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결국 제2금융권에 회초리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2금융권에도 은행들처럼 가계부채 관리계획과 내년도 경영계획을 요구하는 한편, 증가세가 확대되는 업권이나 금융회사는 대출 취급 실태도 점검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18일부터 시작된 새마을금고중앙회 합동 종합감사가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시범 케이스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가계대출이 집중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달에만 1조 원의 대출을 늘린 게 예쁘게 보이진 않았겠죠.
10월 금융권 가계대출 6.6조 원… 가계대출 증가 폭↑
금융당국의 노력이 야속하게도 가계대출은 늘어나고만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10월 가계대출 동향(잠정) 자료에 따르면, 10월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총 6조 6천억 원 늘었습니다. 지난달(+5.3조 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습니다.
10월 가계대출 증가의 원흉은 제2금융권입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3조 9천억 원 증가해서 전월(+5.6조 원)보다 증가폭이 축소되었으나,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에만 2조 7천억 원 증가해서 전월(-0.3조 원) 대비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업권별로는 상호금융과 여전사에서 9천억 원씩 늘었고, 보험은 5천억 원, 저축은행에서 4천억 원 늘었습니다. 특히 새마을금고는 한 달 만에 1조 원 늘면서 상호금융업권 가계대출 규모를 크게 키웠습니다.
은행권 대출 조이기로 이탈한 주담대 대출수요가 상호금융업권에 대거 흡수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실제로 새마을금고, 농협 등은 최근 은행이 주춤한 사이 공격적으로 집단대출 영업에 나선 바 있습니다. 결국 금융당국이 눈을 부라려서 다주택자 제한 등 대출 문턱을 높이게 만들기도 했죠.
주담대만 문제인 것도 아닙니다. 기타대출도 모조리 증가세입니다. 여전사의 대출 증가는 카드론 때문이고, 저축은행은 신용대출이 주범입니다. 보험업권도 증가 폭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보험계약대출이 늘었습니다.
국내은행 44.4조 원 벌었다… ‘이자이익 역대 최대’
금융당국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소비자들입니다. 당장 27일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잔금대란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고, 시중은행에서는 비대면대출까지 닫혔습니다.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필요한 대출 규모는 총 3조 원으로 추정되는데요. 현재까지 5대 은행이 공급을 확정한 규모는 총 9,500억 원에 그칩니다. 강도 높은 2금융권 조이기에 당초 참여하기로 했던 단위 상호금융들도 발을 빼고 있죠.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겠다고 비대면 대출 창구도 닫았습니다. 19일 기준으로 5대 은행 중에 주담대 등 주요 대출의 비대면 취급이 가능한 곳은 KB국민은행 한 곳뿐입니다.
이런 와중에도 가계부채는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습니다. 19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 3분기 가계신용(기계대출, 판매신용) 잔액은 1,913조 8천억 원으로 2분기 대비 18조 원 늘었습니다. 2002년 관련 통계 첫 공표 이래 최대 규모입니다.
덕분에 은행들은 돈을 갈퀴로 긁어모으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올 1~3분기 사이 국내은행이 거둔 이자이익은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 4천억 원에 달합니다. 기준금리는 내렸지만 대출금리는 내릴 기미도 없습니다.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야하기 때문이죠.
보다 못한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 줄이라고 펄펄 뛰고 있지만, 은행에서는 듣는 둥 마는 둥 합니다. 은행 입장에서도 대출금리를 낮추면 낮추는대로 가계대출 늘린다고 욕을 먹을 테니, 그냥 돈이나 버는 게 낫겠죠. 큰돈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참 괴로운 시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