야.” - 시화공단 현지 사업체 관계자

 

라군인테라스 1차 오피스텔 용도변경… 매물 회수하기도

이런 반달섬에 낭보가 하나 터졌죠. 라군인테라스 1차가 오피스텔 용도변경에 성공했습니다. 안산시가 TF를 꾸리고, 시장까지 나섰더니 5월 16일 자로 변경 처리를 마쳤습니다.

덕분에 수분양자들은 한 숨 돌렸죠. 코 앞으로 다가온 잔금대출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생활숙박시설은 대출한도가 고작해야 30%인데 오피스텔은 최대 70%까지 가능해서 그렇습니다.

시장에서도 바로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매물을 거두어들이는 주인들도 등장했다고 하고요. 매수 문의도 나타나고 있다고 하네요.

“다시 임대 내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매매는 그냥 안하겠다고 하시고, 이렇게 전환되는 분들이 많아요.” - 현지 공인중개사 A

“(매수 문의가) 의외로 많아요. 저번 주에 거래된게 좀 있는 것 같더라고요. (매도자는) 금액을 좀 올리는 분들도 몇 분 계시고요” - 현지 공인중개사 B

 

만만치 않은 오피스텔 시황… 마피 쏟아져

하지만, 반달섬이 장밋빛 미래를 그리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아보입니다. 우선 오피스텔 용도변경이 만사형통인지는 확인해야죠? 시장 침체는 생활숙박시설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그렇게 간곡히 되고자 했던 오피스텔입니다만, 요즘에는 분위기가 최악입니다.

이 단지, 웅신미켈란의아침은 3월에 거래가 됐는데요. 전용 31㎡가 2억 4,388만 원으로 나갔습니다. 이 가격은 2019년 분양가 그대로입니다. 거래도 바닥을 쳤습니다. 작년 3분기에는 그래도 거래가 좀 있었는데요. 올해 들어서 거래된 오피스텔은 단 3건 뿐입니다.

대기업 브랜드 아파텔도 속수무책입니다. ‘반달섬 루미니 바이 롯데캐슬’ 전용 84㎡는 5억 122만 원 매물이 등장했습니다. 분양가 대비 마피만 1억 2천만 원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단지는 분양미수금만 534억 원에 달합니다. 분양률은 92%가 넘었으나 수분양자들이 잔금을 못 치르고 있는겁니다.

라군인테라스1차도 상황이 마냥 좋지는 않습니다. 오피스텔로 대출을 받더라도, 잔금을 치르기 전에 탈출하려는 수분양자들은 마피를 감수하면서 물건을 내놓고 있죠. 타입에 따라서는 마피와 부가세 환급 등을 포함해서 그 규모가 1억 7천만 원에 달하기도 합니다.

 

반달섬 일대 생숙, 용도변경 쉽지 않을 듯

애초에 오피스텔 용도변경 자체도 쉽지 않습니다. 시장에서는 라군인테라스 1차의 경우 운이 좋았던 케이스로 보고 있죠. 이미 생숙으로 사용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수분양자 동의율 100%를 받을 필요가 없었고, 시행사만 동의하면 용도변경이 가능했습니다.

거기에 규모도 2,000실이 넘는 대규모에다 공정률도 높지 않은 상황에 관련 대책이 나왔기 때문에, 주차면적 등 시설 기준을 맞추기도 수월했죠.

그러나 다른 시설들은 상황이 다릅니다. 당장 라군인테라스 2차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죠. 사용승인이 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수분양자 전체 동의를 받아내야합니다. 게다가 이외의 시설들은 이미 오피스텔과 생활숙박시설을 함께 지은 경우가 많고, 그마저도 소형 면적이 대부분입니다. 시설 요건을 맞추기가 까다로울 전망입니다.

