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공급절벽만 키워", 따로 가는 서울시와 정부 공급대책
- 서울시 vs 정부 공급 방식 차이... 용산, 그린벨트, 정비사업서 충돌 - 재개발, 모아주택은 곳곳에서 사업 지연 문제 노출... 해결 방법 찾아야 - '서울시와 정부 협치' 없인 공급절벽 해소 불가능
서울 주택 공급이 정체되는 가운데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방향이 정반대로 흐르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공 중심의 대규모 공급’에 치중하는 반면, 서울시는 ‘민간 중심의 서울형 정비모델’에 무게를 둬 서울 부동산 정책이 두 갈래로 갈라진 모양새입니다.
용산정비창 2만 가구 vs 국제업무지구 원안… 정책 충돌의 상징
정부와 서울시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안으로 용산정비창 개발을 꼽을 수 있습니다. 물량 중심의 정부와 도시계획 중심의 서울시가 충돌하고 있는 건데요.
국토부와 여당은 용산정비창 부지에 현재 6,000여 가구로 계획된 주택 공급 규모를 최대 2만 가구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서울 도심 내에서 고밀 개발로 가장 신속하게 공급을 늘릴 수 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서울시는 기존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을 유지해야 한다며 정부안을 사실상 거부한 상황입니다.
서울시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개발 계획을 변경하면 기반시설을 재검토 하는 등 2년 이상 사업이 지연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정비창 인근 정비사업지 등과 연계하면 주택 1만 3,000가구 공급이 가능하다고 대안을 제시했지만 이 방식은 정부의 ‘고밀·공공 중심 공급’과 결이 다릅니다.
일부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정부의 고밀 개발은 자칫 기반시설 부족으로 도심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라고 지적합니다.
정부는 그린벨트·공공임대 확대… 서울시는 신중 또는 반대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도 정부와 서울시는 충돌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서울 내 가용 부지를 최대한 확보해 공공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국토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남아 있는 그린벨트는 약 150㎢로 전체 면적의 4분의 1에 달해 이중 일부만 해제해도 상당수의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에 매우 신중한 모습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서리풀지구 해제 당시, “그린벨트 해제는 최소화하고, 이미 훼손된 곳이라 지정했다”라며 추가 해제에 대하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린벨트 30만㎡ 미만 해제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있기 때문에 서울시의 협조 없이는 정부가 단독으로 해제에 나설 수 없어 결과가 주목됩니다.
임대주택 공급 해법도 정부와 서울시 행보는 평행선입니다. 정부는 공공 중심으로 2년 내 수도권 신축 매입임대 7만 가구 추진하겠다는 입장이고, 서울시는 민간 중심으로 임대사업 활성화, 오피스텔 규제 완화 및 금융지원 확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정비사업 인허가에 대해서는 정부 여당은 서울시로 정비사업 창구가 일원화돼 지연이 발생하니 지자체에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자체는 지역 내에서 압력을 심하게 받아 중립을 유지하기 어려워 오히려 더 지연될 수 있다고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도심복합재개발 사업도 서울시와 정부 이견
국토부는 도심복합개발법을 민간까지 적용해 도심 내 재개발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도심복합개발법에서는 각 공동주택단지의 부지 면적이 2만㎡이하인 경우에는 지구 내 30% 이하의 범위에서 도심복합개발 참여가 허용됩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면적 기준을 ‘5,000㎡ 이하’로 대폭 축소해 적용하기로 조례를 입법예고했습니다.
이는 법령상의 넓은 면적으로는 서울 내에서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것이 이유인데요. 다만 이와 같은 서울시 입장에 대해 너무 적은 면적은 오히려 사업성이 떨어져 개발사업이 추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소규모 정비모델 ‘모아주택(가로주택정비사업)’도 비판 받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모아주택 도입 당시 평균 3~4년이면 사업이 완료된다고 했지만 업계에 따르면 모아주택 지정 220곳 가운데 약 25%는 5년 이상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업지연 이유는 정비사업의 고질적 문제들로 꼽히는 조합 갈등, 소송, 금융비용 증가, 분담금 문제가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정비사업은 주택 및 토지소유주들의 이해 관계가 복잡해 갈등과 분쟁이 잦습니다. 빈번한 소송이 발생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또한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분담금 증가 등도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등이 참여하는 공공시행자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주민들의 호응이 없어 공공시행자 방식을 도입한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공 또는 민간 단독으로는 공급절벽 못 넘겨... '협치' 필요
이처럼 서울 공급문제 해결이 어려운 것은 공공과 민간, 중앙정부와 서울시 간의 좁혀지지 않는 시각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말하는 ‘공공 중심’ 방법은 속도는 빠를 수 있지만 부지, 물량 확보가 간단하지 않습니다. 유휴부지 등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반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시는 ‘민간 중심'을 강조하면서 승인권자의 서울시의 권한이 막강합니다. 이 때문에 '포퓰리즘'으로 변질 될 수 있다는 정부 여당의 정치적 공세가 거셉니다. 또한 모아주택, 신통기획 등에 적극적이지만 정비사업의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없이는 착공, 준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공과 민간이 따로 갈 수는 없다"라며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부동산인포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주택 공급 방안이 정쟁으로 치닫고 있어 안타깝다"라면서 "정부와 서울시가 대립을 멈추고 공공과 민간이 함께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