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오랫동안 수출 중심의 성장 전략을 유지해 왔으며, 그 중심에는 삼성전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성장 정체와 기술 경쟁력 약화가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던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으며, 신성장 동력으로 기대했던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TSMC에 밀려 고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부문 역시 성장이 정체되면서,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의 위기가 곧 한국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현 상황을 서영민 KBS 기자를 만나 들어봤습니다.
삼성 위기가 대한민국 위기인 이유
최근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대한민국이 지난 3~4년간 수출 주도형 성장에 실패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수출이 더 이상 경제 성장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과거 한국의 경제 성장은 수출 증가율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지만, 최근에는 수출이 경제 성장률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0%에 수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의 성장이 정체된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한국 수출의 중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전자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주요 사업 부문이 정체되거나 경쟁에서 밀리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의 경쟁력 약화는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과거와 같은 삼성전자의 성장이 재현되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위기: 성장 정체와 기술 경쟁력 약화
삼성전자는 지난 10년 동안 실질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2013년 삼성의 매출은 약 2,200억 달러였으며, 2024년에도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10년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특히 반도체 사업에서의 위기가 심각합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해왔지만, 최근에는 선단공정 기술력에서 뒤처지며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잃고 있습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의 부진도 눈에 띕니다. 삼성은 2030년까지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TSMC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4년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60% 이상을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9%까지 떨어지며 시장 내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력 하락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문도 정체 상태에 빠졌습니다. 갤럭시 S 시리즈는 여전히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매출 성장률은 정체됐으며, 애플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2013년 삼성전자는 애플과 비슷한 매출 규모를 유지했으나, 이후 애플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간 반면, 삼성전자는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가장 큰 차이는 '생태계'에 있습니다. 애플은 iOS 운영체제와 앱스토어를 기반으로 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며, 서비스 부문에서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하드웨어 제조 중심의 사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부문에서의 성장 둔화는 삼성전자의 전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기업 전체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실패와 기술적 한계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3나노 GAA 공정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지만, 고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며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반면, TSMC는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고객사를 유지하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실패한 주요 원인은 기술적 완성도의 부족과 고객 대응 방식의 차이에 있습니다. TSMC는 고객사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최적의 반도체 생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고객과의 협업보다는 자체적인 기술 개발에 집중하면서, 고객 신뢰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이로 인해 퀄컴, 애플과 같은 대형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를 떠나면서,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삼성전자 미래는 있나?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은 단기적인 어려움을 넘어 장기적인 위기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한 번 성장 정체를 경험한 기업이 다시 혁신을 통해 반등할 확률은 11%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삼성전자가 이 11%에 속할 수 있을까요?
스마트폰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파운드리 사업은 TSMC와의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고객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기존 사업 구조를 혁신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의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삼성전자가 다시 한 번 글로벌 무대에서 혁신을 이루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 역시 장기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삼성전자와 한국 경제가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