 

시화호 조망과 공원뿐… 인프라 없고, 기피시설만 있어

건물의 용도 문제는 사실 부차적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입지입니다. 보셨다시피, 솔직히 말해서 반달섬에 있는 건 시화호 조망과 멋진 공원 뿐입니다.

이제와서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 반달섬 계획의 핵심은 원래 요트 마리나였습니다. 요트를 정박시키고 놀 만한 부자들이 놀러와서 해양 레저를 즐기는 관광단지였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마리나 계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황입니다. 이 곳은 이제 주거단지도, 관광단지도 아니게 됐습니다.

“시화방조제가 주말에 엄청 막혀. 진입도 못해. 그래서 아 이거 안되겠다 해서 ‘근처나 가자’ 그런 사람들이 이런데로 흘러 들어오지. 그렇게 갈 곳 잃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건 봤어. 주말에.” - 시화공단 현지 사업체 관계자

“애시당초 그렇게 꾸며진데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쪽으로 놀러오고 구경하러 온 사람들을 되게 신기하게 쳐다보지. 뭐하러 오나.” - 시화공단 현지 사업체 관계자

주거단지로 기능하기 위한 인프라도 거의 없습니다. 일단 학교가 없죠. 라군인테라스 1차에 있는 건 국제학교라서 공공 교육 인프라라고 볼 수 없습니다. 편의점 등 생활밀착형 업종만 있을 뿐이지 대형마트 등 주요 쇼핑인프라도 없다시피합니다.

대중교통에 대한 희망도 없습니다. 서해선 원시역은 직선거리로 4.5km가 넘죠. 이걸 역세권이라고 한다면, 사당동도 강남역 역세권입니다. 환경이 썩 깨끗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캐논코리아 안산사업소 너머로는 시화공단이 끝없이 펼쳐져 있죠.

“알루미늄을 끓이거나 그러면 그게 다 날아가잖아. 그럼 집진기를 통해 내보내야 하는데, 그런데도 냄새가 엄청나.” - 시화공단 현지 사업체 관계자

“이런 공장도 있어. 폐박스 같은 걸 물하고 화학약품 같은 걸 넣어서 끓여. 죽처럼 만든 다음에 표백을 해서 재생지를 만드는 공장도 있단 말이야. 그게 화공약품에다 끓이는 거기 때문에 냄새가 엄청 올라와” - 시화공단 현지 사업체 관계자

이게 다가 아닙니다.

“지금 또 생각났다. 안산 하수처리장이라고 써있지? 이게 아직은 괜찮은데. 한달만 더 되잖아? 여기 근처에 가지도 못해. 여름 되면 썩은 내가 나가지고” - 시화공단 현지 사업체 관계자

실제로 성곡동에는 하루 38만 5천톤의 하수를 처리하는 1단계 하수처리장과 14만 9천 톤을 처리하는 2단계 하수처리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반달섬에서 채 2km도 되지 않는 거리입니다.

 

주거지역 ‘낙제’… 반달섬 고통 장기화할 듯

반달섬 문제의 핵심은 사실 생활숙박시설이 아닙니다. 주거지역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을 갖추지 못했죠. 시화공단 근로자들이나, 건설 근로자들의 숙소로도 이용되기 어려운 여건입니다.

“이 근처에 원룸이 엄청 많아. 여기는 아파트 라인이고, 여기는 다 원룸 라인이야. 여기는 전철도 있어. 신길온천역하고 정왕역도 있고.” - 시화공단 현지 사업체 관계자

“저게 어쨌든 신축이고 하니까 싸지는 않을 거란 말이야. (시화공단에서) 돈 있는 사람들이 저런데 살겠어? 돈 있는 사람들은 딴 데로 나가지” - 시화공단 현지 사업체 관계자

실질적인 수요가 자리잡을 수 없는 곳에, 공급이 쏟아졌습니다. 반달섬의 침체가 현재진행형인 이유입니다. 오늘의 한줄평입니다. “쉬운 투자, 어려운 버티기, 불가능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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