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강남” 송도가 고전하는 4가지 이유 [1부]

- “차 없으면 못 살아요” - 20년째 아파트 공급 중

2025-11-20     김영환 기자

 

명실상부 인천 1황 송도국제도시. 인천의 강남이란 별호를 가진 고수죠. 근데 최근 몇 년의 집값 행보는 도무지 강남같아보이지는 않습니다. 혹시 송도에 무슨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요? 리얼캐스트가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3년째 전고점 대비 6~70%... 반등 없는 송도

11월 기준 송도 주택시장은 잠잠한 편입니다. 일각에서 풍선효과를 예상하기도 했지만, 현장의 거래 흐름은 평소와 비슷합니다.

늘 인기를 구가하는 1·3공구는 문의도 많고 거래도 원활한 편이죠. 인천대입구역이 가까운 3공구 더샵퍼스트파크15BL이 대표적입니다. “한 12억 넘게 나오는 것 같아요. 요즘은. 나와있는 매물이 요즘엔 별로 없어요. 11억 중반 이 정도는 예상하셔야”(현지 공인중개사 A)

이 주변 단지는 워낙 인기단지다보니 호가 줄다리기도 상당히 힘듭니다. “가격 흥정도 안되고, 계좌를 안 줘요. 저번에 계좌 하나 받으려고 했다가 11.8억을 12억으로 올리는 바람에…”(현지 공인중개사 A)

반면 외곽의 다른 단지들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아주 싸야 거래돼요. 거래가 잘 안돼요. 전반적으로 다른데는 다 그래요. 아주 싸고 좋아야 거래가 되고.” (현지 공인중개사 A)

새삼스러운 분위기도 아닙니다. 2021년 불장에서 고점을 찍었던 송도는 이후로 많은 단지가 전고점 대비 60~70% 수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10.15 대책 이후 풍선효과로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는데, 아직 특별한 매수세는 보이지 않습니다. 10월 기준 300여건의 실거래가 있었는데요. 여름철 대비 늘기는 했지만 예년에 비해 특출나게 많다고 볼 수 없죠. 더구나 비규제 풍선효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수도권을 호령하는 고수답지 않습니다. 애초부터 뜨거운 동네가 아니라는 얘기니까요.

실제로 송도는 올해 상승장에서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했고, 그래서 시장에선 송도 자체가 갖고있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네 가지 정도 됩니다. 황사 얘기는 없으니까 한번 들어보세요.

 

“차 없으면 못 산다” 대중교통 보완은 지지부진

일단, 송도는 ‘차 없이 살 수 없는 도시’입니다. 교통계획을 미국식으로 짰거든요. 블록이 크고, 도로가 쭉쭉 뻗어있어 시원하지만 걸어보면 끝도 없이 걸어야 하는 도시입니다.

침체 상권으로 유명한 송도커낼워크가 바로 이 교통망 문제로 침몰한 곳입니다. 경매에 나온 이 상가 35평 호실은 감정가가 원래 4억 4천만 원이었는데, 최저가가 1.5억 까지 내려왔습니다.

이랜드가 NC큐브와 상가를 입점시켰고 초기 상권을 부흥하려 노력했습니다만 좀처럼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결국 2019년에 NC큐브 철수를 결정했죠.

지도만 보면 망할 수가 없어보입니다. 바로 곁에 아파트가 잔뜩 들어서있는데 송도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1공구입니다. 한블록만 들어가면 바로 그 유명한 채드윅 송도 국제학교죠.

이 상가는 공급과잉의 대표사례로 꼽히는데요. 그 문제도 영향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진짜는 교통 문제였다는 게 중론입니다. 인천1호선 센트럴파크역은 걸어서 10분, 1공구에서도 슬세권으로 이용할만한 단지는 5개 단지 정도가 한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차량을 이용해서 방문할거라면 주차도 불편하고, 기후에 노출된 스트리트상가보다는 송현아와 트리플스트리트가 더 매력적이죠. 지하철 역도 바로 연결돼있고요.

