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분양시장이 연이은 흥행으로 시끌시끌한 가운데, 그늘에서는 미분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내내 줄어들던 미분양이 두 달 사이 큰 폭으로 늘었고, 준공 후 미분양도 여전합니다. 시장에선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분양가를 원흉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전국 미분양 57,925→63,755… 2개월 사이 10.1% 늘어
미분양 아파트가 6만 3천 세대를 돌파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 3,755세대에 달합니다. 미분양 물량이 6만 3천 세대를 넘은 건 2023년 7월 이후 반년 만입니다.
증가세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5만 7,925세대를 기록한 후 2개월 만에 5,830세대가 늘었는데요. 지난해 6만 3천 세대가 5만 8천 세대까지 감소하는 데는 7월부터 11월까지 4개월이 걸렸습니다.
미분양 적체는 지방에서 유독 심각합니다. 대구(10,124세대)는 1만 세대에 달하는 미분양을 좀처럼 소화하지 못하고 있고, 경북(9,299세대)은 가파르게 상승해 곧 1만 세대를 넘을 기세입니다. 충남(5,436세대)과 강원(3,996세대)도 수천 세대에 달합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결국 1만 1천 세대를 돌파했습니다. 2022년 5월(6,830세대) 이후 20개월 연속 증가입니다. 전남이 1,210세대로 가장 많았고, 경남(1,190세대)과 경기(1,182세대), 부산(1,174세대), 대구(1,065세대)이 차례로 뒤를 이었습니다.
치솟는 분양가로 피로감 늘었나… 시세차익 없으면 미분양 수순
시장에서는 미분양 적체의 원인으로 단기적인 공급 증가와 높은 분양가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크게 위축되었던 공급이 연말부터 회복되는 가운데, 시세차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고분양가 단지들이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서 미분양이 다시 쌓이기 시작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지난해의 지속적인 미분양 감소는 공급 위축의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전국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7만 6,528세대에 그쳤습니다. 2022년 동기간에는 13만 3천여 세대, 2021년 동기간에는 약 15만 세대가 공급됐으니,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입니다. 반면 4분기에는 예년 대비 80%까지 분양 물량이 늘면서 미분양이 다시 적체된 겁니다.
미분양 적체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분양가도 지목됩니다. 공사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분양가가 가파르게 높아지면서 대기수요의 분양가 민감도가 높아졌고,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는 분양가를 책정한 단지들이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 가격은 지난 1월 기준 3.3㎡당 1,747만 원으로 치솟았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11% 오른 가격입니다. 국토부가 발표하는 기본형 건축비도 1㎡당 197.6만 원에서 203.8만 원으로 3.1% 올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와 인건비의 지속적인 상승세로 분양가 고공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분양 위험을 낮추기 위해 분양가를 낮추기가 여의찮은 상황이니, 앞으로 늘어나는 공급 물량만큼 미분양이 쌓일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에는 총 9만 1,494세대의 일반분양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동 기간 공급 물량(44,360세대)의 2배가 넘는 물량입니다. 올 상반기 공급 물량들이 과연 적절한 분양가로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