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현실화율 동결의 역설’… 서울 아파트 보유세 줄줄이 인상
– 공시가 현실화율 69% 동결 불구, 내년 강남, 마·용·성 등 보유세 20~40% 증가 전망 – 시세 상승분이 공시가격 반영 이유 – 정부, ‘단기 동결, 장기 정상화’ 투트랙 정책 기조
정부가 내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와 동일한 69%로 동결했지만,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보유세는 오히려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올해 있었던 상승한 시세가 공시가격 산정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세 부담이 20~40% 확대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국토교통부 보유세 추정 자료를 통해 에서도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등 시세 상승이 두드러졌던 지역들의 공시가격이 상승하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공시가율을 ‘동결’한다고 했지만 결국 세금이 크게 오르게 된 것입니다.
공시가율 동결 불구… 압구정 신현대9차 40% 이상 보유세 증가
지난 13일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서 공청회와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개최하고 ‘2026년 부동산 가격공시 추진방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69%, 토지 65.5%, 단독주택 53.6%로 동결됐습니다.
하지만 ‘동결’에도 불구하고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이 일제히 증가합니다. 원인은 시세 상승분이 공시가격에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인데요.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추정치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9차(전용 111㎡)의 새해 보유세는 42% 증가할 전망입니다. 이에 따른 예상 보유세는 2,647만 원입니다.
또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뷰(전용 78㎡) 보유세는 32.8% 증가해서 1,599만 원,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전용 84㎡)는 22.3%가 증가합니다.
비강남권 가운데는 올해 가격이 많이 올랐던 마·용·성 지역 아파트도 보유세 인상폭이 큽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 22.8%,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 리버뷰자이(전용 84㎡) 28.3% 등입니다. 이에 반해 노원·도봉 등 강북권의 경우 증가폭이 3~5%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보유세 증가는 ‘상승된 시세 반영’ 이유
공시가격은 정부가 공시하는 가격으로 보유세(종부세, 재산세)의 과세 기준이 되는 가격입니다. 공시가율은 시세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을 말하는데요.
공시가격은 ‘시세 × 현실화율 × 공정시장가액비율’로 산정되는데, 현실화율이 동결돼도 시세가 상승하면 공시가격이 자동으로 오르는 구조입니다. 결국, 세율을 높이지 않아도 시세 상승을 이유로 보유세가 인상이 되는 셈입니다.
이번 정부는 부동산 관련 “증세는 없다”라고 했지만 시세가 올라 세금이 오르게 됐습니다. 보유세를 부담스러워 하는 입장에선 시세가 올랐다고 이듬해 바로 세금이 오르는 것이 달가울 순 없습니다. 더군다나 가진 것이 집 한 채뿐인 1주택자들은 팔아서 내 손에 얼마를 쥐어야지 시세 오른 것을 체감할 텐데, 그냥 시세만 올랐다고 세금을 더 내라니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는 서울 집값이 연초부터 상승한 곳들이 많습니다. 특히 강남3구를 비롯한 한강벨트로 불리는 지역들은 시세가 꽤 올라 보유세 상승이 불가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시가율까지 높아졌다면 보유세 부담이 상당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강한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습니다.
공시가가 시세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시세의 정확, 적합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꾸준합니다. 특히 초고가 주택이나 연립, 다세대주택처럼 거래가 자체가 적어 시세 파악이 어려운 주택들은 공시가가 적정한지, 그에 따른 세금도 적정한지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에 이번 정부는 공시가격 검증센터 확대, AI 기반 산정모형 도입 등도 추진하며 공시가격의 정밀성과 일관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입니다.
공시가율 동결은 ‘정치적 상황 반영’ 지적도… 보유세는 계속 오를 것
이번 공시가율 동결을 ‘정치적’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두고 괜히 연말부터 세금 부담 가중 예고로 국민들 심기를 불편하게 할 이유가 없다. 시세가 오른 부분이 있어 어차피 세부담이 늘기 때문에 공시가율까지 손댈 이유가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정부 출범 시 “세제는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던 만큼 출범 1년도 안돼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늘면 불만이 커질 수 있습니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세금뿐만이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개 제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공시가격 인상은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용한 증세’ 논란 종식… 공정성, 투명성 확보가 과제
일단 정부는 빅데이터, AI 등을 활용해 공시가격 산정 고도화 하겠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고도화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앞으로도 공시가 논란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공시가격 산정의 세밀한 기준과 타당한 이유가 공개되지 않으면 납세자의 불신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공시가격 동결은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마무리 됐다고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고 시세가 오르면 세금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세가 올랐다고 해도 웃을 수만은 없는 셈입니다.
이전 어떤 정부에서도 못했던 공시가격 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의 기틀이 이번 정부에서 마련이 된다면 이는 정치적으로도 큰 성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내년 선거가 끝나면 공시가율 현실화를 더 미루기는 쉽지 않아 보여 보유세 논란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