송도에는 이런 교통소외지역이 많습니다. 인천1호선 7개역 커버지역은 한줌에 불과하죠. 외곽의 대중교통 이용자는 돌아가거나, 배차간격이 긴 버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문제는 십수년째 해결이 안되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 추진된 송도트램은 2023년 예타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GTX-B도 들어올거고, 인천1호선이랑 좀 겹치니까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죠. 인천은 사업 전반을 손봐서 재추진한다는 입장인데 다음 목표가 2027년 예타 대상 선정입니다. 실제 운행되는 걸 보려면 한참 기다려야겠죠.

GTX-B도 최근에야 비로소 사업이 재개됐습니다. 3조원 규모 PF 약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착공식이야 지난해 3월에 했지만 돈 문제가 1년 넘게 지나서야 해결된겁니다. 빨라도 2031년은 되어야 개통하게 되겠죠. 교통망 개선에 따른 재평가는 꽤 기다려야 할 겁니다.

 

“20년 연속 아파트 입주” 7만 가구 공급폭탄

송도의 또 다른 문제는 아파트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아파트가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1·3공구부터 이미 아파트가 차고 넘칩니다. 원래 국제업무단지는 아파트 비중이 70%로 계획되어 있었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로 개발이 지연된 이후에 인천경제청이 비율을 80%까지 완화해줬거든요.

덕분에 지금 ‘국제업무단지’ 1·3공구는 인천을 대표하는 주거지역이 됐습니다. 송도 수요를 1선에서 대량으로 받아내고 있죠.

부천만한 도시를 20년만에 조성하려니 전체 공급물량도 꾸준히 쏟아졌습니다. 2005년 이후로 입주가 끊긴적이 한번도 없죠. 올해까지 7만가구 넘는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이 문제로 제일 고통받고 있는 곳이 조성이 늦은 6·8공구입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입주가 이어졌는데 이게 또 덩치 큰 대단지들이예요. 거의 2만세대가 와르르 쏟아진 겁니다.

시장에서는 그나마 내년부터는 입주물량이 줄면서 압박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미 공급된 7만여세대를 받아줄 수요는 충분할까요?

송도가 서울에서 멀다는 점을 아쉬워하면 꼭 따라붙는 이야기가 “송도에서는 나갈 필요가 없다”는 거죠. 일자리가 많은 자족도시라는 얘깁니다. 그런데 그 일자리가 많아보이지 않습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나온 자료에서는 송도 전체 사업체는 2,467곳, 고용인원은 7만 1,120명이죠.

이 사람들이 전부 송도에 살지 않는 이상 송도 수요는 결국 외부에서 채워야 합니다.

이 와중에 10억을 넘는 송도 집값을 감당 가능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2022년 기준 송도에 자본금 1000억 원 이상 기업은 10곳 고용인원은 1만 3천명 정도입니다. 이 사람들이 다 송도에 집을 산다 치더라도 전체 물량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죠.

송도의 공급이 끝난것도 아닙니다. 6·8공구에도 아직 공동주택용지가 남았고, 송도 최대규모 개발인 11공구에도 아파트 용지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죠. 특히 11공구는 워터프론트, 오션뷰 특성을 6·8공구와 공유하고 있는데다, 바이오 호재도 겹쳐서 더 위험한 경쟁자이기도 합니다.

아직 도시가 개발중이라 용지를 다 쓰더라도 아파트가 안들어온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8공구 R2블록은 K팝시티로 개발한다더니 아예 B1, B2블록에 8천세대 규모로 공동주택과 오피스텔을 공급하려 한 계획이 밝혀져 어마어마한 논란이 되기도 했었죠. 이게 당시에 백지화가 되기는 했는데 이후로 진행한 공모사업에 바로 그 계획을 세웠던 업체가 참여해서 시민들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공급물량에 안도할 수 있는 시점은 한참 뒤에야 찾아올 전망입니다.

송도가 워낙 선망받는 도시다보니 얘기가 너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자르고, 다음 시간에 ③살기좋은 도시 송도에 빠져있는 나사와 ④투자자들이 송도에 선뜻 손이 안가는 이유 에 대해 확인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