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중국...미국이 막을 수 있을까(이철 2부)
중국의 내일을 둘러싼 기술 견제와 자립 가속 자율주행·우주·6G·바이오에서 드러난 ‘표준 전쟁’의 전면화 두 강대국 사이, 한국의 선택은 ‘집중·참여·브리지’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제조 강국을 넘어 과학기술 전반의 ‘내일’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술 견제는 중국의 현재를 막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미래 핵심기술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고, 중국은 인재 동원과 규제 완화, 표준 주도 전략을 결합해 자율주행·우주·통신·바이오 등 전 영역에서 추격을 넘어 추월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이철 박사는 이 과정에서 한국은 두 강대국 사이에서 ‘어떤 영역에 집중하고 어떤 표준을 함께 이끌 것인가’라는 전략적 의사결정이 요구되며, 동시에 과학기술 리더십과 사회적 관심을 환기해 글로벌 표준의 가교 국가로 자리매김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미국의 견제와 중국의 대응
중국의 경제력, 특히 제조업 분야는 현재 미국 제조업 규모의 약 두 배에 이른다고 평가됩니다. 무역 규모 역시 이미 월등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이 언제 미국을 추월하느냐가 주요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당연히 견제에 나설 수밖에 없으며, 제조 산업 자체에 대한 직접 견제는 이미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중국의 ‘오늘’을 제어하기가 어렵다면 ‘내일’을 차단하는 방식, 곧 기술 발전을 겨냥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억제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이에 따라 중국 유학생의 유입을 제한하고, 반드시 상품 거래가 필요할 경우 ‘저스펙’ 제품만 허용하는 등 다양한 규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재의 대상이 된 중국은 기술 발전을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기술 공급이 차단된다면 자체 개발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실제로 기술 제재가 본격화되던 시점에 중국과학원 한 원로 과학자는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옥죄는 20여 가지 핵심기술을 특정해 발표했다고 전하며, 이를 ‘목줄을 누르는’ 조치로 규정했습니다.
이 메시지는 중국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반향을 일으켰고, 일반 대중은 “우리가 커졌기 때문에 미국이 견제에 나서는구나”라는 직관적 인식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분노와 결집이 확산되는 가운데, 매년 650만 명에 이르는 이공계 젊은 인재들은 “우수한 기술을 개발해 당과 인민, 그리고 중국에 기여하겠다. 우리는 무너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의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론도 존재합니다. 기술 격차가 워낙 크다는 지적이 중국 내부에서도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딥시크’의 등장은 중국 사회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도 하면 이길 수 있다”, “제재가 있더라도 궁핍이 동기가 되어 더 좋은 기술을 만들 수 있다”는 상징적 사례로 받아들여졌고, 이에 당·정부·국영기업·대학·연구소·젊은 연구자들이 하루 12시간에 이르는 고강도 연구 개발에 매진하는 흐름이 확산되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엔지니어가 40세 전후 구조조정을 겪는 통념이 여전히 회자되며, 이런 현실로는 미래 희망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성찰이 뒤따릅니다.
우주·6G·자율주행·스마트시티·바이오: 중국의 전방위 기술 드라이브
중국의 기술 수준을 과소평가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실제 사례를 보면 양상이 다릅니다. 우리나라가 항공기 개발에 난항을 겪을 때 중국은 이미 항공기 제작을 진행했고, 우리가 누리호 시험발사를 하는 동안 중국은 인공위성·유인 우주선·우주정거장까지 구축해 올렸습니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자국 우주정거장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가 중국이며, 인공위성 발사도 주간 단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통신 분야에서는 6G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국제 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며, 차세대 브로드밴드도 개발해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심해·심우주 영역에서도 중국의 행보는 공격적입니다. 마닐라 심해에 심해 잠수정을 투입하고, 달 뒤편을 탐사하기 위해 위성을 보내는 등, 장기적 ‘심우주 프로젝트’를 계획적으로 전개 중입니다. 과학기술이 전 영역 전쟁으로 확장된 지금, 일반 대중이 체감하기 쉬운 예로 자율주행을 들어 보겠습니다. 중국의 전기차 성숙도가 아직 완연히 높지 않다는 통념이 있지만,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전략적 보완책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한 대학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나 국내에서는 실도로 테스트 여건을 갖추기 어렵기에 중국 연구진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실제 자율주행 기술은 실도로에서 검증되어야 하나, 국내 도심·사유지에서의 테스트 허용이 제한적입니다.
