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침체가 길어지면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장에는 2곳 이상 건설사가 입찰해 경쟁하는 현장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한 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거나 체결을 위한 총회를 개최하는 곳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은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하는 수의계약을 진행한다. 두 차례 시공사 선정 입찰을 실시했으나 현대건설만이 입찰에 참여해 3차 현장설명회는 포기하고 이르면 5월 말쯤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하는 수의계약 관련한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난 3월 30일에도 두 차례 유찰됐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의 재건축 정비사업 시공사도 수의계약을 통해 삼성물산이 선정됐다. 이 현장 역시 삼성물산이 두 번 모두 입찰에 참여해 수의계약 전환이 수월했다.
이외에도 부산의 부산진구 가야4구역, 수영구 광안4구역 등도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계약을 마무리 할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 많이 지는 이유는 건설경기 침체로 사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년 상승하는 공사비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4로 2022년 120 수준이던 지수가 3년 만에 11포인트까지 상승했다.
건설공사비 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자원들의 직접공사비를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가 커질수록 공사비용이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130으로 올라선 공사비 지수는 소폭 등락을 반복하기도 했지만 결국엔 우상향 하고 있는 상황으로 국내외 경기 상황에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오를 수 있다.
이처럼 공사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수주를 위해 과도한 경쟁을 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된다.
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해 조합원들에게 다양한 금융지원과 설계특화 등을 제공하는 것들은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 유독 공사비 문제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년 전에 채결된 시공계약상의 공사비와 지금의 공사비와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는데다 조합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 공사를 하기 위해선 그만큼 더 많은 공사비를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이러한 공사비 분쟁은 입주 지연으로 이어져 조합원들의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제대로 주택공급을 이뤄지지 않게 해 결론적으로 주택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시는 공사비 분쟁 등의 이유로 사업이 중단 또는 지연되는 현장에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중재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1년 이상 공사 중단과 지연을 반복해온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을 중재하는 등 지속적으로 중재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등 공사비와 직접 관계되는 물가가 안정이 되고, 건설경기가 살아나야 경쟁 입찰 현장도 다시 증가할 것이다. 그러면 조합원들은 더 좋은 조건으로 새 집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다만 지금 침체가 상당한 상황이라 일부 소수의 현장을 제외하고는 수의계약 현장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