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레이스 성수동, 팝업스토어로 날개를 달다
성수동은 2024년 영국 여행문화 잡지 타임아웃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4위에 오를 정도로 글로벌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SNS와 각종 미디어에서 ‘성수동’이라는 키워드는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으며, 특히 MZ 세대로부터 트렌디한 장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수동 열풍의 중심에는 팝업스토어가 있습니다. 팝업스토어란 단기간 운영되는 임시 매장으로, 브랜드들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거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오픈하는 형태입니다. 성수동은 이런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불리며, 월 평균 수십 개의 팝업스토어가 끊임없이 열리고 있습니다.
팝업스토어들은 독특한 콘셉트와 제한된 시간이라는 희소성을 무기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모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성수동 전체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형성된 팝업스토어 문화는 젊은 세대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성수동을 서울에서 가장 핫한 장소 중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임대료 폭등의 그늘, 단기 임대의 함정
하지만, 최근 들어 반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팝업스토어로 유명해진 성수동이 바로 그 팝업스토어로 인해 상권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임대료 폭등입니다. 성수동의 올해 1분기 임대가격지수 상승률은 무려 109.1%로, 압구정과 용산을 제치고 전국 1위를 차지했습니다. 실제로 성수동의 임대료는 서울에서도 최고 수준에 달합니다.
가장 인기 있는 연무장길의 경우, 전용면적 28㎡(약 10평도 안 되는) 건물 1층의 임대료가 월세 2,400만원에 달하며, 이는 평당 약 280만원 수준입니다. 이는 서울 평균 임대료인 평당 약 17만원의 16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건물 전체를 통임대하는 경우, 월세가 보통 1~2억원대까지 올라가며, 가장 비싼 곳은 보증금 25억원에 월세 2억5,000만원까지 치솟은 매물도 존재합니다.
이렇게 임대료가 급등한 이유는 바로 단기 임대 계약 방식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임법)이 있어 임대료 인상률을 연 5%로 제한하고 있지만, 팝업스토어와 같은 단기 임대는 이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건물주들은 기존 월세 500만원을 받던 공간을 1,000만원 이상으로 올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성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한 달에 팝업스토어 임대료로 1억원 이상을 받는 건물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상권의 변질과 위기
임대료 급등은 필연적으로 상권의 변질을 가져왔습니다. 건물주들은 팝업스토어의 고수익 모델에 매료되어 장기 임대보다 단기 임대를 선호하게 되었고, 일부 건물주들은 아예 팝업 전용으로만 임대를 놓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성수동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과거 ‘한국의 브루클린’이라는 명성을 얻게 해준 독특한 로컬 상점들은 사라지고, 대신 무신사, 젠틀몬스터, 디올 등 대기업이나 대형 브랜드에 의존하는 구조로 상권이 바뀌었습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성수동을 대표하던 수제화 상점들입니다. 이미 수제화 상점들은 연무장길에서 쫓겨난 지 오래되었고, 연무장길에서 버티던 공장들도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성수동 상권 점포 수는 2022년 2분기 2만321개에서 2024년 2분기 1만9686개로 2년 사이에 약 700개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점포 수의 감소를 넘어, 성수동 상권의 다양성과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상권의 미래, 지속 가능한 해법은?
최근 팝업스토어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다른 공간으로도 분산되고 있어 성수동 상권에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더현대서울, 아이파크몰 등 최근 백화점들도 팝업스토어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데, 이곳들은 임대료를 정률제로 받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
성수동의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브랜드들이 이러한 대안 공간을 찾아 떠나면, 성수동 상권은 더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정인부동산그룹(유튜브 빌딩의 신) 박준연 대표는 “팝업스토어들은 썰물이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무섭게 빠지는 특징이 있다”며, “3년에서 5년이 팝업스토어가 유지될 수 있는 임계치”라고 경고했습니다.
성동구는 2016년부터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지정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을 시행 중입니다. 서울숲길 일부 지역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입점을 제한하고, 임대료 안정을 약속하는 이행협약을 체결하면 건물 신증축 시 용적률을 완화해주는 정책입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약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과연 성수동이 앞으로 지속 가능한 상권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자세한 내용은 상단의 리얼캐스트TV 영상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