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막대한 유동인구” 호수공원 마케팅의 허상
- 경매 내몰리는 은계호수공원 상가들
- 콘텐츠 이외엔 뾰족한 해결책도 없어

"물 마케팅에 물 먹었다" 시흥 은계호수공원 공실폭탄 근황

  • 일반
  • 입력 2025.08.13 13:42

 

신도시에 빠지지 않는 도시 어메니티로 호수공원이 있습니다. 시민들이 사랑하는 도시 공간이라 유동인구도 많은 편이다보니, 상가 투자처로도 큰 관심을 받게 되는데요.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생기죠. 과연 실제로 지어진 호수공원 상가는 분양받을 때 예상했던 모습일까요? 시흥 은계호수공원에서 확인해봤습니다.

 

6년째 공실, 경매로 내몰리는 호수공원 상가들

“요즘 안좋죠. 거기 다 비었잖아요. 지금 있는 데도 다 빼고 있어요. 상가 안나가서. 지금 다 경매 나왔던데” - 현지 공인중개사 A

은계호수공원 상권은 꾸준히 침체중입니다. 2019년 무렵부터 차례로 준공을 마쳤는데, 6년이 지난 지금도 공실 투성이입니다.

한 테마상가에 투자한 60대 남성은 최소 3억 원 손실이 확정됐습니다. 이 남성은 2층 1개 호실을 4억 4천만 원에 샀는데요. 1년 반 만에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찾는 사람이 없어 3차례에 걸쳐 유찰됐고, 지금은 최저가가 1억 4천만 원입니다.

원래 이마트 입점이 계획됐던 자리에 화려한 건물을 거대하게 세웠지만 활성화 된 기색은 보이지 않습니다. 내부 상황은 더 한숨나오는 수준이죠.

이 상가만의 상황도 아닙니다. 호수공원 상권 블록 전체에서 골고루 경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8월 5일 기준으로 30여개 상가가 경매기일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유찰 1~2회 정도는 기본이고, 상가마다 3억 손실은 평범한 수준입니다.

그나마 생존에 성공한 상가들은 호수공원 앞 1열 몇몇 뿐입니다. 이래서야 상권이라기보다는 상면이라고 하는게 맞지 싶은데요.

 

축제도 못 살린 호수공원 상권

이 상권의 메인 콘텐츠는 결국 은계호수공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상인들도, 시흥시도 같은 결론을 내렸고,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인지 오래 됐습니다. 조성 초기에는 호수공원 개장이 늦어지자 상인회에서 나서서 LH를 들들 볶아서 빠른 개장을 이끌어내기도 했었죠.

시흥시도 이벤트에 진심입니다. 힙합페스티벌은 올해로 2번째 개최했고, 작년 가을에는 임영웅까지 초빙했습니다. 축제마다 방문자들로 호수공원이 가득했죠.

“축제를 하게 되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광고효과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영향이 많이 있죠.” -현지 공인중개사 B씨

오히려 시흥시 다른 지역에서는 왜 은계지구랑 거북섬만 특별대우냐고 불만이 나올 정도입니다. 다만 그 결과는 앞서 확인한대로입니다. 축제의 열기는 호수공원 방면의 일부 먹거리 업종에만 집중되었을 뿐이고, 상권의 2~3열에는 공방, 사무실등 적은 임대료에 끌리는 업종만 상가를 드물게 찾을 뿐입니다.

은계호수공원 상권은 왜 이렇게 안될까요? 여기엔 세 가지 정도 문제가 있습니다.

 

베드타운·낮은 접근성·높은 분양가… ‘삼중고’

 

첫째로, 은계지구는 베드타운입니다. 새 아파트가 많아서 살기는 좋지만 외지인이 굳이 찾아올 동네가 아닙니다. 실제로 외지인이 은계호수공원에 환승 없이 방문하려면 시흥대야역에서 30분은 걸어야 합니다.

차로 오지 않으면 찾기가 불편한데, 날씨 괜찮은 계절에 축제라도 없으면 굳이 차로 올 이유도 없습니다. 문화 거점으로서 키테넌트 역할을 하던 한 대형 커피숍이 문을 닫고 나서는 더 흡입력이 사라졌다고 하고요.

두 번째 문제가 바로 다른 상권에 비해 낮은 접근성입니다. 은계지구 자체 인구와 넓게 잡아 원도심 일대까지 약 10만명의 배후수요가 믿을 구석인데, 위치가 너무 불리합니다.

“임대료는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예요. 워낙 사람들이 평일에는 유입이 안되니까” -현지 공인중개사 A씨

은계호수공원 상권의 슬세권 아파트는 5개 단지 1,700세대 정도에 불과하죠. 실제로 바로 한블럭 너머에 있는 아파트 사이 원도심 상권과 남쪽 학원가 상권은 그야말로 성업중입니다. 프랜차이즈도 대거 입점해서 일대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현지 주민의 입장에선 저녁 시간 산책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호수가에 방문할 이유가 없습니다.

“평일에는 직장인들이 많다보니까 낮에는 주변에 있는 분들이 점심 먹는 형태고요. 저녁에는 산책하고 이런 분들이 많으세요. 그리고 주말에 많으시고.” -현지 공인중개사 B씨

세 번째는 높은 분양가입니다. 테마상가 1층 한 호실은 분양가가 9억이 넘었었는데, 70%를 연 5%로 대출받았다고 치면 매달 이자만 260만 원이 넘습니다. 실제로 지금은 비슷한 위치의, 그것도 호수변 1층 매물이 보증금 3천에 월 230만 원으로 나오는 걸 고려하면, 이미 출혈이 심한 상태이긴 합니다.

문제는 이 낮아진 임대료도 그다지 매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월 230만 원이면 이웃한 원도심 상권에서도, 남쪽 학원가 상권도 1층에 비슷한 면적의 상가를 구할 수 있습니다. 먹거리 업종, 그것도 특히 호수공원 방문객을 타겟한 업종이 아닌 이상 굳이 수요층이 더 얕은 은계호수공원에 자리를 잡을 이유가 없는겁니다.

 

믿을 구석은 ‘콘텐츠’ 뿐이지만…

현지에서는 결국 콘텐츠를 해법으로 보고 있습니다. 축제를 하더라도 일회성 동네 축제가 아니라 대외적인 기획으로 외부에서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행사나 이런 것들이 많이 있으면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어떤 분들은 문화 트렌드를 좀 형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 – 현지 공인중개사 B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고, 단기간에 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은계호수공원 상권이 단숨에 반전을 맞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상인들의 노력은 과연 빛을 볼 수 있을까요? 오늘도 한 줄 평으로 마치겠습니다. “잘못한 게 없다고, 고통이 피해가진 않는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