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도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방 세입자들 입장에선 서울보다 전셋값이 빨리, 많이 오르지 않는 것이 차라리 맘 편하다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나면 매매가가 오른다(흔히 전셋값이 매매가에 선행한다고 알려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라고 알려져 있는 만큼 전셋값조차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음을 뜻해 전셋값 양극화는 달갑지 않은 소식 일 수 있습니다.
2년 반 만에 전셋값 격차 ‘최대치’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 5분위 배율은 7.7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상위 20%(5분위) 평균 전셋값이 하위 20%(1분위) 전셋값의 7.7배라는 뜻입니다.
통상 가격을 20%씩 5개 구간을 나누는데 각 구간을 ‘분위’라고 하며 5분위는 가격이 높은 상위 20%를, 1순위는 가격이 가장 낮은 하위 20%를 뜻합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5분위 평균 전세가격은 6억 7,849만 원이며 1분위는 8,869만 원으로 7.7배 차이가 납니다. 7.7배 차이는 2022년 11월(7.7배) 이후로 2년 만에 가장 높은 차이에 해당합니다.
서울의 5분위 평균 전셋값은 12억 3,817만 원으로 1분위(2억 8,084만 원)보다 4.4배 높고, 지방(수도권과 지방광역시를 제외한 기타지방)의 5분위 평균은 3억 2,983만 원으로 1분위(5,301만 원)보다 6.2배 높습니다.
5분위만 놓고 서울과 지방을 비교하면 서울이 지방보다 3.8배 비싸고, 1분위는 서울이 지방보다 5.6배가 비쌉니다. 지역 내에서도 분위 간 격차가 큰데 서울과 지방과의 격차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모습입니다.
서울 및 수도권 전셋값은 상승…지방은 하락 이어져
전셋값 흐름은 서울과 지방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7월 첫째 주(7일) 서울의 전세가격 상승률은 0.08%로 전주(0.7%)보다 상승 폭이 커졌습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0.03%로 상승폭은 전주(0.05%)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플러스를 기록 중입니다.
반면에 지방은 마이너스 0.01%를 기록하며 30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세수급지수도 양극화를 보여주는데요. 100을 기준으로 100을 상회하면 수요가 많고, 하회하면 공급이 더 있다는 얘긴데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02.0인 반면, 지방은 95.2로 지방은 전세가 남습니다.
지방은 5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전체 미분양의 83%를 차지할 빈집도 전세 수요가 없습니다. 매매가격도 하락하다 보니 전셋값 역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데, 매수세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어 침체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수도권 전셋값 강세에 기름 끼얹은 대출 규제
최근 서울, 수도권 전셋값에 기름을 부은 일이 있습니다. 바로 대출 규제입니다.
지난 6월 27일 발표된 대출 규제 강화(주택담보대출 총액 최대 6억 원 이하 제한) 이후, 주택 구입에 나서기 어려워진 수요자들이 전세 시장으로 돌아섰습니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94㎡는 이달 들어서 29억 5,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같은 면적이 불과 한 달 전에는 27억 원에 전세 계약이 됐었으며 1월에도 28억 3,5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됐었습니다.
현지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반포에는 메이플자이가 입주하면서 전세가 많이 풀려야 하는데 오히려 반전세 등의 월세가 대거 매물로 풀려 전세 물건이 귀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대출이 막히면서 반전세로 놓고 보는 집주인들이 많아 결국 대출 때문에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6.27 대출 규제’ 이후인 6월 28일부터 7월 13일까지 신고된 서울 전월세 거래 5,949건 가운데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건은 1,348건(약 22.6%)이었습니다.
통상 전셋값이 상승할 때는 갱신권을 활용해 임대료 5% 이내로 인상해 부담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에는 갱신권 사용이 아닌 시세대로 보증금을 올려서 계약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런 이유는 갱신권 1회 사용 뒤에는 추가 사용을 못 하는데 그때 더 많은 전세 보증금을 필요로 할 수 있어 미리 그 부담을 줄이려는 이유로 분석됩니다. 전셋값 계속 오를 것이란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전세 양극화는 고착화될 수 있어
대출 규제의 직격탄을 맞게 된 서울과 수도권은 집을 사야 할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전세 매물까지 줄고 있어서 전셋값은 더 오를 전망입니다. 반면 지방은 전세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서울과 지방의 전셋값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입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의 입주물량은 올해까지는 적지 않은 편(4만 6,000여 가구)이지만 내년엔 2만 8,000여 가구로 급감합니다. 입주감소까지 겹치는 내년에 전셋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문제는 공급 감소 문제는 단기간 해결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부동산인포 관계자는 “집을 사서 이사를 하는 등 거래가 좀 살아 나야 전세 시장도 조금 나아 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공급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는 두 가지 모두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전세 양극화는 단기간 해결이 어렵습니다”라면서 “일시적으로 대단지 아파트 등의 입주로 전셋값이 조정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마저도 대출이 막히면서 힘들게 돼 전세 시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고, 이는 전셋값의 양극화에 영향을 끼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