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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사라진 은행 점포 1012개...다시 고개 드는 '은행대리업'

  • 은행
  • 입력 2024.12.05 08:36

은행이 거리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온라인 창구 이용률이 늘어나는 가운데 팬데믹까지 도래하자 5년 간 1천 개가 넘는 점포가 문을 닫았습니다. 은행들은 꾸준히 비용을 잡아먹는 오프라인 점포를 점차 없애는 추세입니다.

그나마 지난해 이후로는 흐름이 둔화한 편인데요. 고령층·지방의 금융소외를 좌시할 수 없었던 금융당국이 눈을 부라리고 있어서입니다. 뒤통수가 따가워진 은행권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변화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국 국내은행 지점, 5년간 1012개 문 닫아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국내은행 영업점포는 5,731개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상반기 기준 6,743개였던 점포가운데 1,012개가 없어졌습니다. 매년 200개씩 자취를 감춘 셈입니다.

다소 소강상태였던 폐쇄 흐름도 다시 시작됐습니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 우리은행은 23개 점포를 폐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한은행도 10개 점포를 폐쇄했고, 한국씨티은행도 7개 점포를 없앴습니다.

우리은행은 7월에만 21개 점포를 없애는 과감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을지로, 센트럴시티, 상암동, 당산동 등 서울에서만 점포를 17곳 없앴고, 경기도는 3곳, 부산 망미동 지점도 문을 닫았습니다. 1km 안에 영업점이 중복되는 곳들을 정리한 건데요. 이 가운데 두 곳만 무인점포(디지털Express)로 전환했습니다.

같은 시기 신한은행은 주로 통합을 진행했습니다. 같은 건물에 기업금융 점포가 있는 명동, 성수동, 대전중앙 등 5개 지점을 합쳤고, 강남·서초에 운영하던 출장소 두 곳을 없앴습니다. 성북구 보문동 지점은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없애고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를 깔았습니다.

올 연말에는 농협은행도 대규모 통폐합에 나섭니다.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1,100여 개 지점을 운영하는 최후의 보루였는데, 결국 많은 지점이 발목을 잡아 온 경영 효율성의 제고에 나선 겁니다. 농협은행은 이달 13일과 31일에 걸쳐 전국 38개 영업점(출장소 4곳)을 없앨 계획입니다.

 

‘점포 줄일 수 없다면’ 통합, 특화점포로 대응한 은행권

은행들의 연이은 대규모 통폐합은 꽤 오랜만의 일입니다. 효율화를 이유로 질서없이 지점들을 폐쇄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마련한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이 한동안 은행들을 주춤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죠.

2023년 4월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이 방안은 점포를 폐쇄할 때 사전영향평가와 정보공개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직접적으로 폐쇄를 저지할 순 없으나, 금융당국에게 눈칫밥을 먹지 않으려면 알아서 조심할 수 밖에 없었죠.

그 과정에서 은행들은 여러 형태로 대응했는데요. 그 중에는 공동점포 같은 시도도 있었습니다. 한 지붕 아래에 여러 은행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금융당국에서도 활성화를 유도해봤지만 보안·비용 등 문제가 많아 정착하지 못했죠.

인접 점포와의 통합을 통해 대형화를 꾀하는 시도도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기업금융 영업점끼리 합치거나, 기업금융센터와 지점을 통합해서 ‘금융센터’로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광주와 대구에서도 금융센터 두 곳을 만들었죠.

이외에는 점포를 없애는 대신 외국인, 고액자산가 등 특정 고객들을 겨냥한 특화점포를 만들기도 합니다. 하나은행의 평택외국인센터지점이 대표적이고, 우리은행도 전담 창구 ‘글로벌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비대면’ 창구 시도도… 영향은 제한적

최근에는 또 새로운 시도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바로 첨단 장비를 사용해서 오프라인 점포를 비대면화하는 시도입니다. 지점 운영에 따른 판관비 지출은 대폭 줄이면서, 소비자 접촉 면적을 늘려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며 주목받고 있죠.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을 활용하는 무인점포가 대표적입니다. 실시간 화상통화로 금융상담을 받고, 예금인출이나 카드발급 등 간단한 업무는 직접 키오스크로 진행하는 점포입니다. 운영에 필요한 직원은 안내직원 1~2명이면 됩니다.

현재는 우리은행의 ‘디지털Express’, 신한은행의 ‘디지털 데스크’ 등이 대표적인데요. 무인점포 특성상 영업시간도 상대적으로 편하게 늘릴 수 있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저녁 8시까지 업무를 볼 수 있는 ‘이브닝플러스’ 채널을 확대하는 중이고, 우리은행 ‘디지털Express’도 저녁 6시까지 운영하고 있죠.

물론 이런 시도들이 점포 감소의 대세를 저지하지는 못합니다. 외국인 특화 영업점도 근 3년 동안(2021.11.~2024.9.) 61곳에서 88곳으로 늘어나는데 그쳤고, 우리은행 디지털 익스프레스는 22곳, 신한은행 디지털라운지도 아직 66곳 뿐입니다.

 

‘우체국 은행대리’가 활로 될까? 금융위 검토 중

금융당국은 아직 엄격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습니다. 은행을 어르고 달래서 점포를 닫지 못하게 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금융사각 해결을 위한 뾰족한 해결책은 아직 없습니다.

지금 금융위에서 고려하고 있는 카드는 ‘우체국’입니다. 올해 7월 국민통합위원회에서 제안한 방안으로, 은행대리업을 도입해서 우체국에서 은행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일본 우편저축은행도 이렇게 운영되고 있죠.

다만 우체국도 은행보다는 덜한 편이지만 지방소멸에 따라 사라지는 건 마찬가지이며, 은행 고유업무의 부실이나 금융사고 리스크 문제가 있어 도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방·고령층의 금융사각에 드리운 그늘은 여전히 어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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