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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세금 → 0원 된다"...상속세 개편, 부자 감세 vs 중산층 감세

  • 일반
  • 입력 2024.08.19 10:14

’서울에 집 한 채’ 중산층 가정의 상속세 시뮬레이션

 

상속세가 세법개정안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습니다.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기준을 고쳐서 중산층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하고, 야당에서는 초부자 감세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럼 말마따나 ‘집 한 채’ 가진 집에서는 상속세 부담이 어떻게 줄어들 지 궁금한데요. 배우자와 자녀 둘이 있는 집의 세대주 A씨가 사망한 경우를 상정해서 가격구간별로 상속세를 계산해 봤습니다.

 

자녀공제는 5억 원으로 확대, 세율은 30억 초과 구간 없애

일단 상속세 개편안의 내용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자녀공제의 확대와 세율 조정입니다. 자녀가 많을수록 공제효과가 커지고, 세율도 대폭 줄이겠다는 구성입니다.

자녀공제는 인당 5천만 원에서 5억 원으로 확대됩니다. 보통 ‘상속세는 10억까지는 세금이 없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게 바로 인적공제 및 일괄공제에 대한 설명입니다. 상속세는 일단 배우자공제 5억 원을 받은 후 인적공제 또는 일괄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자녀는 인당 5천만 원을 공제받을 수 있고, 아니면 그냥 5억 원의 일괄공제를 받을 수 있죠.

현행 규정에 따르면 A씨 유족은 일괄공제를 받는 게 낫습니다. 인적공제를 받으면 총 8억 원이지만, 일괄공제를 받으면 총 10억 원이거든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적공제가 유리해지는 건 자녀가 7명이 되는 시점부터입니다.

자녀공제가 5억 원으로 확대되면 계산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일괄공제와 자녀 1인 공제가 같으니 자녀가 1명이라도 기초공제를 포함하면 인적공제가 유리해지죠. A씨 유족이 인적공제를 받게 되면, 배우자공제를 포함해서 총 17억 원입니다.

세율도 상당히 줄었습니다. 최고 50%에서 40%로 줄었고, 과세표준이 1억 원 대인 경우 세율이 10%나 줄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대목은 30억 원 초과 구간이 깨끗하게 사라졌다는 겁니다.

이번 개정안은 ‘집 한 채’ 가진 서울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을 전면에 세웠는데, 뗄 거 다 떼고도 과세표준이 30억 원이 넘는 분들도 상당한 혜택을 받게 됐습니다. 중산층 범위가 예상 이상으로 광활하네요.

 

17억 까지는 비과세… 19억 마래푸도 상속세 1.8억 절감 효과

개정안에 따르면 A씨 유족은 17억 원 이하 아파트를 상속받을 경우, 상속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가령 최근 13억 원으로 거래된 DMC파크뷰자이 전용 84㎡ 같은 아파트는 온전히 비과세를 받을 수 있죠.

반면에 현행 규정에 따르면 상속세는 5천만 원이 책정됩니다. 공제를 10억 원 받아도 과세표준이 3억 원이므로, 세율은 최고 20%입니다. 신고세액공제 3%까지 받으면 4,850만 원 수준이죠. 중산층에게는 확실히 큰 도움입니다.

17억 원을 조금 넘어도 혜택이 상당합니다. 19억 4,500만 원으로 거래된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의 경우, 법 개정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2억 1,679만 원 정도 나오던 상속세가 2,813만 원으로 대폭 감소합니다. 1억 8,866만 원의 절세효과가 생기죠.

 

상속재산 크면 절세효과도 커… 아리팍 3.7억, 압구정현대 10억 줄어

최고세율이 과세표준 10억 원 이상 구간에 40%로 설정되었다는 건, 상속재산이 크면 절세효과도 그만큼 크다는 얘기가 됩니다. 10억원 초과 구간은 전부 40%만 적용되는 셈이니까, 30억 초과분에 전부 50%가 적용되는 현행 규정과는 차이가 크죠.

최근 50억 원으로 거래되며 전용 84㎡의 새 역사를 쓴 아크로리버파크로 계산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상속세가 14억 9,380만 원이 나와야 하는데요, 개정안에 따르면 상속세가 11억 1,550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절세효과가 3억 7,830만 원입니다.

압구정현대쯤 되면 절세효과가 10억 원에 달합니다. A씨 유족이 115억 원의 압구정현대를 상속받는다면, 내야 할 상속세가 46억 4,630만 원에서 36억 3,750만 원으로 대폭 감소합니다.

 

상속세 개편안, 국회 통과할 수 있을까?

이번 상속세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정부여당의 중산층 부담 완화라는 절절한 진심을 거대 야당이 좀처럼 믿어줄 생각이 없어 보이거든요.

사실 야당에서도 상속세 개편으로 외연 확장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요. 쩨쩨하게도 일괄공제 금액의 미세조정으로 5~10억 구간 부담을 줄여보자는 정도였습니다. 정부여당의 대범함은 미처 따라가지 못했군요.

‘서울에 집 한 채’라는 표현이 최근 중산층의 상징처럼 활용되고 있죠. 다들 그 서울의 집 한 채를 갖겠다고 영끌을 하고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중산층이 된다는 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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