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가에 20억 원을 넘게 투자한 업체는 결국 한 푼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감정가 22억 원이 넘는 이 상가는 유찰을 거듭한 끝에 2억 6천까지 내렸습니다. 이달 말에 또 유찰되면 1억 8천만 원입니다.
주인공은 평택 소사벌의 기묘한 유령상가, ‘평택 가로수길 센트럴돔’입니다. 외관도 화려하고, 제법 번성하는 것 처럼 보이는데요. 그 실체는 무더기 공실 지옥입니다.
경매 속출하는 유령상가… ‘렌트프리’도 무용지물
“지금도 많이 비어 있어요. 차기도 많이 찼지만 440개라 전체 호실이… 임대료가 현저히 낮아요. 많이 낮아졌어요” 현지 공인중개사 A
6월 초에 찾은 평택 가로수길 센트럴돔은 의외로 임차인이 제법 찬 모습입니다. 카페나 음식점, 빨래방 등 생활밀착형 업종이 적지 않게 운영되고 있죠.
하지만 아케이드 안으로 한발자국만 들어가보면 분위기가 일변합니다.
준공 이후로 단 한번도 채워진 적 없는 공실이 수두룩하고 천막에는 먼지만 두텁게 쌓여 있습니다. 지하 2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는 운행을 멈춘지 오래된 흔적이 역력하고, 깨진 돔은 수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쌓인 먼지 위의 낙서들을 보면 밤에 무슨 일이 있을지 짐작이 됩니다.
2층의 이 2개 호실은 감정가가 각각 4억씩 총 8억 원으로 평가됐는데요. 3번의 유찰을 거쳐 각 1억 3,720만 원까지 최저 매각가격이 내려왔습니다. 이 물건들을 보유한 정모씨는 같은 층 52호도 보유하고 있는데요. 5억 9,800만 원이던 이 물건도 2억 511만 원까지 내려왔습니다.
이게 바닥일까요? 아닙니다. 1층에는 6차례 유찰된 호실도 있습니다. 감정가 4억 9천만 원이던 이 호실은 5,764만 8,000원이 되었고 6억 9,400만 원이던 이 호실은 8,164만 8천원이 되었습니다. 오는 30일에 다시 유찰된다면 다 합쳐도 1억 8천만 원입니다.
이 와중에 임대료는 바닥을 쳤습니다. 월세가 평당 5만 원에서 8만 원 수준이죠. 일정 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고 빌려주는 렌트프리도 사실상 기본이 됐습니다.
“렌트프리는 보통 3개월. 안쪽 라인은 되게 싸요. 10평 기준으로 월 50만 원 정도 생각하시면 되고요. 외곽 라인은 한 70~80만 원 정도” 현지 공인중개사 B
소사벌 일대 상권이 모두 침체됐다지만 평당 10만원 이상인 주변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낮은 수준입니다.
준공 직후 팬데믹으로 치명타… 명품관 약속도 공중분해
평택 가로수길 센트럴돔은 2017년 분양 당시만 해도 일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기대를 받았습니다. 소사벌지구 중심상권에서도 위치가 제일 좋고, 주변에 아파트도 많아 배후수요도 기대되는 노른자위죠. 실제로 이마트 평택 2호점이 추진됐던 자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상가, 운때부터 상당히 나빴습니다.
“2019년도 5월에 준공이 났는데 그때 코로나가 터졌어요. 3년 동안 거의 코로나 때문에 공실이 좀 많았고 이후에 경기가 좋아지면 되는데…” 현지 공인중개사 B
실제로 팬데믹을 정통으로 맞은 센트럴돔은 바로 빈사상태에 이르렀죠.
“여기가 삼성이 들어왔을 때, 약간 호황기였을 땐 괜찮았는데 삼성이 지금 조용하거든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다운됐다고 보시면 돼요.” 현지 공인중개사 B
임대료라도 적절했다면, 주목도가 높았던 만큼 초기 활성화를 기대해 볼 수 있었을텐데요. 보도에 따르면, 평택 가로수길 센트럴돔 초기 임대료는 평당 최고 35만 원으로 주변의 2배에 달했습니다.
명품관 계획도 감감무소식인 상황에 임대료까지 비싸니, 초기 활성화에 완전히 실패했죠.시작부터 유령상가가 돼버린 겁니다. 이런 상태로 시간만 흘러버리니 이제는 임차인을 받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빈 상가보다 한번 임차인이 다녀갔던데가 맞춰져요. 바닥이랑 기본이 돼 있잖아요 (이 상가가) 이게 높아요. 층고가. 레일을 박아야돼요. 전등을 달려면. 수도도 다 위에서 꼭대기에서 내려야 돼요. 공사가 커요.” 현지 공인중개사 A
평택 가로수길 센트럴돔의 문제는 시황에만 있지도 않았습니다.
3층 명품관 계획부터 이미 의아하죠. 시행사는 당시 110개 명품 업체의 입점이 확정됐다며 가맹점주를 모집했습니다. 심지어 가맹 판권을 전매도 할 수 있다고 밝혔죠. 백화점 직영점도 고르고 골라서 매장을 내는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들이 최초로, 그것도 평택에서 가맹사업을 한다는 겁니다.
이 청사진을 밝힌 센트럴돔 시행사는 결국 분양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증발했습니다. 이후 이 자리에 개장했던 실내동물원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해버린 지 오래입니다.
외부 악재도 겹쳤습니다. 차로 10분 거리에 스타필드 안성이 오픈했죠. 규모도 더 크고, 콘텐츠도 더 많은 대규모 복합 쇼핑몰이 지근거리에 들어선 겁니다.
이 스타필드 안성은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2021년 영업이익 126억 원을 기록했고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준공 이후 단 한번도 번화한 적 없이 유령상가로 전락한 센트럴돔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상가 투자 절망편’ 애초에 발 들이지 말아야
평택 가로수길 센트럴돔은 그야말로 ‘상가 투자 절망편’입니다. 분양을 받고보니 화려한 청사진은 온데간데 없고, 이자 때문에 임대료를 못 낮추니 임차인을 맞출 수 없죠.
대규모 공실이 장기화되면 유령상가가 되고, 유령상가가 되고 나면 출혈을 감수하며 임대료를 낮춰도 임차인을 받기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이 시점에 이르면 결국 버티지 못한 사람부터 경매로 물건을 토해내게 되는겁니다.
특히 이렇게 수백 개 점포로 쪼개놓은 구분 상가는 각별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상가를 분양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약속하든 간에 건물 다 지어주고나면 떠날 사람들입니다. 오늘도 한 줄 평으로 마치겠습니다. “'월세 따박따박'은 옛날 얘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