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한 차례 조정 이후 연초 강한 회복세를 보이던 집값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거래가 줄고 매물이 쌓이는 상황 속에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집값 하락의 시그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데요. 집값 하락의 현실화 우려를 뒷받침하는 시장 지표들을 통해 시장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아파트 실거래지수 9개월 만에 하락세
지난해 한 차례 조정 이후 올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던 부동산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 상반기부터 매수세가 살아나 가격 회복이 이뤄졌고, 분양·입주권 등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거래가 살아난 가운데 청약 경쟁률도 치솟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는데요.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면서 시장은 이제 안갯속에 빠진 모습입니다.
우선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10월 아파트 실거래지수(잠정치)에 따르면, 9월 대비해서 △전국 -0.25% △서울 -0.45% △수도권 -0.35% △지방 -0.14% 등으로 조사됐습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세입니다.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실거래가를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시장 거래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보여주는 실거래가지수가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 건 무려 9개월 만입니다.
앞서 올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1~9월)는 지난해 떨어진 하락 분을 만회하듯 꾸준히 상승해 누적 상승 분이 13.4%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9월말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 중단에 따라 아파트 거래도 주춤하기 시작하면서 실거래가지수 역시 하락 전환했습니다.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향후 집값에 대한 전망을 물어 산출한 매매가격 전망 지수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서울 매매가격 전망 지수는 82.8로 조사됐는데, 이는 올해 3월(78.0)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0~200 범위에서 100 미만일수록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중개업소가 많다는 의미여서 하락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분양시장도 휘청…계약 포기 사례 잇따라
분양시장 상황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청약 1순위에서 쉽게 완판되던 시장이 위축되면서 서울과 수도권 핵심 입지임에도 계약을 포기한 미계약 물량이 늘고, 비교적 입지가 떨어지는 곳들의 경우 아예 미달 사태를 빚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9월 청약을 진행한 서울 동작구의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1순위에서 14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당첨자 상당 수가 계약을 포기하며 미계약 물량이 전체 가구 중 절반 수준에 달했는데요. 이에 따라 미계약으로 인한 잔여 세대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계약을 앞두고 포기하는 청약자들이 속출하는 단지는 또 있습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더샵 강동센트럴시티와 보문 센트럴 아이파크로 브랜드 역세권 아파트임에도 미계약 분으로 인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를 비롯해 1순위 청약 미달인 곳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기 광명에 위치한 3344가구 대단지 트리우스 광명의 경우 지난 10월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8개 타입 중 4개 타입에서 1순위 마감에 실패했습니다. 이에 미계약 분에 대한 선착순 분양을 진행했지만 결국 완전 판매에 성공하지 못하고 잔여 물량이 남은 상태입니다.
고분양가인 데다 고금리의 장기화, 시장 침체 등이 맞물려 서울이어도, 대단지로 조성돼도 현재 분양시장에선 완판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악성 미분양 증가 등으로 건설업계 ‘적색등’
분양시장의 냉각기류는 악성 미분양 등을 통해서도 감지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올해 9월말 기준 5만9806가구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토교통부가 위험 수위로 보는 6만여 가구 수준에 바짝 다가선 모습입니다.
문제는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입니다. 악성 미분양이 다시 쌓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이 안돼 공사비 회수가 어려워지면 유동성에 부담을 주는 만큼 최악의 미분양으로 불립니다.
지난 9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9513건으로, 전월보다 1.3%, 전년 대비 32% 증가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마다 공사를 미루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량이 상당히 위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는데요.
미분양과 함께 미입주 문제도 수면 위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1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72.9로 조사됐는데, 이는 지난 2월(72.1) 이후 최저치입니다. 전월 대비 19.5포인트 하락하며 올해 상반기 평균(77.9) 수준으로 돌아간 모양새입니다.
가격·거래·공급 동반 강보합 상태… 내년 1분기까지 집값 하향 조정 예상
수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시장 둔화가 지속되고, 공급 여건 악화까지 현 부동산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금리 부담에 추가적인 금리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 내년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또한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시장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들이다 보니 매수세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내년에도 추격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강보합을 유지하는 가운데 본격적인 하락장에 들어섰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일각에서는 높은 이자 부담 등으로 내년 수도권 아파트값이 5% 이상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 J씨는 “높은 금리가 주택 구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정책 대출 등이 축소되면 매수 심리도 꺾일 수밖에 없습니다.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 또한 축소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가격 하락이 현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우선 내년 1분기까지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 어려운 여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