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월평균 경매건수 2,191건
어떤 이는 좋은 가격에 집을 보유할 수 있는 경매는 어떤 이에게는 아픔과 사연이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런 아픔에 처했던 사람이 지난해 서울에서는 많았나 봅니다. 지난해 서울지역 월평균 경매건수가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기 때문인데요.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월평균 경매건수는 2,191건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법원경매 매각통계). 2020년 월평균 531건이던 수준에서 4배나 증가한 수준입니다.
2022년까지는 월평균 1,000건을 하회했던 서울 경매건수가 2023년 월평균 1,496건으로 급증하더니 지난해엔 결국 2,000건을 넘어섰습니다.
그러게 그때 팔지 그랬어~
이처럼 경매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그러게 비쌀 때 팔지 그랬냐”고 이야기 할 수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2021년 하반기 급등해 2022년까지 꽤 높은 가격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그 이전에 아파트를 구입하셨다가 그 시기에 파신 분들은 물론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뒀을 것입니다.
이 기간에 가격이 오를 수 있었던 것은 2020년 서울에서 많은 아파트 거래가 되면서 수요자들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줬기 때문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당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9만 3,784건을 기록했는데 당시 영혼까지 끌어 담아서 집을 산다고 해서 이들을 ‘영끌족’이라고 불렀습니다. 영끌족에는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 연령대에서 비중이 적었던 20대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처럼 거래가 잘 되고 있는 상황에선 경매 물건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일단 내놓으면 팔렸으니 말입니다. 또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제로에 가까웠던 기준금리도 일조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가격이 오르자 매도자들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하며 팔기를 주저했고, 매수자들은 높은 가격이 조금 빠질 것을 기다리는 매도자와 매수자의 동상이몽이 이어졌습니다. 2022년에는 매매 건수가 1만 5,384건으로 2020년의 5분의 1 수준까지 줄었습니다.
급격하게 오른 기준 금리
거래 급감에는 매도자와 매수자간의 동상이몽 이유도 있지만 가장 결정적 것은 기준금리 인상입니다.
2020년 5월 당시 0.50%였던 기준금리는 2021년 8월(0.75%)까지 제로금리를 이어가다 2021년 11월 1%로 오르며 제로금리가 깨졌습니다.
이후 2022년 7번의 금리 인상으로 3%를 돌파한 후 2023년 1월 3.50%를 찍은 후 현재는 3.00%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5년간 기준금리는 3배 가량 오른 것입니다.
5년전 서울 아파트 영끌했던 영끌족…잠 못 드는 고통 심화
기준금리와 함께 2020년 당시 2%대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로 현재는 4%대까지 올랐습니다.
문제는 5년 전 당시 많은 이들이 이용했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가 변동형으로 전환된다는 점인데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은 5년간 금리가 고정되고 이후에는 변동형으로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상품인데 2%대였던 고정금리가 5년 만에 2% 포인트 오른 4%대 변동금리로 바뀌면서 금융비용이 크게 증가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서울지역의 경매건수가 증가한 것은 2019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로 전환된 이유가 큽니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약 40조 원에 달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10조 원 더 가량 증가한 약 50조 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2020년은 소득에 따라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 시행 전이라 소득보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했던 영끌족이 많았는데, 무리해 집을 구입한 것이 5년 만에 부메랑이 돼 고통을 안겨주는 일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시장 회복의 시그널이 나오지 않는다면 올해 서울 경매시장은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라면서 “장기적 보유가치가 있다면 일단 보유를 더 하겠지만 올해 부담이 특히 커진다면 급매로라도 정리하고 현금을 쥐고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