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초반의 직장인 김모 씨는 4년 전 독립했지만, 결국 부모 집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회사는 서울에 있지만, 월세와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1시간 반 거리의 부모 집에서 출퇴근을 선택한 것입니다. 자립할 나이에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다시 늘고 있습니다. 주거비 부담과 취업난, 고물가 등으로 인해 독립을 포기하거나 철회하는 청년층이 확연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주거비 부담 높아져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캥거루족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3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9~34세 청년 가구원 중 57.5%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수도권 청년은 59.7%로 비수도권(55.0%)보다 2.5%포인트 높았습니다.
특히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 중 67.7%는 독립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생활비 절약 목적’이라는 응답이 56.6%로 가장 많았습니다. 결국 청년층이 자립을 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 경제적 여건 부족이라는 점이 통계로 확인된 셈입니다.
KB부동산 서울 월간 월세지수 2015년 조사 이래 가장 높아
청년층이 자립을 주저하게 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월세 상승세입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2023년 8월 기준 116.1을 기록하며,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월 대비 1.4포인트 상승한 수치이며, 특히 강남 11개 구가 116.2로, 강북 14개 구(115.9)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2인 가구가 많이 선택하는 오피스텔 월세도 90만원을 돌파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평균 월세는 90만1,000원으로, 올해 초보다 1만2,000원 상승했습니다. 강남구가 포함된 동남권은 113만6,000원, 도심권은 107만6,000원으로 월 1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주거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청년층 사이에서는 "월세를 내느니 차라리 전세로 갈아타는 게 낫다"는 인식도 있지만, 전세 사기 우려와 함께 시중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6%대 중반까지 올라 쉽게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독립 자체가 ‘고위험 고비용’ 선택지가 되며, 현실적으로 부모에게 다시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셈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한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이 아닌, 구조적인 주거 문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고정비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치솟으면서 청년층의 주거 이동성과 선택지가 크게 위축됐다”고 진단합니다.
한 부동산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월세는 고정 지출이고, 이자 부담까지 고려하면 자산 형성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결국 청년 세대는 독립을 포기하거나, 주거 수준을 크게 낮추는 방향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월세 가격 상승은 소득 증가율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자산이 없는 청년 세대는 전세자금 마련은 물론 보증금 부담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 번 독립했다 다시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역행 현상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캥거루족이 ‘게으른 자녀’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경제 상황이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자발적인 의지가 있어도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급 중인 청년 전용 공공임대주택이나 보증금 지원 정책은 여전히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청년을 위한 장기 저리 대출 확대, 수요 맞춤형 공공주택 공급 등 실질적인 주거 안전망 확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주거비가 가파르게 오르면 청년층의 독립과 자산 형성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출산율 하락, 소비 위축 등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