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발레가 세계 무대에서 빛나고 있다. 최근 우리 발레 무용수들의 해외 유명 발레단 입단 소식은 물론 국제무용콩쿠르 입상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서다.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5일까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오를레우'(Орлеу) 유네스코 국제무용콩쿠르에 청소년 발레리나 4명이 한국대표로 출전해 발레 전 부문에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유네스코 국제무용콩쿠르는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산하 국제무용콩쿠르연맹(IFBC)이 주최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무용콩쿠르다. 세계적인 예술 콩쿠르 대부분은 이처럼 유네스코 산하 기관에서 주최한다. 이번 '오를레우' 콩쿠르는 국제무용콩쿠르연맹이 허가하고 국제무용콩쿠르연맹 '세르게이 우사노프'(Sergey Usanov) 회장이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국제 대회의 위상을 높였다.
이번 대회는 한국 발레 역사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시니어(17–19세), 미들(14–16세), 주니어(11–13세)로 나뉘는 발레 전 부문에 출전한 한국 발레리나 4명 중 3명은 1위, 나머지 1명은 2위를 차지하는 최정상급 진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한 국가가 모든 부문에서 우승을 거머쥐는 경우는 예술콩쿠르뿐만 아니라 올림픽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록일 것이다.
또한 8세에 불과한 고주하 양은 나이가 어려 콩쿠르 참여는 불가능 했지만, 어린 나이임에도 발레 영재로 주최측에서 인정받아 갈라콘서트 무대에 오프닝을 장식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래 발레리나로 소개되기도 했다.
세계 8개국 13개 발레학교 120명의 참가자 중 가장 돋보인 건 우리 발레리나들이었다. 권담윤(17세, 프리)은 시니어 부문 1위, 염다연(16세, 프리)이 미들 부문 1위, 김하은(15세, 계원예고) 미들 부문 2위, 박정온(13세, 계원예중)이 주니어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주니어는 2개, 미들은 3개, 시니어는 4개의 발레 클래식 작품과 현대무용 1개 작품까지 최대 5개 작품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이들은 모두 국내 최정상급 유소년 무용수들이 속한 코리아유스발레스타즈의 단원이기도 하다.
■ '세계 1위' 거머쥔 발레 꿈나무, 권담윤
시니어 부문 1위를 차지한 권담윤 양은 프리랜서 발레리나로서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담윤 양은 아침 8시 반쯤 발레 학원에 도착해 몸을 푼 뒤 10시부터 발레 연습을 시작한다. 대부분 발레 학원에서 일과를 보내고 나면 밤 10시 무렵이 된다. 이렇게 매일 똑같은 훈련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이런 꾸준히 노력한 결과 발레를 시작한지 3년 만에 처음 국내 콩쿠르에 나가 최우수상을 받고난 후 공식적인 '발레 꿈나무'가 됐다. 2022년 처음 나간 국제 무대인 몽골국제발레콩쿠르에서도 당당히 주니어 1위, 금상을 차지했다.
권담윤 양은 "행복하게 춤추고 싶고, 행복하게 춤추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너무 욕심 내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는 춤을 추는 그런 발레리나가 되는 것이 꿈이다.
■ 모태 무용수 염다연, "동작마다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춤추고 싶어"
이번 대회 미들 부문 1위를 차지한 염다연 양은 세계 최정상의 발레리나가 되는 것이 꿈이다. 프리 발레리나로서 대입을 준비하며 매일 똑같은 훈련을 반복하고 있지만, 언제나 다가올 무대를 준비하는 것이 큰 기쁨이라고 밝혔다.
무용수의 길을 걸어온 선배이기도 한 염다연 양의 부모님께선 "언제든 힘들면 그만 해도 된다"라는 말씀을 줄곧 하셨다. 그 힘든 길을 가보셨기 때문에 딸의 선택을 응원하면서도 지치면 기댈 수 있는 나무가 되어주신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염다연 양은 "동작 하나하나에 감정이 실리게끔, 관객들이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춤을 추고 싶다"는 게 발레리나로서의 목표다.
