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빌라 전세 사기 이렇게 칩니다

기자명 한민숙
  • 리얼꿀팁
  • 입력 2022.03.22 09:15
  • 수정 2022.04.06 09:18

전세사기 사건의 전말

[리얼캐스트=한민숙 기자] 김 모씨는 2018 인천 숭의동 신축 빌라를 신혼집으로 전세 계약하고 입주를 했습니다. 전세금 1억5500만원 중 1억2400만원은 신혼부부 버팀목 대출을 받았죠. 들어간 지 두 달이 되지 않아 집주인이 바뀌었지만 등기부도 깔끔하고 계약 후 바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도 마쳤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청약 당첨된 새 아파트 입주할 시점이 다가오면서 발생합니다. 김 씨는 집주인에게 이사 계획이 있으니 전세 만료 기간에 맞춰 전세금을 돌려 달라고 고지를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집주인은 갭투자로 산 빌라가 500채가 넘는데 지금 경기가 안 좋아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으니 빼서 나가라고 합니다. 조만간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 있다는 말도 덧붙이죠. 그제서야 김 씨는 이 집이 깡통전세라는 걸 알게 됩니다. 

“전세를 내놓으려 하니 전세가격이 다른 곳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매매가랑 거의 같더라고요. 새로 바뀐 집주인이 1억5500만원에 샀는데 그게 제가 들어간 전세 가격이고요. 주변 부동산도 지금 그 가격이면 전세로 들어올 사람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고요.”

김 씨는 이 상황을 집주인에게 전하며 전세금을 조금 낮출 수 있냐고 제안합니다. 그랬더니 집주인은 기다렸다는 듯 전세 시세 그대로 차라리 집 명의를 가져 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집을 살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또 딴소리를 하는 거에요. 자신이 임대사업잔데 임대주택을 중간에 팔면 벌금이 3000만원이 나온다고요. 그 벌금을 대신 내든지 아니면 임대사업자를 데려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또 겨우 임대사업 등록을 낸 매수인을 찾았죠. 그랬더니 이번에는 이렇게 손해 보고는 억울해서 이 가격에는 못 주겠다는 거에요. 위로금으로 현금 2000만원을 내놓으라고 하더라고요. 안 그러면 명의 변경을 안 해 주겠다고.. 결국 대출금을 빼고 전세 계약할 때 들어간 쌈짓돈 3000만원에 500만원을 더 토해내고 나왔습니다. 새로운 매수인을 맞출 때도 취득세에 500만원을 더 주는 조건으로 겨우 맞춘 거거든요. 

“몇 달간 지옥을 맛 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에서 끝난 걸 다행이라 위로하고 있습니다. 전세금을 통으로 날린 분들도 많더라고요.”

위 실화는 사기를 넘어 사실상 갈취를 당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그걸 뻔히 알면서도 김 씨가 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 사기를 설계했기 때문에 법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고요. 또 다른 하나는 상대하는 대상이 조직적,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사기 집단이라는 겁니다.   

“처음에는 경찰서도 찾아가고 변호사에 법무사에 이리저리 자문도 구하고 신고도 해 봤습니다. 그런데 서류상으로는 전혀 법에 저촉되는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만 있는 ”

“제가 당한 이 집단이 이쪽 업계에서 악명이 높더라고요. 이 집 새 주인도 이런 빌라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통해서 겨우 구한 건데, 거기서도 이 업체를 알고 있더라고요. 여기는 오늘만 사는 사람들이라고, 돈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일하는 무서운 데라고.. 그래서 명의 이전 다 받고 위로금으로 달라고 한 2000만원도 안 줄 수 있었는데 집 주소도 다 알고 이제 막 태어난 애도 있고....”

어떻게 전세 사기를 설계하나


사기꾼들은 어떻게 전세 사기를 설계하는 걸까요? 

① 먼저 건축주가 빌라를 짓고 분양을 합니다. 

② 한 채 당 원가가 1억5천만원이고 건축주는 2억에 분양을 하고자 계획했다고 칩시다.

③ 그런데 빌라 분양이 잘 안 되잖아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④ 이 때 브로커나 중개사무소가 결탁한 분양대행사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신축 시세 파악이 어렵다는 걸 이용해 가격은 최대한 높이고 그 차익은 수수료로 챙기죠. 

예를 들어 매매는 2억5천, 전세는 2억4천만원으로 홍보하고 건축주에게는 2억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전봇대에 붙은 실입주금 “500”만원이라는 전단지가 이들의 작업활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⑤ 인터넷이든 전단이든 광고를 보고 연락이 오면 처음에는 매매를 권합니다. 그런데 요즘 대출이 잘 안 나오잖아요. 

⑥ 이 때 상대적으로 대출이 용이한 전세로 유도를 합니다. 그리고 길게는 전세 기간 동안의 대출 이자도 내주겠다고 합니다. 

⑦ 사실 이들은 뭐로 빼도 상관 없습니다. 전세가를 최대한 높여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보이게 유도한 건데요. 건축주에게 줄 2억을 뺀 나머지는 모두 그들 수수료라 최대한 빨리 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거죠.  

