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월세 시장에서 월 300만원 이상 고액 월세 거래가 5,988건을 기록하며 3년 연속 5,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이후 2021년부터는 고액 월세 거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세시장 안정 목적으로 도입한 계약갱신청구권이 고액 월세시장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은 셈이다.
고액 월세 3년 연속 5천건 돌파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국토교통부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2019년 이후 서울 초고가 월세 거래를 연도별로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단위: 건).
이를 보면 2024년 월 300만원 이상 월세 거래가 5,988건 이뤄졌다. 2023년(6,667건)보다는 소폭 줄어들었지만 2022년(5,486건)을 시작으로 3년 연속 5,000건을 넘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24년 초고가 월세 거래 건수는 줄었지만 전체 월세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6.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초고가 월세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2023년(5.7%)보다 높은 수준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촉발된 고액 월세 급증
이처럼 고액 월세 급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이 꼽힌다.
2020년 7월 30일부터 시행한 계약갱신청구권은 기존 계약의 연수에 상관없이 1회 2년의 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제도로 임차인 보호와 전세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계약갱신청구권 1차 갱신의 만기가 도래한 2022년 전셋값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전세평균가격을 보면 2020년 서울 전세 평균 가격은 4억5,799만원이었으나 2년 뒤인 2022년에는 약 2억원 가량 오른 6억3,424만원으로 집계됐다. 단지에 따라서는 2억보다 더 많은 보증금이 오른 곳도 있다.
갱신된 계약이 종료된 후 신규계약으로 전세를 옮겨가야 하는데 전세물건이 많지 않자 전세가 급등한 것이다.
결국 전세로 갈 수 없게 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몰리면서 2022년부터는 월세 거래 건수가 10만건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월세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초고가 월세 거래도 증가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초고가 월세 비중은 쉽게 줄지 않을 전망이다. 한동안 안정되던 서울 전셋값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등 전세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전세부담이 가중되면 월세 시장으로 임차인들이 흘러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득은 정체되고 물가는 올라 가계부담이 커진 소비자들 입장에선 월세 상승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고액 월세에 거주할 수준이라면 충분히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결국 이들이 집을 구입하는 등 변화가 있어야 부동산 경기도 빨리 회복할 수 있다”면서 “경기 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택구입을 미루는 관망세가 계속되면 초고액 월세 비중은 쉽게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