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심폐소생한다…파격적인 규제 완화
꽉 막혀있던 재건축 시장에 숨통이 트일 전망입니다.
최근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파격적인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규제를 과감히 풀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업성을 높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역세권 반경 350m를 중심으로 준주거까지 상향하고, 공공 기여 부담(15% → 10%)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건축물 기부채납 시엔 인센티브를 기존보다 더 준다는 계획입니다.
보정계수를 적용해 허용용적률 인센티브 범위를 최대 40%까지 늘리고, 법적상한용적률의 최대 1.2배까지 추가 용적률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해 지어져 사업성이 낮고 용적률(200~250% 사이)은 높은 중고층 단지들도 재건축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미 용적률을 꽉 채워 리모델링을 추진한 단지들도 재건축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번 규제 완화로 혜택을 받을 재건축 단지는 상당히 광범위한데요. 우선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해 분양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강북권에 많은 수혜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에서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의 절반 가량(46%)이 강북 지역에 모여 있습니다.
택지지구로 조성돼 정비사업 가능 단지가 많은 노원구 일대가 대표적입니다. 수혜 단지로는 상계동 상계주공(3·4·5·6·7단지)과 성산시영, 월계동 월계시영(미성·미륭·삼호3차)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강북 뿐 아니라 강남권도 수혜가 예상됩니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서남권 재건축을 대표하는 목동7단지, 서울 우선미(우성, 선경1·2차, 미도), 압구정동 압구정 2·3구역도 이번 기회를 통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어 수혜단지로 꼽힙니다.
원자잿값 등 공사비 부담 발목…억대 분담금 감당 여부가 재건축 성패
이처럼 낮은 사업성 등으로 고전하던 재건축 단지들이 정비 기회를 얻게 됐지만 지역마다, 단지마다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규제 완화의 대표 수혜지역인 노원구는 아직까지 잠잠한 분위기입니다.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들이 있지만 대다수는 시장 상황을 좀더 지켜보려는 분위기인데요.
중개 현장에서도 월계시영을 비롯해 상계주공 등이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단지들이지만 추가 분담금이 발목을 잡고 있어 규제 완화의 약발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추가 분담금이 5억원 이상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추가 분담금 문제로 사업이 중단된 상태이다 보니 재건축 호재에도 현장은 조용한 모습인데요.
상계주공5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재건축 사업성을 높이려면 층수를 올려야 되고 이렇게 되면 공사비도 같이 올라 결국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 대책 발표만으로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재건축이 성공하려면 분담금 감당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분담금 납부 여력을 갖춘 사업장들은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례로 올해 조합설립인가를 목표로 하는 마포구 성산시영은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문의가 꾸준하다는데요. 지난해 정비계획안을 확정한 이후 용적률 등의 완화책까지 나오자 재건축이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용적률이 좋아져 사업성이 개선돼도 공사비가 오른 만큼 재건축이 활성화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던 재건축사업이 활로를 찾게 돼도 집값보다 비싼 분담금은 심리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소유주 입장에서도 추가 분담금을 감당하면서까지 재건축을 기다려야 할지 고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시장 침체에다 공사비 쇼크 속에 사업동력을 잃어가던 재건축 단지들이 심폐소생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이번 규제 완화가 분담금 폭탄을 감당하고도 사업에 속도를 낼 동력으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