⑧ 이 과정에서 빌라를 사신 분이라면 명의가 넘어온 이상 큰 문제 없습니다. 그냥 사시면 됩니다.

⑨ 문제는 전세인데요. 전세가 맞춰지면 집주인이 바뀝니다. 이때 처음 계약했던 건축주와 분양 브로커는 모두 사라지죠. 

⑩ 만기가 됐든 그 전에 나가는 상황이든, 세입자는 이제 바뀐 집주인에게 전세금 반환 청구를 해야 하는데요. 새로 바뀐 집주인은 본인도 이 집을 비싼 가격에 샀다며 전세가에 준하는 매매가가 찍힌 등기부등본을 들이밀고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옵니다.

⑪ 그나마 온전한 상태여야 이런 말이라도 들을 수 있고 연락두절이 대부분입니다. 속칭 '바지 집주인'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집주인한테 연락을 했는데 자기는 모른다. 자기 모든 빌라는 '**건축'이 관리를 한다고 앞으로 모든 연락은 '**건축'을 통하라고 하더라고요. 계약할 때 집주인이 나오기는 했는데 한눈에 봐도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이었어요.”

⑫ 그 이후는 알고 계신 내용입니다. 바지 집주인을 내세운 이 사기 집단의 깡통빌라가 한두 개가 아니라 어느 하나를 시작으로 경매가 진행된다면 줄줄이 엮이게 되고요. 

⑬ 짐작하셨겠지만 앞서 등장한 건축주, 분양대행사, 중간 브로커, 부동산, 바지 집주인 모두 한통속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기 안 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① 시세 알기 어려운 신축 빌라 주의해야

먼저 신축 빌라는 무조건 주의해야 합니다. 앞서 사례처럼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 빌라는 건축주와 분양 브로커, ‘갭투자’ 임대사업자가 짜고 조직적으로 처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없어 나중에 깡통전세를 노린 사기 집단의 또 다른 표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꼭 신축 빌라에 전세로 들어가야 한다면 가격이 적정선에 나왔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집 근처 중개사무소는 물론 조금 떨어진 중개사무소를 찾아가 시세를 알아보는 게 중요합니다. 

② 분양사무실과 빌라 위치가 다르면 의심해야

분양사무실과 빌라의 위치가 판이하게 다르면 의심해야 합니다. 실제 위 사례자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인천 숭의동 전세를 갔는데 계약할 때는 부평구 사무실로 갔다고 합니다. 

사무실이 매물과 먼 곳에 있다는 건 사무실 존폐를 수시로 확인할 수 없는 곳에 두고 언제고 야반도주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거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사무실이 없이 온라인으로 홍보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인터넷으로 집을 구하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③ 집주인 변경 시 '승계 거부' 특약 조항 넣기

집주인이 바뀔 경우 법적으로 임차인은 이전 임대인에게 전세 계약 해지 통보뿐 아니라 전세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임차인이 승계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이전 임대인과 새 임대인 간 채권 승계를 묵시적으로 용인한 것이라 할 수 있죠.  

전세 계약 시 집주인 명의가 바뀔 경우 전세 계약을 해지한다는 특약을 넣어야 합니다. 특약을 넣어도 배 째라고 나오면 달리 방법이 없지만 계약 시에 집주인을 압박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많이 겪은 사기범들은 “소유주가 바뀌면 승계하는 것”이라고 계약서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특약을 미리 넣기도 하는데요. 만약 계약 시에 이런 조항이 들어간다면 테이블 엎고 자리를 나와야 합니다. 전형적인 사기입니다.

  

④ 임대·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하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HUG나 SGI서울보증에 보증 가입을 해야 추후 문제 발생 시 보증사로부터 보증금 회수 가능합니다. 이 기관은 서류 검토를 통해 등기 상 문제점도 확인해 주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계약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물건을 미리 알아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특약에 “보증보험 반려 시 계약은 없는 것으로 한다”는 특약을 넣는 것이 좋습니다.

⑤ 전세 사기 피해 사이트 가입

현재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온라인 카페가 활성화돼 있습니다. 회원수만 1만 명이 넘는다는 게 슬픈 일이긴 한데요. 

온라인 카페에는 악덕 사기범의 실명이나 사기 조직, 그리고 다양한 사기 유형이 언급돼 있습니다. 집주인이 사기 이름에 올라가 있지는 않은지, 현재 구하려는 집이 사기 빌라는 아닌지 파악하는데 미약하나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진화하는 수법… 서류 그 이상을 확인해야


전세 계약 시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를 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등기부등본이나 등록된 중개사인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죠. 하지만 사기범들은 이런 서류나 확인이 가능한 범주에서는 전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습니다. 집도 대출 하나 없이 깨끗한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수법이 진화하고 있는 거죠.

때문에 전세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서류 그 이상을 확인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물론 어렵습니다. 귀찮기도 하고요. 작정하고 사기를 치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도 맞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 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돌다리를 수십 번 두드리며 확인하는 과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리얼캐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