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MOFIA)’란 퇴임 후 정계나 금융권 등으로 진출해 산하 단체들을 장악하고, 거대한 세력을 구축하는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재무행정기관 출신 인사들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일명 관치금융이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이 국내 금융계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모피아 인사 의혹으로 우리금융지주(이하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이 있다. 임종룡 회장의 경우 관직 출신인데다 취임 이후 코드인사 논란까지 번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회장 취임 후 임종룡 표 물갈이 시작?… 과거 NH농협금융지주 때와 같은 행보
임종룡 회장은 우리금융 취임 이후 임종룡 표 물갈이를 거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았을 때도 연고가 있는 인사들이 전면 기용되면서 ‘인사 개혁’의 의미가 쇠퇴됐었다.
우리금융은 지난 3월 인사에서 총괄사장제와 수석부사장제를 폐기하고, 11개 사업 부문을 9개로 축소했다. 이 중 4곳의 임원급 인사에 연세대 출신이 이름을 올렸다. 먼저 장광익 브랜드담당 부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임종룡 회장의 직속 후배다. 임원급 경영진 중 홀로 유임한 이성욱 재무부문 부사장과 신성 미래사업추진부문에 신규 선임된 김건호 상무 역시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임종룡 회장 취임 전 회장 인수위에서 내정자 비서실장을 담당한 이해광 경영지원부문장 역시 연세대 출신이다.
여기에 금일 우리금융캐피탈 차기 대표로 정연기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집행부행장을 추천했는데 정연기 부행장 역시 연세대 출신으로 알려졌다.
임종룡 회장의 소위 코드인사가 아닌지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각 임원들의 경우 각자가 다양한 경력을 가졌고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추천을 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임원 절반가량이 연세대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과거 임종룡 회장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단행한 ‘낙하산 인사’가 재현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우리금융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당시 임종룡 회장은 사외이사로 김준규(전 대검찰청 검찰총장), 배국환(전 감사원 감사위원), 손상호(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현정택(전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등 관료 출신 인사를 대거 선임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지주·계열사 이사회를 관치인사로 전폭 물갈이 한 이후 경영에도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임종룡 회장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2013년 농협금융 당기순이익은 2930억 원으로 전년도 4918억 원 대비 40.42%나 줄어들었다.
또한 임종룡 회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임하던 2014년 NH농협은행과 KB국민카드 등에서 1억여 건에 달하는 고객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 당시 임종룡 회장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허식 당시 농협금융지주 상무를 통해 사태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임종룡 회장이 대규모 사건이었음에도 직접 나서지 않고 계열사 경영진에게 책임을 전가한 채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사태 책임 후폭풍으로 당시 손경익 NH농협은행 부행장이 자진사퇴하는 등 사고가 이어지면서 자신과 연고가 있는 인사를 기용하고, 운영에는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렇다 보니 올해 2분기 실적 성적표를 앞두고 있는 현재 하나금융지주와의 금융지주 3위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입맛에 맞는 지배구조 개편에만 힘쓰며,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실적과 관련해서 우리금융 관계자는 “실적은 1분기까지 호실적을 기록했고 2분기에도 나중에 지나고 나와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손태승 전 회장 내리고, 이원덕 은행장 밀어낸 임종룡 회장
외부압력 의혹
올해 초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쳤다. 이원덕 은행장은 34년간 우리금융에 몸을 담고 있는 내부 인사다. 우리은행 전신인 한일은행에 1990년 입행해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장,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등의 주요 요직을 거쳤다. 우리금융 손태승 전 회장이 라임펀드 사태 등으로 회장 연임을 포기한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후속조치를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다는 관점에서도 회장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임종룡 회장이 내정됐고, 내부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임종룡 회장은 전 금융위원장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 재무행정기관 관직을 거쳐왔다. 금융당국 수장을 지내고, 자신이 지휘·감독했던 금융지주 회장으로 돌아오는 것은 관치금융의 결정판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한 손태승 전 회장 연임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셌기 때문에 이른바 ‘입김’이 작용했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실제 손태승 전 회장은 작년 우리은행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과 관련해 ‘문책경고’ 상당의 제재를 받았다. 문책경고는 3년간 금융권 신규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다. 연임을 위해서는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후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소송 제기 가능성에 대해 연달아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면서 손태승 전 회장은 중징계 관련 소송을 포기하고 결국 연임을 포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도 영향력이 컸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당시 임종룡 회장 선임에 대해 자격, 자질, 역량 미달 등의 이유로 반론을 제기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윤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이후 임추위원 7명 중 ‘부적격 인사’ 추천에 반대했던 3명이 돌연 거수기로 전락하면서 임종룡 회장이 내정됐다.
5대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 보험사 없는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은 1분기 당기순이익 9113억 원으로 5대금융지주 중 농협금융지주(9471억 원)에도 밀리며 5위를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긴 상황을 타파하고 하나금융지주와의 금융지주 3위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증권사, 보험사를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우리금융은 먼저 우리종합금융과 우리벤처파트너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자회사로 편입해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각 회사간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위 2개 회사는 오는 8월 우리금융 자회사로 편입되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코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이번 자회사 편입은 향후 우리금융이 비은행권 M&A(인수합병)을 위한 포석이라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이 지주사로 재출범한 이후 지속적으로 증권사 및 보험사 등 비은행권 계열사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유안타증권과 롯데손해보험 등을 인수하기 위해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임종룡 회장의 기대와는 달리 유안타증권의 경우 우리금융의 M&A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롯데손해보험 역시 올해 도입된 IFRS17로 인해 실적이 개선된 만큼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아야 매각에 나설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좋은 매물이 있을 경우에는 비은행권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고 이전부터 언급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종룡 회장은 개인적인 사건사고도 많았다.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의혹과 다운계약서 탈세, 교육협회 특혜지원, 이면계약 수주 부풀리기, 론스타 게이트 부실대응 및 은폐, 종합소득세 탈루 등의 의혹이 잇따랐다. 2015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는 최측근이었던 차은택의 개인회사에 크라우드펀딩 광고 일감을 몰아주는 등 은행법을 충실히 집행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