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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분양시장, 분양가가 운명 갈랐다

  • 일반
  • 입력 2024.01.29 09:08

청약시장 성적 양극화, “분양가가 운명 갈랐다”

 

올해 1월 청약을 진행한 단지들의 성적표가 하나둘 나오고 있습니다. 청약시장 분위기가 위축되면서 미달이 속출하고, 경쟁률 1:1을 기록한 단지도 계약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몇몇 단지들만 깜짝 흥행하고 있는데요. 시장에서는 결국 분양가가 운명을 갈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청약자 5만 7천여 명… 2개 단지에만 5만명 몰려

청약홈 및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초순(1~10일)에는 총 12개 단지(도시형 생활주택 제외)에서 일반공급물량 4,431세대의 청약 일정을 진행했습니다. 지난해와는 달리 연초부터 분양을 서두르는 모습이 눈에 띄는 상황입니다.

같은 시기 청약자는 총 5만 6,890명으로 상당한 규모인데요. 단지별 성적표는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총 6개 단지에서 미달 평면이 나왔고, 4개 단지는 일반분양분만큼의 청약자를 모으지도 못했는데요. 2개 단지만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했습니다.

경기도 안성에서는 500여 세대 일반공급에 14명이 청약한 단지가 나왔습니다. 안성시 죽산면에 도시개발사업으로 공급되는 A단지인데요. 이 단지는 1월 진행한 청약에서 468세대 모집에 14명이 청약해 전 타입 미달이 났죠.

부산 사상구 괘법동에 공급된 B단지도 208세대 일반공급에 청약자가 17명에 불과해 8개 타입 중에 7개 타입이 미달이 났고요. 양주 회천지구에 공급된 C단지도 52세대 일반공급에 청약자가 총 20명에 불과했습니다.

인기 지역인 광명에서도 썩 반갑지는 않은 성적이 나왔죠. D단지는 경쟁률이 4.71대1이었는데, 2023년까지 통틀어 광명 최저 수준의 경쟁률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세대가 공급된 소형면적 2개 타입에서는 미달도 나왔습니다.

반면 큰 호응을 얻은 단지들도 나왔습니다. 충남 아산에선 수만 명의 청약자를 모은 단지가 나왔죠. 더샵탕정인피니티시티는 646세대 모집에 3만 3,969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52대1을 기록했습니다.

인천 검단에서 본청약을 진행한 검단중흥S클래스에듀파크도 1만 6천 명이 넘는 청약자를 모았습니다. 일반공급 물량이 1,417세대가 넘었는데 경쟁률이 11대1에 달했죠. 타입별 최고 경쟁률은 46대1이었습니다.

 

경쟁률 52대1, 아산에서 나온 이유는? “2억 원 로또”

이 단지들의 운명을 가른 건 다름 아닌 분양가입니다. 분양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확실하게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단지에만 청약자가 몰리고 있죠. 치열한 옥석 가리기에 ‘고분양가’ 단지가 설 자리는 지극히 협소해지고 있습니다.

앞서 안성에서 경쟁률 0.02를 기록한 A단지는 전용 74㎡와 84㎡ 각각 2개 타입을 공급했는데요. 분양가는 74㎡가 3억 5천만 원, 84㎡는 3억 9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신축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과한 수준입니다. 이 정도면 면 소재지가 아니라 안성 시내에서 같은 면적 신축을 살 수 있죠.

실제로 2017년 가사동에 입주한 안성푸르지오 전용 74㎡ A타입은 지난해 10월 기준 3억 3,300만 원으로 거래됐고요. 안성 대장주로 통하는 안성아양시티프라디움 전용 84㎡A도 11월에 4억 1천만 원으로 거래됐습니다.

부산 사상구 괘법동에 공급한 B단지도 분양가에 문제가 있었죠. 이 단지는 전용 55㎡를 약 3억 5천만 원에 분양했는데요. 규모도 4배는 크고, 사상역이 더 가깝고, 2022년 입주한 신축 ‘센트럴 스타힐스’ 전용 59㎡가 12월에 2억 8천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지금 호가도 3억 원 대로 내려온 상황인데, 굳이 5천만 원이나 더 주고 3년 뒤에나 입주할 B단지를 선택할 이유가 없죠. 부산 2호선 사상역과 사상버스터미널, 이마트, 홈플러스 입지, 초등학교 접근성 등 무수한 입지적 장점도 비싼 분양가 앞에서는 빛이 바랜 겁니다.

크게 흥행한 단지들의 비결도 결국 분양가입니다. 더샵탕정인피니티시티는 2억 원 이상, 검단중흥S클래스에듀파크도 5천만 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로또 분양이었습니다.

더샵탕정인피니티시티는 전용 84㎡를 4억 7천만 원에 분양했는데요. 같은 탕정역 생활권에 푸르지오 2단지 전용 84㎡가 1월에 7억 원으로 실거래가 성사됐죠. 현재 시점에 2억 3천만 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예상되자 청약자가 대거 몰렸습니다.

검단도 마찬가지입니다. 검단중흥S클래스에듀파크는 전용 84㎡ 분양가가 5억 원 수준이었는데요. 같은 불로동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불로 포레스트 전용 84㎡ 분양권이 올해 5억 3,950만 원으로 거래됐습니다. 오히려 입지는 검단중흥S클래스에듀파크가 나은데, 수천만 원의 안전마진이 확보되어 있어 이목이 쏠렸습니다.

 

시세 수준 분양가? 청약할 이유 없어… ‘가성비’가 관건

시세 수준 분양가에도 아파트가 팔리던 시절은 이제 완전히 지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집값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힘을 잃으면서, 청약시장에 남은 대기수요도 분양가의 적정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청약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건설업계는 고민이 깊어질 전망입니다. 분양가 상승의 배경에는 건자재비를 비롯한 공사비 상승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10대 건설사가 지난해 3분기에 납품받은 레미콘 가격은 1㎥당 평균 87,630원에 달합니다. 2022년 말에는 78,522원이었으니 단 3분기 만에 11.6% 오른 겁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선 공사비 상승은 알 바 아닙니다. 분양은 애초부터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력이 있었던 거죠. 기존 아파트에 비해 큰 시세차익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3년은 더 기다려야 현물을 받을 수 있고, 그마저도 최근의 PF 불안 때문에 준공 여부조차 불안해진 분양에 굳이 목맬 이유도 없습니다. 올해 공급되는 단지들은 과연 저렴한 분양가로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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