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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체 15조 4000억 원 만기 도래…전체 손실액 7조 원 넘을수도
은행권에 이어 증권업계에서도 홍콩H지수 관련 ELS 판매 중단
우리은행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 목표…타 은행과 달리 ELS 판매 지속의사 밝혀

우리은행, 비이자수익 못버려…부정여론에도 ‘ELS’ 판매 기조 유지

  • 은행
  • 입력 2024.02.07 17:01
  • 수정 2024.02.07 17:35

홍콩H지수가 지난해 11월말 이후 5000대에서 머무르면서 관련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이 속속 확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는 지난달 26일 기준 올해에만 3121억 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ELS란 고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일반적으로 만기 3년에 기초자산의 가격이 기준일 기준가 대비 만기일에 60~70%보다 높으면 약정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만 기초자산의 가격이 미리 정해 놓은 구간(낙인) 아래로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홍콩H지수는 지난 21년 2월 12200선에서 머물렀던 만큼 현재수준(5일 종가 5217.36)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홍콩H지수가 포함된 ELS 대다수가 낙인구간에 진입해 있는 상태입니다. 이번 달 만기를 앞두고 있는 투자자라면 홍콩H지수가 지난달 하순 종가기준 5001.95까지 떨어진 날도 있어 60% 안팎의 손실률을 기록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은행권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관련 ELS 중 올해 전체 15조 4000억 원, 상반기에만 10조 2000억 원의 자금이 만기가 다가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중 KB국민은행이 6조 7000억 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이 올해 중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신한은행이 2조 3000억 원, NH농협은행 1조 8000억 원, 하나은행 1조 4000억 원, 우리은행 413억 원 순으로 확인됐습니다.

홍콩H지수가 올해 안에 큰 폭으로 반등하지 못하고 현재 흐름이 지속된다면 전체 손실액은 만기금액의 절반 이상인 7조 원을 넘어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손실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자 시중은행들이 속속 ELS 판매를 중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주요 시중은행이 홍콩H지수 관련 ELS 판매를 중단해왔으며 지난주부터 KB국민·신한·하나은행은 한동안 모든 ELS관련 상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방침을 밝혔습니다.

단, ELS 판매 중단으로 인해 은행권의 비이자수익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2021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 ELS 판매를 통해 얻은 수수료 이익은 모두 6815억 7000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중은행은 판매 수수료로 ELT의 경우 보통 판매액의 1%, ELF는 대면판매 시 판매액 0.9% 비대면일 경우 판매액의 0.7% 수준으로 수수료를 받으며 비이자이익을 챙겨왔습니다. 이렇다 보니 향후 은행권의 비이자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실적감소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은행권에 이어 증권사에서도 홍콩H지수 관련 ELS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추세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은 지난해 4분기부터 홍콩H지수를 ELS 기초자산에서 제외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나증권(대표 강성묵)과 키움증권(대표 엄주성) 역시 지난해 말부터 홍콩H지수 관련 ELS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외에도 신한투자증권(대표 김상태)은 올해초부터, KB증권(대표 김성현·이홍구)은 2월부터 홍콩H지수 관련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은행장 조병규)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에서 유일하게 ELS 판매를 지속할 것이라 밝히며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30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ELS판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투자상품 관련 개선방안 결과를 검토 중으로 그 결과에 발맞춰 판매 정책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여지를 남겨뒀지만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ELS 판매를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우리은행이 올해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 달성을 위해 비이자이익 포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6735억 원으로 22년(7389억 원) 대비 8.8%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민생금융지원과 관련한 수치가 반영돼 감소하긴 했으나 이자이익(7조 4363억 원)에 비하면 10%도 안되는 수준이라 비이자이익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 2024년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올해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 목표 달성을 천명했습니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 달성을 위해 ■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 ■ 경영 체질 개선 ■ 사회적 책임 강화 등 6대 경영방향에 대해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홍콩H지수 관련 ELS 원금 손실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ELS 상품 자체에 대한 고객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비이자수익 강화를 통한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려는 탐욕스러운 움직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경영방향과도 일치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드는 부분입니다.

한편, 우리은행은 이번 홍콩H지수 관련 ELS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지만 불완전판매에 관한 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독일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로 1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일으킨 전례가 있어 ELS 판매지속 방침에 곱지 않은 시선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은행이 타 시중은행에 비해 홍콩H지수 관련 ELS 상품 판매 규모가 적었던 요인은 앞서 언급한 DLF 후폭풍으로 고위험상품에 대한 판매를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이 조치가 상품 판매 당시에는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우리은행에 전화위복이 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다만 은행업계에서는 홍콩H지수 관련 ELS가 지속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면서 원금 손실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은행을 외면하는 상황이 될까 긴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원금 손실이 잇따르며 피해배상과 관련한 고객들의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정책적 움직임 등을 고려해 ELS 판매를 당분간 중단하는게 좋겠다는 내부적 판단을 내리고 현재는 취급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동안 다양한 상품 및 이벤트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쌓아온 은행의 신뢰가 이번 사태로 인해 실추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전했습니다.

더불어 은행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도 타 시중은행들과 같은 행보를 보였으면 좋을텐데 너무 혼자서만 돋보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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