반면 중국은 테슬라·구글 대비 후발이라는 약점을 상쇄하기 위해 제도·인프라를 결합한 ‘우회 추월’ 전략을 실행합니다. 미국 GPS에 대응하는 북두위성(베이더우) 시스템을 완비해 프리미엄 모드 기준 20~30cm 수준의 정밀도를 확보했고, 도시의 스마트시티 정보 시스템, 북두위성, 6G, 자율주행 전기차를 연동하는 거대 계획을 진행 중입니다. 차량 간 위치 정보를 상호 공유하면, 고가의 라이다 등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주변 차량의 존재를 인지하는 등 난제를 체계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중국은 뒤처진 격차를 좁히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했습니다. 윤리·산업적 이유로 얽혀 있던 장벽을 풀어 실험과 상용화 속도를 높이는 선택을 했습니다. 물론 부작용과 악영향의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실제로 중국 SNS에는 자율주행 차량의 충돌·사고 사례가 공유되어 외부의 비웃음을 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큰 그림’을 놓칠 수 있습니다. 중국 역시 위험과 한계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기술 추격·추월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출입니다.
인재 전쟁: 과학자를 모시는 나라, 외면하는 나라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자산은 ‘인재’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난도가 높은 공학·이공계로의 진학은 줄어든 반면, 미국의 첨단 기업 현장에서는 중국계 엔지니어가 20~30%에 이르는 비중을 차지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습니다.
최근 미국은 중국계 유학생·취업자 유입을 제한하거나 축소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중국은 이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톱 과학자들을 파격적 조건으로 영입하고 있습니다. 중국 미디어를 보면 유전자공학·물리학 등 각 전공의 세계적 권위자를 유치했다는 뉴스가 한 달에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이 대목에서 한국 사회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화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렵고, 언론과 사회의 관심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어느 분야에서 어떤 과학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한 현실은,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의 토대를 약화시킵니다. 과학기술 리더십과 사회적 관심의 결핍은 인재 유출과 연구 생태계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다시 산업 현장의 혁신 역량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두 강대국의 틈에서: 한국의 전략
강대국 간 격차는 다수 분야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이므로 단숨에 해소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취할 방향은 분명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과학기술 전 영역에서 경쟁한다면, 한국은 그들과 ‘같은 방식·같은 범위’로 겨룰 수 없습니다. 국력·자원·의지의 총량에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전 영역이 아닌 ‘집중 영역’을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하며, 이는 곧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결단을 함의합니다. 국가 과학기술 전략을 명확히 설정하고, 유효한 리더십 아래 선택과 집중을 실행할 시기입니다.
한편 미·중 관계를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로 묻는 이분법은 유효한 질문이 아닙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의 답은 이미 자명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대답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를 전제로 중국으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해 때로는 생명과 직결될 윤리 문제의 문턱까지 낮추며 전략을 관철합니다.
테슬라의 중국 진입을 허용하면서 장비·매뉴얼·운영 노하우를 세관과 현장에서 흡수하고, 협력사 구조를 점진적으로 현지화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기술지식을 국내에 축적해 왔습니다. 이러한 경로는 이미 개혁개방 초기 덩샤오핑이 ‘시장으로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바꾼다’고 선언한 방향과 궤를 같이합니다.
결국 비난의 효용은 제한적입니다. 중국보다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현재 여건에서 최선의 전략을 택해야 합니다. 우리는 종종 ‘완성품’으로 구현된 기술만 보고 평가하지만, 중국의 기술은 공산당 국가 전략에서 출발해 다층의 정책으로 구현되어 우리 눈앞에서 하나씩 성과로 나타납니다. 그 상승을 보면서도 인정하지 않고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중국은 ‘중국 제조 2025’에서 ‘중국 표준 2035’로 정책 목표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주도의 국제표준과는 다른 ‘중국 표준’의 부상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양대 표준이 병존하는 세계에서 산업계는 어느 표준을 따를지 선택의 문제에 직면합니다. 당장은 국제·미국 표준을 따르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으나, 중국 표준을 외면할 경우 중국이 주도하는 시장을 상실할 위험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두 표준을 모두 추적·준수해야 할 필요가 생기며, 이는 매우 수동적 대응에 불과합니다.
보다 유효한 해법은 ‘선수(先手)를 치는 참여’입니다. 중국이 표준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미국계 시장과 중국계 시장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기술 역량을 보유함으로써 ‘브리지 국가’로 기능하는 전략입니다.
이렇게 양 진영을 넘나드는 기술과 표준 대응력을 확보한다면, 우리는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실질적 수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중국이 이를 수용할 유인이 부족하다면, 우리 역시 중국에 기여할 수 있는 지식·기술·산업적 가치를 제시해야 합니다. 중국의 기술 개발을 최소한 추적하고 이해하며 선별적으로 참여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자본주의 진영의 표준과 러시아·중국 진영의 표준을 동시에 추적하고, 때로는 일부를 리드하며 양측을 만족시키는 국가로 포지셔닝할 수 있다면, 그것이 한국의 성공 경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역할을 수행할 잠재적 국가는 많지 않습니다. 충분한 산업·기술 역량을 갖추고,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국가만이 이를 감당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그 후보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며, 지금이 바로 그 도전을 구체화할 시점입니다.
[주의] 상기 기사는 유튜브 채널 ‘리얼캐스트TV’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정리한 것으로 정보는 투자 판단에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