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억 적자” 골칫덩이 인천AG주경기장, 굳이 왜 지었나?

- 애물단지 인천AG주경기장 비화 - 전북올림픽 잘 될까?

2025-10-02     김영환 기자

 

전북이 올림픽 유치에 도전합니다. 최근에는 경쟁자였던 서울시까지 연대에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국제 스포츠 행사, 마냥 반기고 응원만 할 일일까요? 사실 최근 여론은 냉소적입니다. 그 이유는 인천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4천억 넘게 들인 ‘하얀코끼리’ 인천AG주경기장

경제신문에 종종 등장하는 말 중에 ‘하얀 코끼리’라는 게 있습니다.

고대 태국에서 나온 말인데, 왕이 어떤 신하가 매우 고까울 때 하얀 색이라 아주 신성하고 코끼리라 아주 많이 먹는 하얀 코끼리를 하사했다고 하죠. 이 코끼리를 받게 된 신하는 함부로 부리지도 못하고, 죽게 두지도 못하니 코끼리 먹이나 대다가 파산하게 됩니다.

인천에도 이런 하얀코끼리가 있습니다.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이라는 이 코끼리는 매년 수십억 원씩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9월에 실제로 방문한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은 썰렁한 모습입니다. 주말에 있었던 아이돌 콘서트를 철거하는 관계자들이 오가고 있을 뿐입니다.

8월 초 폭우 피해로 폐쇄된 롯데시네마는 기약도 없이 문을 닫았습니다. 아무래도 폐쇄 수순을 밟지 않을까 싶네요. 웨딩홀은 인기라고 합니다만 역시 평일에는 조용한 모습입니다. 넓은 주차장엔 차들이 빼곡하지만 경기장을 찾는 방문객들의 차는 아닙니다. 이용하기 편한 주민들의 무료 주차장일 뿐이죠.

이 경기장은 사실상 공연장이 됐습니다. 매년 흠뻑쇼가 개최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죠. 문제는 그 공연 자체도 많지 않습니다. 올해 열린 대규모 공연이라고 해봐야 흠뻑쇼와 이번 콘서트 둘 뿐입니다.

시설이 제대로 쓰이질 않으니 항상 적자입니다. 실제 인천시설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운영예산은 77억 7천만 원 배정됐는데, 수입금은 총 45억 2,700만 원 정도에 그쳤습니다. 심지어 거의 읍소해서 입점시킨 볼링장과는 임대료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포츠 경기장으로 부활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관중석 6만석 가운데 절반을 날려버렸고, 남은 관중석도 경사가 거의 없어서 축구 같은 스포츠를 관람할 환경이 못 됩니다. 아예 공연장으로 쓰기도 여의치 않습니다. 인천2호선 아시아드경기장역, 서구청역은 걸어서 15분은 걸어야 하는 위치입니다.

이렇게 경기장으로도, 공연장으로도, 하다못해 시민들의 도심 공원으로도 쓰이기 어려운 이런 시설을 4,600억 원이나 들여서 지어야 할 이유는 뭐였을까요?

 

‘분명히 말렸는데’ 새 경기장 지은 시민들의 의지

이 경기장 문제는 사실상 인천이 자초했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아시안게임 개최지 선정 당시 인천시장은 7만 명 규모 경기장을 신축하겠다고 공언했고, 당시 서구에서 큰 환영을 받았습니다.

사실 정부에서는 새 경기장을 짓는걸 상당히 껄끄러워 했었는데요. 국비도 안 받고, 건축비 70%를 민간건설사에서 댄다고 해서 ‘그럼 뭐… 그렇게 하셔라’ 하고 허락했죠.

이 계획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이 바뀌면서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새 인천시장은 시에 부채가 너무 많다며, 문학경기장을 개조해서 활용하는 안을 추진했죠. 실제로 OCA에 양해를 구하는데도 성공했습니다.

진짜 문제는 여론이었습니다. 서구 주민들이 화가 머리끝까지 났죠. 아시안게임 성공과 서구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원안대로 건설돼야한다며 촛불집회도 불사했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단식투쟁까지 했죠.

결국 정부와 시는 주민들의 분노에 백기를 들었고 발을 빼고 도망간 민간건설사를 대신해서 1,300억 원이 넘는 국비도 지원하게 됩니다. 물론 나머지는 인천시가 모두 대야했고 인천시는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을 포함해 17개 경기장을 짓는데 1조원이 넘는 지방채를 발행해야 했습니다.

이 거대하고 웅장한 하얀 코끼리는 이런 서구 주민들의 뜨거운 염원이 쟁취해 낸 승리의 트로피이자 빚더미인 겁니다.

 

“내 돈 털어 파티 열고, 좋은 친구로 기억해주길 바라는 꼴”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의 현재를 보고 있으면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를 달갑게만 볼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88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성공사례도 있죠.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건 물론이고 인프라 개선에 더불어 심지어 민주화에도 상당부분 공헌을 한 게 사실입니다만, 지금 시대에 와서 올림픽은 “내 돈 털어 파티 열고 좋은 친구로 기억해주길 바라는 꼴”이라는게 중론입니다.

생산유발효과라는 알쏭달쏭한 말로 어마어마한 경제효과를 일으킨다고 포장되지만 실제로 도시의 수입, 고용, 관광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 거죠. 상징성이나 홍보효과 같은 무형의 이익도 무시할 수는 없다지만 지출은 그야말로 100% 유형의 현실입니다.

옥스포드 대학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데이터가 있는 모든 올림픽은 죄다 예산을 초과했고, 실질 비용 초과율이 159%에 달했다고 하죠. 2021년 도쿄 하계올림픽은 적자가 7조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공식 발표보다 10배는 돈을 쓴 걸로 추정됩니다.

돈을 벌어가는 데는 따로 있습니다. IOC는 도쿄올림픽 중계권으로만 30억달러 이상을 벌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저런 하얀 코끼리들을 돈 받고 지어 올리는 건설업계도 대표적인 수혜자들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비용은 다 시민들이 빚내서 내는겁니다.

 

전북도, 저비용 고효율 올림픽 가능할까?

물론 전북도는 ‘저비용 고효율’ 올림픽을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파리가 같은 목표를 추구해서 일정 부분 성공했죠. 2024년 파리 올림픽은 경기장도 거의 짓지 않고, 비용을 최대한 아껴서 올림픽을 치렀습니다. 물론 골판지 침대로 빈축을 사긴 했지만요.

서울을 포함해 주변 지역과 연대해서 이미 지어진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얘긴데, 그러면 또 다른 하얀코끼리 볼 일은 없겠죠. 2036년 전주 올림픽은 과연 우려와 달리 성공적인 흑자 올림픽이 될 수 있을까요? 전북도의 역량에 달려있습니다.