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 부담 완화"...종부세 3천만원 깎아준다?

  • 일반
  • 입력 2023.12.11 09:09

정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근본적 재검토’한다

 

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정부는 내년 현실화율을 올해와 동일하게 동결하는 한편, 현실화 계획 자체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마침 종부세 고지서도 나오는 참이라 시끌시끌하죠. 한쪽에선 징벌적이니 응당 없앴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부자감세 또는 총선 대비 포퓰리즘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69% 동결, 로드맵 개선 연구용역도 진행 중

지난 11일 국토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24년 공시가격에 적용할 현실화율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수립 이전 수준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정부는 앞서 6월부터 관련 계획의 재검토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절차에도 착수했죠. 정부는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현실화 계획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2020년 11월에 마련된 계획입니다. 당시 정부는 공시가격이 시세와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고, 주택유형과 가격대에 따라 현실화율이 제각각이라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관련 계획을 발표했죠.

각론은 복잡하지만 총론은 어렵지 않습니다. 2035년에는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9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매년 조금씩 높인 현실화율을 반영해서 공시가격을 산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 정책은 당시 정부의 정책기조였던 보유세 강화의 쉬운 방편으로도 평가되었습니다만, 조세정의의 실현이라는 명분도 분명했습니다. 2020년에는 부동산공시법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본격적으로 로드맵이 실행되었습니다.

이 제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예상 이상의 결과를 불러일으킵니다. 2021년까지 집값이 폭등했죠. 시세에 매년 고정된 현실화율을 반영해서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구조 때문에 공시가격도 덩달아 치솟았고, 이른바 “보유세 폭탄”이 터졌습니다.

실제 2021년에는 세수가 엄청나게 늘었죠.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주택분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33만여 명에 결정세액도 3,878억 원에 그쳤는데요. 2021년에는 인원이 93만명으로 늘고 4조 4천억 원을 징수했습니다. 이번 정부에서는 가파르게 증가한 국민 부담을 경감하는 한편 기존 정책의 과도했던 부분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강남 2주택 종부세, 3,404만 원→357만 원

이번 정부의 보유세 완화는 파격적인 세 부담 감소라는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특히 종부세 감세효과가 굉장한데요. 기본공제도 늘리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60%로 낮췄는데, 기본이 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낮아지면서 세액이 크게 줄었죠.

실제로 보유세 시뮬레이션 결과,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A타입 1채를 소유하고 있다면 2021년에는 1,598만 원의 종부세를 내야 했지만, 올해는 693만 원까지 종부세가 줄었습니다. 재산세도 줄어서 전체 부담이 1,000만 원 넘게 완화되었죠.

다주택자의 경우엔 부담 감소가 더 극적입니다. 앞서 확인한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와 함께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를 보유한 부부(각 지분 50%)는 각각 종부세 357만 원만 내면 되죠. 2021년 기준으로는 3,404만 원을 내야 했습니다.

이런 극적인 효과 때문에 시장에서는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종부세를 내는 사람이 가장 많을 때도 120만 명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국민 부담 완화’을 명분으로 내건 것 치고는 일부의 고액 자산가들만 큰 혜택을 본다는 거죠.

실제 종부세 세수는 전년 대비 2조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2023년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종부세 세수는 지난해 6조 8천억 원에서 4조 7천억 원으로 줄어듭니다. 2조 1천억 원이 덜 걷히는 겁니다.

생색은 정부에서 내는데 책임은 지방이 진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원래 종부세는 지자체에 교부금 형태로 배분되기 때문이죠. 2조 1천억 원의 세수가 사라지면 지자체 재정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물론 재산세도 줄었고요.

여기에 정부 입맛대로 공시가격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보유세를 조절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물론 이 문제에 있어서는 지난 정부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집값 못 잡아… 오히려 집값 올릴 수도

그렇다고 조세정의를 외치며 원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는 2022년에 공시가격 현실화는 집값을 잡는 데는 기여하지 못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었죠.

해당 연구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기준가격 효과가 보유세 부담 효과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다고 집을 팔지는 않고, 오히려 공시가격 서열에 맞춰 집값이 재정비되는 효과가 있었다는 거죠.

심지어 10%p의 공시가격 추가 인상은 주택 가격을 1~1.4% 인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전셋값도 1% 오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세입자에게 세부담이 전가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올해 국토연구원에서 발표한 ‘부동산세제의 시장 영향력과 향후 정책방향 연구’에서도 재산세는 매매거래나 매매·전세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고, 종합부동산세는 임차인에게 전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제강화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보유세 강화는 해결책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부동산 세제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바뀌고, 심지어는 정권 자체를 바꿀 위력까지 있는 주제입니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특히 양극단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지점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