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 가운데 매매가 15억 초과 고가 아파트 거래가 전체 거래의 20%를 넘어섰다. 10채 중 2채가 고가 아파트 거래인 셈이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4년 하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만 8,033건으로 이중 23.8%인 6,672건을 15억 초과하는 고가 아파트 거래로 나타났다.
반면 6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는 20.4%로 2022년 하반기에 기록했던 46.3%에 비해 절만 이상 비중이 줄었다.
최근 3년 사이 15억 초과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소폭의 등락을 보이긴 했으나 2023년 이후로는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처럼 15억 초과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이 증가한 것은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보유가치가 높은 물건(똘똘한 한 채)에 몰린 것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선도아파트 50지수(2022년 1월=100)’는 104로 전월 대비 0.85% 상승했다.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국에서 3.3㎡당 매매 시세가 높은 50개 단지의 매매가격을 지수화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및 ‘아크로리버파크’ 등의 고가 아파트들이 포함돼 있다.
강남구 ‘압구정 현대14차’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1월 47억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신현대11차' 전용 171㎡도 지난해 11월 한 달 만에 3억2000만원 상승한 73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대출규제에도 이들 똘똘한 한채는 영향이 적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강남3구)에서 소유권이전등기(매매)가 신청된 집합건물의 거래 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평균 43.4%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평균(54.3%)보다 낮은 수준이다. 채권최고액은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말하는데 1금융권 기준 통상 대출금의 120% 수준이다. 채권최고액 비율이 낮을수록 집을 살 때 돈을 적게 빌렸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강남권은 현금 부자들이 탄탄한 수요를 차지하고 있어 대출 영향이 적은 것이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다주택자는 다음 정부를 고려해서 주택을 정리하고 가장 좋은 집 한채를 사려 할 것이다"라고 말해 똘똘한 한채 열기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 봤다.
똘똘한 한채 가운데는 외관을 차별화 하는 등의 상품적으로 특화된 곳들도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그랑자이' 전용면적 84㎡B 타입은 지난해 12월 34억원(18층)에 거래됐다. 이는 KB부동산이 집계한 강남구 매매평균가 15억5637만원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이 아파트는 커튼월룩 마감을 통한 외관을 특화 했으며 외벽 부분을 통유리 패널로 덧붙이면서 다른 아파트에 비해 외관을 고급스럽게 연출해 호평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강남구 압구정동, 대치동, 서초구 반포동, 송파구 잠실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등 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인 곳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주거 목적이 확실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상승을 주도, 15억 초과 거래 비중 확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도 15억 초과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5억 초과 아파트들이 몰려 있는 지역들이 상급지로 꼽히는 데다 최근 강남, 송파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서 호가가 수억 오르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7월로 예고된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신중해진 매수자들은 더욱 상급지, 똘똘한 한 채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는 이들로 고가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라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안전 자산을 찾는 이들로 고가 거래 비중은 20%대 선에서 횡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