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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지 아파트 옆 편의점 단 한 곳
- 카지노 무산에 자연으로 돌아간 유령도시
- 국제학교로 반전 노리는 미단시티

‘유령도시’ 미단시티 5년 째 답보… 국제학교로 살리나?

  • 일반
  • 입력 2025.07.04 09:00

인천 영종도에 유령도 도망간 도시가 있습니다. 호황기에 막대한 중국자본이 유입되면서 ‘한국의 라스베이거스’를 꿈꾸던 때도 있었던 곳이죠. 주인공은 바로 ‘미단시티’입니다. 번성하기도 전에 먼저 망해버린 도시에 다녀왔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입주했는데… 나홀로 아파트 ‘누구나집’

영종도 운북동에 위치한 이 신축 대단지 아파트는 현재 전용 84㎡ 월세가 80만 원에 나와있습니다. 고작 5~6km 떨어진 같은 영종도 대단지에 비해 50만 원 이상 저렴한 수준입니다. 그야말로 파격 세일이라고 할 만 한데 그 와중에 임대인들은 남는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쌩돈을 내가며 임차인을 받고 있죠.

“보증금 2천만 원을 선택하신 분은 124만 원을 내시는 건데, (전대차 월세가) 90만 원이 나간다고 그러면 34만 원이 역월세가 되는 거예요.” – 현지 공인중개사 A

내가 살지도 않는 집에 월세를 내면서, 그보다 저렴하게 세를 내놓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기묘한 거래가 가능한 이유는 이 단지가 민간임대주택이라는 데 있습니다.

‘누구나집’이라는 정책으로 공급된 아파트인데요. 분양가 3억 5천만 원 중에 10%만 내고 10년 간 살다가 나머지를 내고 집을 갖는 모델입니다. 집값과 월세가 마구 오르던 모집 시점에는 억대 프리미엄도 붙었는데요. 지금은 만만찮은 골칫덩이가 됐습니다.

준공 직후부터 사태가 많이 꼬였죠. 시행사가 만기된 PF대출을 이자도 못 갚고 부도가 나버렸고 아파트가 공매에 넘어갈 뻔 했습니다. 이걸 입주예정자(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협동조합에 시행사 자격을 가져오기는 했는데요.

이제는 공사비를 못 받은 건설사가 유치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길바닥에 나앉은 입주예정자들은 또 돈을 모아야했죠. 다행히 올해 4월에 갈등이 봉합되면서 입주에는 성공했습니다만 납입금액은 예상했던 보증금 10%를 넘어 억대에 도달했습니다. 분양가가 3억 5천 수준이었으니 30%를 낸 셈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시작한 입주도 썩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1,096세대 가운데 200세대 정도가 입주한 상황이죠.

결국 문제는 인프라입니다. 1,000세대 넘는 대단지에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이 한 곳 뿐이죠. 시내버스는 배차간격이 30분입니다. 기껏 잘 깔아놓은 보도블럭도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조합원들은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원들은 다 받아들여요. 지금은 입주 물량이 많기 때문에, (그리고) 현재 인프라도 없는 점을 다 인정하고 향후의 가치에 투자하는 거죠.” – 현지 공인중개사 A

계획대로 미단시티가 개발된다면 4억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미래 신도시 아파트를 살 권리를 미리 산 셈이거든요. 묘하게 생소한 이 개념은 굳이 비유하자면 ‘아파트 선물(futures)’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투자하시는 분들은 향후 가치를 보고 투자하시는거고요. 최고로 어려운 시기가 지금이에요.” – 현지 공인중개사 A

 

‘개발 올스톱’ 자연으로 돌아가는 미단시티

앞으로는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6월 말 찾은 미단시티는 확실히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부동산 침체에 개발이 올스톱 되면서 사람의 인적이 끊기자 자연이 되다 만 도시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이 앙상하고 거대한 구조물은 미단시티 최악의 실패입니다. 중국 거대자본이 거창하게 지어올리던 카지노 리조트인데요. 공사가 중단된 지 벌써 5년입니다. 원래 중국계 인니 개발회사와 미국 카지노 회사가 합작한 사업인데 둘 다 사업을 순차적으로 포기했고, 중국 푸리그룹이 사업을 통째로 가져가더니 결국에는 공중분해됐습니다.

과정도 한숨 나오는 수준입니다. 사업 기간을 미루고 미뤄 네 차례나 미뤘고, 그 과정에서 푸리그룹이 자금난에 빠지자 300억 원을 못 받은 쌍용건설이 유치권을 행사하면서 공사가 중단됐죠.

그 와중에 푸리그룹은 어이없게도 인천도시공사에서 저렴하게 산 땅을 자금난을 이유로 팔아버리면서 수 백억 원 이득을 봤다고 하죠. 물론 쌍용건설은 이 돈 구경도 못했습니다. 푸리그룹이 도망쳐 사업이 백지화 된 지금도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단시티 핵심 사업이던 카지노가 고꾸라지자 일대 개발은 출발도 전에 좌초했습니다. 카지노 인근에 나홀로 서 있는 생활숙박시설도 텅 비어있습니다. 유치권 행사 중 안내만 방문자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 때 중심상업지구 용지를 분양하던 홍보관도 한참 방치되다 이제야 철거를 시작했습니다.

한 때 관광객이 북적이는 한류마을을 꿈꿨던 단독주택단지는 활기를 잃고 그냥 농촌 마을이 됐습니다. 잘 닦인 도로에는 사람도 차도 전혀 없다보니 인천 일대 초보 운전자들의 연습 성지가 됐죠. 거창하게 조성한 중앙광장은 사람이 들르지 않아 거의 방치된 상태고 주변으로는 채 짓다 만 건물이 덩그러니 광장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그나마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예단포항 회센터 정도뿐입니다. 영종도 전통의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주저앉은 미단시티를 일으켜 세울 정도는 아닙니다.

 

‘정주형 주거 단지’로 핸들 꺾어… 국제학교로 살리나?

마냥 도시를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긴 합니다. 관계당국에서는 카지노가 백지화 되자 결국 ‘정주형 주거 단지’로 방향을 조정했습니다.

최근에는 소기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지난 3월 말, 미단시티 국제학교 공모에서 영국 명문 ‘위컴 애비’를 선정했죠. 인천경제청은 연내에 사업 협약을 거쳐서 내년 3월에는 공사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시가 직접 1,500억 원을 들여서 건물을 짓고 5년간 무상임대한다는 구상이니 카지노처럼 사업이 뭉개질 가능성은 적겠습니다. 연간 학비는 3~4천만 원이 될 전망이라네요.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의 출구 찾기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천 경제청이 최근 해결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죠. 지난해에는 응찰 업체가 없어서 무산됐는데 이번에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미단시티는 과연 모두의 희망처럼 관광 레저와 정주환경을 모두 갖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아직은 갈 길이 멀어보이네요. 오늘도 한줄평으로 마치겠습니다. “중국 돈을 믿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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