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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 규제 강화로 전세자금대출 제한, 1주택자 불만 증가
- 전세 매물 급감... 전셋값 신고가 기록하는 단지도 나와

서울 입성하려다 투기꾼 됐습니다

  • 일반
  • 입력 2024.09.24 09:00
  • 수정 2024.09.24 09:22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최근 대출 규제로 속이 탈 지경입니다. 전셋집에 살던 그는 2년 전, 내 집 마련을 위해 양주에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수했는데요.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인해 1주택 보유자의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는 은행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A씨는 “다음달이 전세 만기인데 정책에 따라 전세자금대출을 못 받으면 길거리로 나가야 할 판”이라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더 강화되는 대출 규제... 부동산 영향은?

 

최근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출 규제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에 시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매수세는 감소하겠지만, 임차 수요가 더 증가하며 전세시장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9월 초 시중 주요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40~50년에서 최장 30년으로 단축하고, 유주택자 등에게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등 자체적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습니다. 게다가 이달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대출 문턱이 이전보다 매우 높아졌습니다.

다만 그 효과는 아직 크지 않은 수준입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9월 5일 기준 726조6434억원으로 8월 말 725조3642억원 대비 1조2792억원 증가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에는 약 7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인데요. 8월 9조6259억원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둔화했으나, 6월 5조3415억원보다는 높은 수준입니다.

대출 규제 영향으로 매물이 쌓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9월 12일 기준으로 보름 전과 비교해 3.6% 증가한 8만3513건을 기록했습니다. 증가순으로만 따지면 전남, 광주에 이은 3위입니다. 이를 봤을 때 대출 규제가 매매 수요를 일부 둔화시켰다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수요자 불만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기존 주택 처분, 상속 등 조건부로 1주택자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한 바 있으나, 은행별로 대출 규제가 다 달라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전세 수요 급증... 투기꾼 막다 실수요자 피해 볼라

시중에서는 대출 규제가 심화되며 주택 매수세가 기존보다 감소하리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주택 매수세가 전월세 수요로 옮겨가면서 매물 부족이나 전셋값 상승으로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KB부동산 주간시계열에 따르면, 전국 매매거래지수(100을 초과할수록 활발함 비중 높음)는 8월 26일 기준 23.0에서 9월 2일 기준 21.1로 감소했습니다. 전국 아파트 매수우위지수(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 많음을 의미)는 같은 기간 39.1에서 37.4로 감소했습니다. 다만 전세수급지수(100 초과할수록 공급 부족 비중 높음)는 같은 기간 132.2에서 132.5로 소폭 증가하며 전세 공급이 부족함을 나타났습니다.

특히 전세 매물은 매매와 달리 전국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요. 아실에 따르면, 9월 9일 기준으로 6개월 전과 비교해 전국적으로 전월세 매물이 대폭 감소했습니다. 특히 울산 -43.9%, 광주 -39.7%, 인천 -36.4%, 경기 -24.7%, 충남 -22.8%, 부산 -20.9%, 대구 -15.6%, 서울 -14.9% 등 지방에서 매물이 더 감소한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전셋값이 신고가를 기록하거나 상승하는 단지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백현2단지휴먼시아는 9월 들어 전용 84㎡ 전세가 12억4000만원(7층)에 실거래되며 8월 10억원(5층)보다 2억원 이상 상승했습니다. 부산에서도 수영구 남천동 남천더샵프레스티지 전용 84㎡가 7월 7억원에 신고가를 썼으며, 광주에서는 광산구 수완동 해솔마을대방노블랜드 2차 전용 84㎡가 8월 5억원(12층)에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전셋값이 오르게 되면 매매가도 덩달아 오르는 악순환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기존에 전세 살던 무주택자들이 매수세로 뛰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전세 대출 규제가 심화되면 투자 수요가 줄며 전세 매물이 감소하고, 기존 세입자 중에서도 반전세나 월세로 밀려나는 숫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데요. 

얼마 전 금융위원회는 가계 부채가 잡히지 않을 경우, 전세 대출에도 DSR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점차 강화되는 대출 규제로 자본이 부족한 서민들 중에서는 상급지 입성이 어려워지고, 하급지는 오히려 수요가 줄어드는 등 양극화가 초래될 가능성도 있는데요. 향후 규제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금융당국의 추가적인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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