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관리 압박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의 주문에 따라 대출 금리를 올리는 반면, 예금 금리는 내리면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있죠. 은행이 챙기는 이자마진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예대금리차 4개월 만에 확대 전환… NH농협은행 1.09%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우리,신한,하나,KB국민,NH농협)의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가계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0.57%p를 기록했습니다. 4월 이래 4개월 연속으로 축소되던 예대금리차가 8월에 큰 폭으로 확대 전환한 겁니다.
예대금리차가 가장 컸던 은행은 1.09%p를 기록한 NH농협은행입니다. KB국민은행이 0.71%p를 기록했고, 그 뒤를 하나은행(0.58%p)과 신한은행(0.24%p), 우리은행(0.23%p)이 이었습니다.
예대금리차란 대출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빼면 나오는 값입니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고(여신) 받은 이자와 돈을 빌리고(수신) 내어 준 이자의 차이(예대마진)로 수익을 내므로,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 은행의 이익률도 커지게 됩니다.
이번 예대금리차의 확대는 대출금리 인상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인하를 시작하면서 수신금리는 하락하는 반면, 대출금리는 가계대출 관리 압박을 명분으로 7월 이후로 꾸준히 올려놓은 까닭입니다.
실제로 시중 은행은 대출금리를 대거 올리고 있습니다. 5대 은행이 7월 취급한 대출은 평균 3.92%의 금리를 적용했으나, 8월에는 3.99%로 0.07%p 높아졌습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평균 0.25%p 올렸고, NH농협은행도 0.11%p 올렸습니다.
반면 예금금리는 시원찮은 수준입니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취급하는 정기예금(1년 만기) 9종의 전월 취급 평균 금리는 3.3%에 그치며, 현재 기본금리도 최저 2.5%(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에 불과합니다. 기준금리(3.5%)만도 못한 금리입니다.
기준금리 내리면 대출금리 내릴까? 글쎄…
은행의 경쟁적인 대출금리 인상은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특히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대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 은행에선 연말까지 대출 잔액을 맞춰야 한다며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때 금감원장이 나서서 손쉬운 금리인상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며 강한 개입을 시사하던 때도 있었는데요. 현장에 혼란이 발생하자 곧 금융위가 나서 “은행권이 자율 관리”하라고 하면서 금리인상의 억제도 없던 일이 됐습니다.
내일(11일)로 다가온 금통위 회의에서도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한 상황입니다만, 대출금리를 올려놓을 명분(가계대출 관리)은 있으나 예금금리를 낮추지 않을 명분은 없으니 예대금리차는 앞으로 더 확대될 전망입니다.
예대금리차 확대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소비자들의 신뢰와 직결된 민감한 사안입니다. 일반 서민 입장에서는 이자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대출이자는 오르고 예금이자는 제자리걸음이라는 현실이 체감되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우리 돈으로 돈 번다”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죠.
은행 입장에서는 수신금리 하향 조정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선 데다,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굳이 높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올 이유가 줄어든 겁니다. 반면 대출금리는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쉽사리 낮추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총량 규제’를 내세우며 은행권에 대출 잔액 관리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대출을 받으려면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은행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이자 장사’라는 표현이 대중화되었고, 예대마진을 비판하는 여론은 꾸준히 존재해 왔습니다. 특히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반복될 때마다 은행이 조달금리와 대출금리 간 괴리를 통해 ‘위기 속 수익’을 창출했다는 비판은 늘 반복돼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일관된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경고 메시지를 내더라도, 금융위가 이를 뒤집는 식의 혼선이 생기면서 실효성 있는 규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권 자율에 맡기겠다는 취지지만, 결국 자율이라는 명분 아래 금리 조정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큽니다. 예대금리차에 대한 정보공시 제도가 있지만, 일반 소비자가 이를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가령 ‘신규 취급액 기준’이라는 표현 자체도 일반인은 잘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은행 간 금리 책정 기준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비교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나 일부 정치권에서는 예대금리차 상한제를 도입하거나, 예금금리 하한선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은행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 전환입니다. 민간기업인 은행이 이윤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지만, 동시에 국민 경제의 혈류를 책임지는 인프라이자,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기관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처럼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는 올리는 식의 전략이 반복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금통위의 결정과 별개로, 금융당국이 실질적인 조율자 역할을 회복하고, 은행들도 스스로 금리 책정의 정당성을 보다 투명하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