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폭풍이 증시를 덮쳤습니다. 발표 열흘도 되지 않아 한국에 상장한 주식 절반이 신저가를 경험했습니다. 계속되는 정치권의 불확실성이 그러잖아도 휘청이던 증시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린 형국입니다. 추락하려는 증시를 붙잡은 기관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국내 상장주식 1,407개 1년 최저가 찍었다
비상계엄 이후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신저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12일 조사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서 지난 1주간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은 1,407개에 달합니다. 전체 2,737개 종목 중 51.4%에 달합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총 573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959개 종목 중 59.7%가 일주일 사이 신저가를 기록한 셈입니다. 코스닥에서도 834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1,778개 종목 중 46.9%입니다.
특히 정부 정책관련 테마주의 하락세가 가팔랐습니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과 관련된 소위 ‘대왕고래’ 테마주와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관련으로 기대감을 모은 원전 테마주가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대왕고래 테마주의 대표주자인 한국가스공사[036460]는 계엄 사태 직후 19.98%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3일 40,800원으로 거래를 마무리했던 이 종목은 다음날 곧장 장중 32,650원 까지 밀렸습니다. 이후 소폭 회복했으나 16일에도 여전히 3만 원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33,85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원전주 우진엔텍[457550]도 하루만에 16% 밀렸습니다. 3일 종가 18,340원에서 다음 날 장중 15,340원까지 주가가 주저앉았죠. 이후 9일에는 13,150원까지 주가가 밀렸고, 10일부터 주가가 조금씩 회복하는 중이지만 16일에도 14,900원에 거래를 마무리했습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는 폭주 중입니다. 자동차 부품업체 오리엔트정공[065500]은 비상계엄 해제 직후인 4일부터 12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1,131원이었던 주가는 16일 기준 6,7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기관이 억지로 떠받친 증시… 지속 가능성 의문
증시는 표면적으로 안정을 되찾은 것처럼 보입니다.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2494.46) 대비 5.49포인트(0.22%) 내린 2,488.97로 마감했습니다. 9일 2,360까지 밀렸던 하락분을 대부분 회복했고, 3일 기록한 2,441도 넘은 수치입니다.
코스닥도 큰 폭으로 반등하고 있습니다. 3일 690선에 거래를 마무리했던 코스닥은 9일에 627까지 밀렸는데요.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6일 기준 698.53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반등은 정부 대응의 결과로 풀이됩니다. 9일 기재부는 주식시장에 최대 4,300억 원 규모의 긴급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죠.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기관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7,898억 원을 순매수하며 시장을 억지로 떠받치고 있습니다. 연기금에서는 12일에만 3,878억 원을 순매수했죠.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 7,921억 원을 순매도했고, 외국인도 2,715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개인과 외국인이 의심의 눈초리를 아직 거두지 않은 가운데, 정부 당국에서 사태 수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요. 정부 개입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