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00선이 결국 붕괴했습니다.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 트럼프가 미 대선에서 압승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한국을 탈출하고 있죠. 그 여파로 환율까지 1,400원을 돌파했습니다.
계좌만큼 새파랗게 질린 투자자들이 증권가를 유령처럼 헤매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건실함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8월 말 기준 8%대 수익률을 내고 있는데요. “따라만 해도 절반은 간다”는 국민연금은 어떻게 따라갈 수 있을까요?
국민연금 올해에도 9% 달성? 안정적 수익률 눈길
‘큰 손’ 국민연금은 올해 8월 기준 1,138조 원 규모의 금융자산을 운용하는 거대 기금입니다. 국민이 낸 연금보험료와 국고보조금 등을 재원으로 수익을 내고, 연금급여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미래 밥그릇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구조상 손실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단한 안정성을 자랑하는데요. 1988년부터 2023년 말까지 평균 수익률은 5.92%입니다. 운용 누적 수익금은 578조 원에 달하죠.
실적도 상당합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13.5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126조 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올해처럼 어려운 장에서도 1~8월 사이 수익률이 8.77%에 달합니다. 1년으로 환산하면 9.09%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연금, 해외주식에 390조 원 담았다
사실 비결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입니다. 올해에는 해외주식에서 19.22%의 수익을 올렸고, 해외채권 수익률은 6.89%입니다. 국내주식은 3.78%, 국내채권은 3.21%의 수익을 올렸는데, 해외주식 비중이 높은 만큼 수익도 상당했습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해외주식에 상당한 비중을 싣고 있습니다. 2분기 말 기준으로 390.8조 원을 해외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비중으로는 전체 자산의 1/3이 넘습니다.
국내 주식은 158.7조 원으로 비중은 13.8% 수준에 그칩니다. 해외 증시가 호황을 누리며 자산이 부푸는 사이 국내 증시가 바닥을 친 영향도 있죠. 이런 가운데에서도 3.78%의 수익을 내고 있는 것도 차력쇼에 가깝긴 합니다.
해외주식 대부분은 북미에 투자되고 있습니다. 전체의 66.7%가 북미에 있죠. 업종은 IT가 21.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금융 15.4%, 헬스케어 12.3%, 원자재·유틸리티·부동산 등 11.3%, 임의소비재 10.9%, 산업재 10.1%입니다.
해외주식 포트폴리오는 주요 빅테크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중은 애플이 13.1조 원 규모(4.11%)로 가장 크고요. 마이크로소프트(11.1조 원, 3.48%), 아마존(5.4조 원, 1.71%)가 뒤를 이었습니다.
이외에 엔비디아, 메타, 알파벳과 함께 미국 중대형주에 투자하는 PBUS ETF(INVESCO MSCI USA ETF)를 편입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유나이티드헬스그룹과 비만치료제 위고비로 유명한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도 10위에 들었습니다.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 비중이 제일 높습니다. 34.1조 원으로 비중이 23%에 달합니다. SK하이닉스는 8.2조 원(5.62%), LG에너지솔루션은 5.5조 원(3.77%)입니다. 이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이버, 현대차, 기아, 포스코홀딩스, 삼성SDI, LG화학이 비중 TOP 10에 포함됩니다.
삼성증권, STX엔진 담고 CJ대한통운, 이수페타시스 팔았다
국민연금의 비중 조정을 사실 실시간으로 따를 수는 없습니다. 국민연금이 공시하는 포트폴리오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하고, 현재의 보유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다만 일정 부분 방향성을 유추할 수는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덩치가 크기 때문에 특정 종목을 유의미하게 편입하면 대량보유(5%)나 주요주주(10%) 상황보고 등의 지분공시의무가 생기게 됩니다.
이런 지분공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11월 들어 총 10개 기업의 비중 조정을 공시했습니다. 6개 기업은 소폭 비중을 확대했고, 4개 기업은 비중을 줄였죠.
가장 눈에 띄는 건 삼성증권(016360) 비중 확대입니다. 연초(2.23.) 기준 9.56%였던 지분율을 꾸준히 올려 10월 말 기준 13.06%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삼성증권은 3분기 누적 순이익 7,500억 원을 돌파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죠.
이외에 HDC현대산업개발(294870)과 씨에스윈드(112610), 한미약품(128940), 한국단자(025540)도 비중을 늘렸습니다. 특히 STX엔진(077970)의 지분율을 7월 말(4.99%) 보다 많이 확대해서 8.67%로 늘린 점이 눈에 띕니다.
선박용 엔진도 생산하기 때문에 조선업에도 관련이 큰 종목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마침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을 콕 집어서 MRO(미 해군 함정 정비·수리·운영)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한올바이오파마(009420)와 삼화전기(009470), CJ대한통운(000120)의 비중은 줄이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우주항공 테마주인 이수페타시스(007660)는 지난해 말 12.83%에서 9.6%까지 지분을 줄였습니다(11월 7일). 특히 이수페타시스는 8일 장마감 후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크게 곤두박질쳤는데 잘 피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