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수도권에서 주목을 받아온 ‘대어’ 단지들의 입주가 본격화한다. 연초 입주 물량 감소로 수도권 일대 주택시장에 전세 품귀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들 단지들이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 6월 이후 수도권에는 9만 311가구(임대 제외)가 입주에 나설 전망이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5만 5,912가구가 입주하며, 서울 1만 8,920가구, 인천 1만 5,479가구다.
수도권에서는 인천 송도에 새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다. 랜드마크시티 6공구에 들어서는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이 6월 입주를 확정했다. 전체 1,503가구 규모 대단지로 서해 영구조망도 갖춰 2021년 분양 당시 1순위 평균 2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다. 연말에는 이웃한 ‘송도자이 더스타’ 1,533가구도 입주에 나선다. 이 단지 역시 2021년 분양 때 1순위 평균 13 대 1로 치열했다.
경기도에서는 안양 및 광명 일대에서 재건축 사업들이 완료된다. 안양 융창아파트 주변지구 재개발로 조성되는 ‘평촌 트리지아’ 2,417가구가 8월 입주할 예정이며, 10월에는 진흥아파트 재건축으로 조성한 ‘안양역 푸르지오 더샵’ 2,736가구가 집들이게 들어간다. 연말에는 광명뉴타운 2구역 ‘트리우스 광명’ 3,344가구도 입주를 시작한다.
서울에는 강동구 둔촌동 일대에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으로 지어지는 ‘올림픽파크포레온’ 1만 2,032가구가 11월 중 입주를 계획하고 있으며, 같은 시기 둔촌현대1차를 리모델링한 ‘더샵 둔촌포레’ 572가구도 입주한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 팀장은 “거주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 대규모 새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 그 주변이 시세를 리딩하고, 지역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라며 “올해 송도, 강동, 안양, 광명 등에서 입주를 하는 단지 규모가 상당하고, 분양 당시부터 주목 받아 온 아파트라 입주 시 지역 시세를 리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새 아파트의 대규모 입주가 전세 수요를 상당 부분 채워 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수도권 전세수급지수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4월 29일 기준 수도권 전세수급지수는 96.6p로 올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수요 우위로의 전환을 코앞에 두고 있다. 수도권 전세수급지수가 96p를 넘은 건 2022년 1월 3일 이래 121주 만이다. 0~200 사이의 숫자로 표현되는 전세수급지수는 100보다 높을수록 전세를 찾는 사람이 전세를 내놓은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안도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이후로 입주 물량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년까지(2024년~2025년) 수도권 입주 아파트는 총 25만 1,464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직전 2년(2022년~2023년) 입주 물량의 84%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그나마 전세나 분양권을 구하기가 쉽겠지만, 내년부터는 장담하기 어렵다”며, “당장 내일부터 경기가 극적으로 호전돼 바로 착공에 들어가더라도, 실제 입주까지는 한참 뒤라 당분간 수도권은 신축 기근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