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바닥론’에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하락폭이 컸던 화성, 평택 등지에서 갭투자가 눈에 띄게 늘었고 분당이나 서울 강남권 등지도 갭투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리얼캐스트에서 요즘 갭투자 현황, 살펴봤습니다.
갭투자 많은 1·2위 지역은 ‘화성·평택’
갭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으로 부동산을 소유하는 투자방식을 말합니다. 즉,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것으로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을수록 갭이 적은 게 특징입니다. 소액의 투자금으로 아파트를 구입, 시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식으로, 지역에 따라 부동산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끌어 올려 지역에 따라 정부 규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2일 기준 지난 6개월간(2023년 3월 이후) 전국에서 갭투자가 가장 많았던 지역 1위는 경기 화성시로 전체 매매거래(4936건)의 6.4%인 317건이 갭투자였습니다. 이어 평택(224건), 성남 분당구(214건), 인천 연수구(213건), 경기 시흥(212건)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아실은 매매거래가 이뤄지고 3개월 내에 전세계약이 체결되면 갭투자로 분류하는데, 성남 분당구의 경우 전체 거래(1736건) 중 12.3%가 갭투자였습니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으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은데다 대규모 정비사업 이슈로 인한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요즘 갭투자가 재확산되는 지역은 아파트 거래량 자체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어 바닥론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인데요.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통계 자료를 보면 갭투자 많은 1위 지역에 랭크된 화성시의 경우 지난해 12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481건에 불과했으나 지난 6월 기준 896건으로 2배 가까이 거래량이 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위를 차지한 평택시 역시 지난해 12월 281건에 불과하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올해 6월 628건으로 반년 새 2배가 넘게 늘며 회복세를 유지 중입니다.
1000만원이면 아파트 마련... 무자본 갭투자도
특히 갭투자는 그동안 집값이 떨어진 상황에서 전세가가 급하게 회복하면서 전셋값과 매매가 차이가 5000만원 미만인 단지에서 주로 발생했습니다.
일례로 경기 화성 봉담읍 와우리 수성효성 전용 59㎡는 지난 6월 1억500만원에 매매된 이후 8월 95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구했습니다. 전셋값과 매매가 차이가 1000만원에 불과합니다.
화성 장안면 사곡리 산호 전용 59㎡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7월말 1억5500만원에 매도된 이후 일주일여 만인 지난 8일 전셋값 1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매매가와 전세가 갭은 3500만원입니다.
평택 현덕면 인광리 영흥 전용 35㎡도 지난 6월 7500만원에 매매된 이후 두 달이 채 안 된 이달 11일 64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매매와 전세 갭이 1100만원입니다. 자기 자본 1000만원 정도 들여 아파트를 매수한 셈이죠.
최근 갭투자 사례 중에는 자기자본 한 푼 없이 아파트를 사들인 ‘무자본 캡투자’도 있었습니다. 화성 우정읍 조암리 미성102 전용 71㎡가 그 예로 지난 6월 9500만원에 거래됐는데 두 달 후 매매가보다 500만원 높은 1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이들 지역은 대체로 기업 투자가 활발하거나 교육 여건이 좋아 전세 수요가 풍부한 편이며 향후 미래 가치 상승도 기대되는 지역입니다만 지난해 집값 하락세가 짙었던 지역으로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갭투자가 재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화성은 지난해 집값이 50% 가량 떨어진 지역으로 일자리가 늘고 교통망이 좋아지면서 최근 갭투자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게 화성 소재 공인중개사의 전언입니다.
서울도 강남권 중심으로 갭투자 비중 높아져
화성, 평택 등 경기뿐 아니라 서울도 강남권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아파트 매매 거래량 대비 갭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국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실 자료를 보면 22일 기준 최근 6개월 동안 서울에서 갭투자가 많았던 지역은 송파구로 전체 거래 1426건 중 11.2%를 차지하는 160건의 갭투자가 이뤄졌습니다. 이어 강동 144건(12.1%), 강남 131건(11.1%), 노원 124건(10.1%), 서초 103건(13.3%)로, 노원구를 제외한 강남4구 지역이 갭투자 비율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최근 서울에서 이뤄진 갭투자 사례를 보면 매매와 전세 갭이 5억원 이내인 단지에서 많이 발생했습니다. 한 예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 84㎡는 지난달 초 19억4500만원에 팔린 뒤 한달 반 후인 지난 16일 16억95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2억5000만원을 들여 19억대 아파트를 매수한 셈입니다.
역전세·깡통전세 위험 여전해 무리한 갭투자는 주의 필요
이와 같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서 갭투자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실거주가 아닌 투자를 목적으로 한 매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고금리에 대한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 전셋값이 추가로 하락하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를 부추길 수 있고, 집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위험도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자산 여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갭투자는 주의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