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지구 더 높게 짓는다…주요 구역 착공 눈앞
서울에서 몇 안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세운지구 개발에 탄력이 붙고 있습니다.
종묘부터 퇴계로 일대에 이르는 세운지구는 노후 상가군을 단계적으로 허물고 공원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세운상가부터 진양상가까지 총 7개의 거대 상가군(세운·청계·대림·삼풍·풍전·신성·진양)이 14만㎡ 규모의 녹지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입니다. 무려 축구장 7개 크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공원 양옆으로는 고밀복합 개발을 통해 초고층 업무·상업 빌딩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난항을 겪던 주변 정비구역 재개발도 본궤도에 오르고 있습니다. 2006년 지정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복합·개발사업이 순항 중인데요.
이미 을지트윈타워(6-3구역)를 비롯해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6-3-4구역),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3-1·4·5구역) 등이 들어서며 점진적인 개발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멈춰있던 세운5구역(5-1·3구역)은 GS건설이 시공사로 합류하며 사업에 속도가 붙었고, 세운3구역과 4구역도 철거 및 착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최고 41층 규모로 추진될 예정입니다.
사업 본격화 됐지만…곳곳에서 난항 겪어
과거 쇠퇴의 길을 걷다가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옛 명성을 찾아가는 세운지구지만 사실 여러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일례로 3-3구역과 3-9구역은 브릿지론에 대한 만기 연장 결정이 보류 상태라 개발이 지연되고 있고, 세운6구역은 사업성 악화 등으로 속도가 더딘 상황입니다. 6-3-3구역의 경우 건설 경기 침체에 공사비 상승 등이 맞물리며 지난해 4월부터 공사 중단 사태를 맞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는 다수의 사업장들로 사업 좌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9부 능선을 넘은 사업장들도 결코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일례로 이주 및 철거와 시공사까지 선정한 세운4구역은 인근 문화재 등의 변수로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층 개발이 가능할지도 미지수입니다. 4구역은 1000% 수준의 용적률 상향과 높이 상향을 추진했지만 국가유산청의 심의 결과에 맞춰 절차를 밟아야 하는 만큼 고층 개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서울시의 녹지생태도심 전략에 따라 세운지구와 주변 지역이 대형 공원 속 초고층 복합단지로 개발을 본격화했습니다.
상업·주거 복합타운으로의 기대가 크지만 한편에선 여전히 공사가 지지부진한 모습이라 사업에 차질을 빚는 거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러 변수를 딛고 세운지구가 한국판 롯폰기힐스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계획의 정합성과 상업성 모두 시험대에 올라
도심재개발의 성공 여부는 단순한 물리적 개발을 넘어, 주변 상권과의 조화와 시민 수요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세운지구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인근 을지로, 종로, 충무로 일대는 기존 영세 상권과 공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오래된 공구상가와 소상공인 중심의 골목 경제가 형성돼 있는 만큼, 무분별한 철거와 고층화가 이뤄질 경우 기존 상권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은 그 자체로 역사성과 생활밀착형 기능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며 “일본 롯폰기힐스가 고급 상업·문화 복합 공간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철저한 수요 조사와 문화적 콘텐츠의 융합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롯폰기힐스는 단순한 고층 오피스나 상가의 집합이 아니라, 모리미술관, 미드타운, 라운지형 상업 공간 등 문화·예술 중심 기능을 동시에 품은 도심 속 라이프스타일 복합지구로 기획된 바 있습니다.
세운지구 또한 단순한 주거·업무 공간을 넘어선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 재개발 구역의 주거지 배후 수요만으로는 고층 상업공간의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속도보다 방향”…장기적 관점에서의 도시 전략 필요
한편, 일각에서는 세운지구 개발의 지연을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도시 재정비는 수십 년 단위의 장기 프로젝트이므로 단기간에 모든 구역이 일사천리로 추진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오히려 조급한 개발보다는 공공성과 상업성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성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입니다.
특히 문화재 보호와 역사성 보존은 세운지구라는 입지적 특성상 피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종묘, 창덕궁, 남산 등 문화유산과의 조망권 이슈, 지하 유적 발굴 가능성 등은 국가적 차원의 고려가 필요한 사안으로, 민간 사업자의 입장에서 빠른 개발을 원하더라도 행정 절차상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세운지구는 단순한 재건축·재개발이 아니라 서울 도심의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사업”이라며 “도심의 입체적 기능 회복과 함께 지속가능한 도시로 거듭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