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시장 침체에 워낙 매매가 안됐던 터라 여전히 조용한 분위기에요. 거래 자체가 없는 상황인데 그나마 문의만 가뭄에 콩 나듯 오고 있어요”(평촌신도시 M공인중개업소)
“경기 침체에 건설자재 등 공사비와 금리가 많이 올라 재건축이 돼도 속도 내긴 어려워요. 재건축이 호재라는 기대가 없다 보니 관망세도 여전하고요. 물건은 많은데 거래가 안되니 계속 적체되고 있어요”(일산신도시 H공인중개업소)
1기 신도시 특별법 통과 이후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곳들의 현재 분위기입니다. 해당 지역의 집값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법안 통과 소식에도 꽁꽁 얼어붙은 시장은 쉽사리 녹지 않고 있습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이끌 특별법에도 시장 반응은 ‘잠잠’
최근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아파트의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이고,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등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연내 대통령 공포 절차를 거쳐 내년 4월 시행될 예정인데요.
규제에 막혀 재건축이 어려웠던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 풀린 셈입니다.
때문에 법안 통과 소식은 수혜지역의 확실한 호재로 점쳐졌지만 막상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지 않아 보입니다. 호재로 체감조차 안될 정도로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재건축 기대감에 상승세를 탈 것이란 집값은 반등 없이 약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 11월 기준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47% 떨어졌습니다.
일산신도시를 품고 있는 고양시 아파트값은 같은 기간 -12.44% 하락했습니다. 특히 일산에서도 서구(-14.2%)는 낙폭이 큰 지역 중 한 곳이었는데요. 일산 동구 아파트값(-9.51%)과 비교해도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밖에 평촌이 포함된 안양시 동안구 아파트값은 -8.73% 하락했고, 산본신도시가 속한 군포시와 중동이 속한 부천시 아파트값은 각각 -15.92%, -8.65%로 하락 폭이 컸습니다.
민간 통계를 봐도 1기 신도시 집값은 뚜렷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집값 변동률은 전년 대비 △분당 -2.05% △일산 -5.11% △평촌 -6.51% △산본 -10.18% △중동 -5.76% 등 약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분당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1신 신도시 전체 낙폭(-4.81%)보다 컸습니다.
최고가 대비 20% 이상 빠진 집값…”1기 신도시는 한산 그 자체”
재건축이란 호재성 요인이 집값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1기 신도시 내 주요 아파트 단지들의 실거래 가격도 급락했습니다.
일례로 고양시 일산서구 한화 포레나 킨텍스(전용 84㎡)는 지난 10월 10억56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최고가였던 2021년 8월(14억7000만원)과 비교해 28% 가량 떨어진 금액입니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우성 아파트(전용 84㎡)의 경우 지난 11월 13억43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최고가였던 16억5000만원(5월)보다 3억원 이상 하락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가격이 빠져도 매수세가 좀처럼 붙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이렇다 보니 1기 신도시 거래량도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성남시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5월(549건) 정점을 찍고 감소세를 이어가다 11월에 176건까지 감소했습니다. △고양시(8월 761건, 9월 719건, 10월 607건, 11월 411건) △안양시(8월 407건, 9월 406, 10월 298건, 11월 188건) △부천시(8월 380건, 9월 337건, 10월 325건, 11월 224건) △군포시(8월 204건, 9월 197건, 10월 159건, 11월 123건) 거래량도 갈수록 주저앉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1기 신도시 부동산시장은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는커녕 여전히 한산하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이야기입니다.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매수심리를 자극할 변수로 기대했지만 특별법 통과 전이나 후나 매수문의가 없다면서,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어야 하는데 오르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재건축 이슈에도 매도호가를 올리거나 하지 않고 잠잠해요. 정비사업이 더 이상 호재로 여겨지지 않다 보니 당연히 거래도 안되고 있죠. 내년에는 대기 물량이 올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라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사신다고 하면 말리고 싶을 정도에요. 지금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당분간 관망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분당신도시 P공인중개업소)
재건축 완화로는 시장 못 띄운다… 하락세 방어하기엔 역부족
시장에 악재가 많다 보니 법안만 가지고는 가격 반등을 이루기에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호재로서 힘을 받기에는 시장이 너무 가라앉은 데다 재건축 호재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져 있습니다.
위축된 흐름 속에서 내년에도 고금리, 경기 둔화 등으로 집값을 자극할 재료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척 제한적일 전망입니다. 분위기 변화가 있어도 소폭일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부동산전문가 J씨는 “투자성 자산에 수요가 몰리기 어려운 환경인 데다 1기 신도시는 재건축이 돼도 건축비 상승 등으로 분담금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책이 주는 급진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신도시특별법은 내년 선거 등을 감안해 처리된 것마냥 시장에 별효과가 없는 선심성 대책으로 남을 거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