■ 기대주 김하은, "제 춤을 보고 관객들이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김하은 양은 계원예술고등학교에서 발레 기대주로 유명하다. 벌써 국제콩쿠르도 세 번째 출전해 입상한 저력을 갖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아쉽게 2위를 차지했지만 1위인 염다연 발레리나와는 불과 1점 차이다.
김하은 양은 말 그대로 무대체질이다. 연습하는 것보다도 무대에 올라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진정으로 무대를 즐기는 발레리나다.
하은 양은 관객들의 즐거움과 행복한 감정까지 책임지고 싶어 한다. "제가 무대 위에서 춤출 때 관객들도 같이 즐거워지고, 뭔가 관객들도 '춤을 추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주니어 우승자, 박정온 "원하는 만큼 마음껏 즐기고 싶어요"
이번 대회 막내로 출전한 박정온 양은 주니어 부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속에서 한국의 저력을 뽐냈다. 부모님과 처음 떨어져봤다는 정온 양은 언니들과 함께한 여정이 재밌기만 했다. 숙소에서 침대 위에서 밤마다 춤을 추며 흥을 돋우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박정온 양은 "원하는 만큼 마음껏 즐기면서 발레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직 사춘기 소녀지만 얼마나 발레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지를 느낄 수 있었다.
■ 발레앤모델 AI 최준석대표 "한국 코치진이 만든 정통 국내파, 세계가 인정"
이번 '오를레우' 국제무용콩쿠르에는 최준석 '발레앤모델 AI' 대표가 오를레우'(Орлеу) 유네스코 국제무용콩쿠르 한국 대표 심사위원으로 초대됐다. 최 대표는 러시아 볼쇼이 발레학교 한국인 남성 최초 학·석사 졸업생으로 볼쇼이 발레단의 한국 에이전시를 맡고 있기도 하다.
국제무용콩쿠르 규정상 자국민 심사는 불가능하다. 한국팀 심사는 최 대표 외 나머지 7인의 국제 심사위원들의 평가로 이뤄진 것이다.
최 대표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발레의 가능성을 크게 봤다. 3개 부문 모두 한국이 1위와 2위로 입상했다는 건 국제무용콩쿠르 역사상 보기 드문 이례적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 발레학교에서 교육을 받지 않았고, 순수 한국인 코치진 아래서 훈련한 정통 국내파라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발레 최강국 러시아를 비롯한 120명의 참가자 중 우리 선수들의 섬세한 발레동작과 테크닉이 정말 너무 돋보였고, 잘했기 때문에 다른 심사위원들도 크게 이견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우리 선수들의 라운드마다 함께 긴장하며 지켜봤는데 너무 잘 해줘서 고맙고, 세계가 주목하는 콩쿠르에서 최정상급 발레 수준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한국은 발레선진국인 러시아 코치를 데려와 발레를 배워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라며 "현장에 있던 러시아 심사위원들과 유네스코 관계자들도 우리 선수들이 전부 한국인 코치의 제자들이라는 점에 놀랬고 세계가 이번 결과로 한국 발레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한국 발레리나들의 놀라운 성과로 인해 국내 발레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최준석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발레엔모델 AI'는 지난해 9월 12일 IFBC로부터 매년 한국에서 유네스코 국제무용콩쿠르를 조직 및 개최할 수 있는 국내 운영 사업자로 승인받아 앞으로 우리나라 발레위상을 크게 높였다.
오는 11월 첫 국제무용콩쿠르를 개최할 예정으로 이 대회는 유네스코 국제무용콩쿠르(IFBC)가 허가 및 주최하는 공식대회로 향후 이 국제무용콩쿠르에서 입상 시 병역특례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최 대표는 오를레우'(Орлеу) 유네스코 국제무용콩쿠르 한국 대표 심사위원으로 초대되며 카자흐스탄 유라시아 문화재단에서, 문화 공로자 명예 칭호와 메달도 수여 받았습니다.
한편, 유네스코 국제무용콩쿠르연맹(IFBC)는 발레계 대부 '유리 그리고로비치'와 '세르게이 우사노프'가 공동 회장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