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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 통장을 아시나요? 은행 신뢰 악용한 사기 '활개'

  • 은행
  • 입력 2024.10.15 08:48

은행에 대한 신뢰가 사기에 악용되고 있습니다. 집주인의 이름을 가장한 허위 단체 통장이 전세사기에 활용되는가 하면, 명의를 도용한 모임 통장을 활용한 중고 거래 사기도 활개 치고 있습니다.

사기 수법은 눈부시게 발전하지만, 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사후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각별한 유의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사람 이름인데 사람이 아니라고?” 황당 삼행시 단체통장

최근 전세시장에서는 소위 ‘삼행시 통장’이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특정 인명을 가장한 단체통장이 전세사기에 활용된 건데요. 조심성 있는 소비자도 깜빡 속을 수밖에 없는 교묘한 수법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특정 부동산 중개업체가 집주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하면서 밝혀졌는데요. 이 중개업체는 임대인의 이름을 딴 단체통장을 만들고, 임차인으로부터 허위로 전세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임대인이 월세로 내놓은 집을 전세로 둔갑시키고, 임차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받아 편취한 뒤 임대인에게는 월세 보증금과 일정 기간의 월세를 제공하는 전형적인 전세사기 수법이었는데요. 임차인을 속이는 수법이 고명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임차인들은 집주인의 이름으로 된 계좌로 전세금을 입금했는데요. 이 계좌는 집주인과 같은 이름으로 만든 비영리단체 명의로 개설된 통장이었습니다. 가령 집을 맡긴 집주인이 ‘박인송’이라면, ‘박달동 인사동 송이버섯 요리연구 모임’의 통장을 만들어서 임차인이 전세금을 입금하도록 유도한 거죠.

이 통장은 발급이 어렵지도 않습니다. 이미 동호회나 동창회, 아파트 부녀회 등에서 적극 사용하고 있는 통장이죠. 비영리 임의단체로서 홈택스나 세무서에서 고유번호증을 발급받기만 하면 됩니다. 심사 기간도 채 10일이 되지 않습니다.

이건 웬만큼 조심스러운 임차인도 당할 수밖에 없는 수법입니다. 전세 계약은 일회성 송금이라 계약서에 임대인의 계좌번호를 적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집주인이 계약 현장에서 교차 확인하지 않고서는 여전히 피할 재간이 없습니다.

 

대포통장으로 악용된 ‘모임통장’… 처방은 반쪽 그쳐

비슷하게 활용된 은행 서비스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모임통장입니다. 이력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개설도 쉬워 빠르게 보편화된 서비스로, 9월 기준으로 카카오뱅크 잔액이 8조 원을 돌파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 모임통장은 올해 초에 문제점이 공론화되었는데요. 딱 한 번만 명의를 도용해서 신분증을 인증하기만 하면 새 계좌를 계속해서 만들 수 있고, 해지해도 다음날에 바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주된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임통장은 중고거래에 주로 악용되었습니다. ‘더치트’ 등 계좌번호 기반 사기 이력 검색을 피하는 한편, 범행에 활용한 후 바로 없애버리면 수사기관의 추적도 피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수법입니다.

원래 시중은행에서는 ‘20일 룰’ 때문에 계좌를 수시로 만들 수 없습니다. 2010년에 대포통장 근절 대책으로서 제도를 도입했거든요.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어 20일 룰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는 카카오뱅크가 5월에 모임통장 개설 주기를 1개월로 제한하도록 약관을 변경하면서 어느 정도 정리됐습니다.

다만 비대면 실명인증의 허술함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5년 만들어진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신분증 사본 △영상통화 등 5개 방법 중 2개를 필수적으로 활용하고, 추가로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요.

시장에서는 영상통화나 얼굴 인증 등의 어려운 방법이 강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신분증과 기존 계좌만을 활용하는 방식이 널리 퍼져 있으므로, 명의도용에 편리하다는 설명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를 불편하게 만들면 은행 입장에선 당장 손해가 발생한다. 은행이 알아서 검증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등 금융당국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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